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추석은 한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그러나 올해 추석이 바로 코앞에 닥쳤는데도 명절기분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 웬 일일까?
벌써 3년째 코로나 속에 갇힌 우울한 추석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경기침체 때문일까? 설레는 명절기분이 예전 같지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는 온통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무역 수지는 크게 위축되고 있고 이로 인해 국내 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 경제는 불안하다.
특히, 가파르게 오른 생필품의 물가는 서민의 경제에 큰 타격이 되어 추석을 맞이하는 서민의 가계를 주름지게 한다. 그래도 추석명절인데 조상님에게 정성을 다해 차릴 차례상 위에는 올해 추수한 햇곡식을 올려 마음속 깊이 조상님들을 기리는 날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바쁜 일상 속에서 만나지 못한 부모님과 형제를 만나고 그간의 소식과 안부를 살피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 코로나가 다소 주춤하는 사이에 그리운 얼굴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농촌이든 도시이든 고향을 향해 달려 가보자.
고향은 자신이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삶의 터전으로 누구나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유무형의 공간이다. 그곳에는 자신의 과거와 추억이 자리하고, 즐거움과 애환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면서 머물렀던 장소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해서 많은 사람들이 시골을 떠나 도회지로 이동하였고 이제는 몇몇 가정만이 남아 있는 시골의 부모님을 찾고 있다. 추석명절에 시골고향을 찾아 마음을 설레는 아이들 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시골은 빈집들이 늘어나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만의 고향이 되고 있다. 어머니가 있는 곳이 고향이라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더 이상의 시골 고향은 없어지게 된다. 이제는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이 사는 곳이 아이들의 또 다른 고향이 되고 있다.
조상이 묻혀 있는 옛 고향을 찾으면 산천초목은 그대로이고 부모님을 비롯한 선조의 산소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 가슴이 아프다.
고향에는 어머니의 다정함과 그리움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의 고향은 쓸쓸하기만 하다. 여우는 죽어서도 자기가 살던 굴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도 있는데 이제 우리는 여우만도 못한 고향을 잃은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
부모님이 계신다면 추석에는 가족들을 만나러 고향에 반드시 가야 한다. 가족은 뿌리를 같이하는 혈연으로 맺어진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의 인연은 끊으래야 끊을 수 없고 버리래야 버릴 수 없는 인연의 굴레 속에 맺어진 끈이다.
타향살이 속에서도 내 마음의 고향에는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솟아오르는 정다운 어머니, 목소리만 들어도 힘이 솟는 듬직한 아버지, 얼굴만 보아도 마음을 알 수 있는 형제자매들이 늘 상 머물고 있다.
해마다 추석명절이면 우리는 부모님과 조상님의 산소가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먼 바다에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헤엄쳐 달려가듯 사람도 명절이 되면 마음의 강이 흐르는 물길을 좇아 그리운 고향을 향한다.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만나야 하는 가족과 조상님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석명절은 날이 갈수록 세태의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다. 추석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어린 시절의 명절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인구가 농촌에서 도시로 떠나가고 가정과 가족의 개념도 퇴색되어 더 이상의 전통적인 추석명절은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제 우리의 추석명절이나 설명절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한다.
옛날 농촌에서의 명절맞이가 오늘날 도시생활에도 맞게 바꾸어져야 한다.
특히, 지방차치단체에서는 지역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명절놀이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농촌과 도시의 환경에 맞게 지역주민이 함께 어울려 즐기는 축제의 날로 만들어야 한다. 도시의 거리에도 명절장식을 하고 공원이나 고궁 등에도 명절축제를 열어 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을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오늘날은 사람이 죽으면 화장이 대부분인데 지역 내 공원이나 교회, 사찰 등의 종교시설이나 별도장소에 조상을 모실 수 있도록 납골당도 마련하여 조상님을 불편 없이 성묘하도록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시대는 변하였는데 명절은 농경사회시절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그동안은 우리 모두가 살기에 바쁜 탓으로 명절을 불편하게 지내왔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국민 모두가 명절을 제대로 쇨 수 있도록 시대와 환경에 맞게 전향적으로 개선해야만 한다.
올해도 변함없이 동산에 추석 저녁의 둥근 달은 떠오를 것인데 모든 가정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처럼 풍성한 결실을 노래하는 추석이 될 수 있도록 두 손 모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