검찰이 '농약급식' 관련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고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측이 '농약급식' 의혹의 일부를 인정하면서 그간 문제로 지적됐던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의 불법 수의계약과 특정업체의 특혜 의혹까지 불거질 전망이다.
28일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는 오전 9시 40분께 '농약급식' 관련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소재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와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식품공사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전날인 27일에는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함께 송병춘 감사관, 배옥병 급식센터기획위원장, 이병호 현 서울농수산식품공사장, 고두식 전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장 등 5명을 직무유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벌률위반(사기), 배임수재로 각각 고발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고발장을 통해 센터는 불법 수의계약을 통해 농산물 공급업체를 선정했고 유통과정은 7~8단계에 달해 수수료 거품이 크게 끼어 있었으며 농산물은 친환경 제품이 아니였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잔류농약이 검출된 식자재는 모두 폐기했고 학교에 공급된 일은 절대 없다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측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이날 오후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를 거쳐 학교에 납품된 농산물에서 잔류 농약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일부 인정했다.
지난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제기한 '농약급식'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6.4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최대 이슈로 급부상한 '농약급식' 논란은 지난 2011년 3월부터 서울시 상당수의 학교가 서울특별시 산하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친환경유통센터 학교 급식기획자문위원회가 농산물 공급업체, 납품가격, 농산물 유통업체를 모두 선정하는 구조가 된 것이 시발점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센터 및 자문위에 막강한 권한이 집중돼 부정부패가 양산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3년 초반부터다. 서울시의회 최명복 교육의원과 시민단체 등이 구체적인 내용을 근거로 친환경농산물공급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대로 된 감시를 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 감사실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급기야 시민단체 공고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지난해 8월 '친환경유통센터' 비리 유착에 대한 감사원에 감사청구서를 제출했고 감사원은 감사에 착수했다.
지난 22일 감사원이 밝힌 센터 감사 결과, 잔류 농약 검사결과 농약이 검출됐음에도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농약이 검출된 농산물이 적발 이후에도 서울관내 469개 학교에 8톤 이상 납품된 사실이 적발됐다. 또 가격 경쟁 없이 급식용 농산물 공급자와 배송업체를 선정하거나 법적 근거가 없는 계약연장 등으로 특정 식재료 납품 업체에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 불법 수의계약 체결 전모는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센터는 가격경쟁 방식을 통해 농산물 공급자를 선정하지 않은 채 9개 시도의 추천방식에 따라 추천받은 9개 생산자단체에만 농산물 공급권을 부여했다. 또한 매년 배송협력업체를 선정하면서 과거 학교 납품실적이나 재무구조의 안정성 등만 심사하고 있을 뿐 업체들로부터 제출받은 희망 수수료율은 심사항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더욱이 2011년 2월에는 2010년 2월에 선정된 12개 배송협력업체와의 배송계약기간(1년)이 만료되자 관련 규정 등 아무런 근거 없이 계약연장을 승인하는 등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법적 근거도 없이 배송협력업체의 계약기간을 1년 단위로 연장했다.
그 결과 센터의 농산물 공급자와 배송협력업체가 가격경쟁을 하지 않은 채 선정되고 있어 농산물의 학교 공급가격을 인하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웠고 특히 배송협력업체의 경우 기존 업체와의 계약기간을 임의로 연장하면서 신규업체 진입을 제한해 배송협력업체간 경쟁을 통한 배송수수료 및 식재료 학교 공급가격 인하가 불가능했다.
센터는 산지직거래를 통해 유통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7단계 내지 9단계로 유통단계가 오히려 늘어났고 특히 제주 느영나영, 경남 김해 청채마, 전남 나주 자연과 농부들, 경기 농협 등 4개의 영농조합법인이 유통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온갖 특혜를 누리는 구조였다.
특히 특혜를 누린 4곳의 친환경농산물 산지공급업체가 실제로 농사를 짓는 영농조합이라기 보다 중간유통업자로서 전국에서 농산물을 수집하는 수집상이었다. 즉 학교가 비싸게 구매한 식재료비가 농민들에게 돌아간 것이 아니라 중간유통업자 역할을 한 친환경농산물 산지공급업체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산지공급업체(영농조합법인)는 자기 조합에 속한 농민들이 재배한 친환경농산물은 거의 없이 대부분의 농산물을 전국 각지에서 수집해 센터에 납품했다.
센터는 이 과정에서 농산물공급업체 및 배송협력업체로부터 약 1580여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그렇다면 이같은 특혜로 인한 피해액은 얼마나 될까.
센터를 통해 지난 3년간 학교에 공급된 농산물 총 매출액은 약 2368억원이고 그 중에서 4개 영농조합을 통해 독점적으로 공급된 친환경 농산물의 규모는 1546억원(65%에 해당)이었는데 친환경농산물의 가격을 살펴보면 품목별 단가가 130~237% 높았고 총액 비교시 약 30%, 특히 주요품목의 친환경농산물만을 그룹핑해 비교하면 약 50% 높은 가격이었다.
이를 계산하면 4개의 친환경농산물 산지공급업체에게 약 400여억원(40% 가격 차이 적용 시)을 적정가격보다 비싸게 지급한 셈이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김정욱 정책위원장은 "3년 동안 특혜를 누린 제주 느영나영, 경남 김해 청채마, 전남 나주 자연과 농부들, 경기 농협은 전국에서 친환경 식재료를 수집하는 수집상에 불과했다"면서 "센터는 해당 4개 업체에게 3년 동안 1546억원 상당의 친환경 농산물을 독점 납품토록 특혜를 베풀었고 가격 또한 30~50% 가량 비싼 가격으로 납품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추정치 400억원 정도의 예산 절감이 가능한 식비를 낭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센터가 적정가격보다 비싸게 농산물을 구입하면서 비싼 가격에 농수산물을 매수한 각 학교들은 피해를 봤다고 할 수 있다. 공교육학부모살리기연합은 실제로 무상급식의 경우 농수산물 대금 중 50%를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30%를 서울특별시장이, 20%를 구청장이 지급하게 되므로 실질적인 피해자는 서울특별시교육감, 서울특별시장, 구청장이고 세 기관이 각 학교에 지급한 금원의 출처는 결국 국민들이 낸 세금인 만큼 본질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박원순 전 시장은 어떤 잘못을 한 것일까.
박원순 전 시장은 친환경농산물 공급문제가 지난해 6월 28일 서울특별시의회 제247회 본회의에서도 지적돼 당시 감사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공고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 지난해 8월 감사원에 국민감사요청을 해 감사원 감사가 결정되자 박 전 시장은 9월 초경 국민감사보다는 기관감사를 받겠다면서 기관감사를 신청했다.
친환경농어업육성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거나 유기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되는 경우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8년 8월 29일 「농산물 수거검사 관리 강화지침」을 수립해 각 시도로 하여금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에 대한 검사 결과 잔류농약이 검출된 경우 친환경 인증취소 등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통보하도록 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박 전 시장이 정밀검사결과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통보하지 않았다며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8월, 11월 농산물 생산자가 센터에 납품한 농산물에 대한 잔류농약 정밀검사에서 친환경농산물 인증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잔류농약이 검출됐으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통보하게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없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
또 이 농산물 생산자는 2012년 11월과 12일 다른 친환경인증기관에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새로 신청하거나 인증기간 연장을 신청하면서 자신이 생산한 유기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 사실을 숨기고 최근 1년간 유기합성농약 등을 사용한 사실이 없는 것처럼 사실과 다른 신청서를 작성제출해 친환경농산물(유기농산물) 인증서를 발급받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애호박 등 5개 품목의 농산물 3만1174kg을 2012년 12월 28일부터 2013년 9월 30일까지 경기 관내 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인 것처럼 납품하면서 30,397,000원의 부당이득을 얻었고 서울시의 많은 학생들이 농약이 검출된 농수산물을 공급해 문제가 된 업체들로부터 공급되는 농수산물로 만든 급식을 제공받는 위험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두식 전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장은 업무협의를 핑계로 업무 담당자도 배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로 일과 후에 자택과 가까운 곳에서 2009년부터 배송협력업체 대표와 수시로 만나 식당이나 노래방 등에서 총 42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는 등 계약업체 사장으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제공받았다. 이 업체는 아무런 경쟁절차 없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계속해 센터의 배송협력업체로 선정됐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김정욱 정책위원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통해 납품비리 뿐만 아니라 4개 공급업체의 유통경로와 모든 거래내역을 조사해 세금 부분까지 철저한 검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