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30년 국산 밀 자급률 10% 달성, 우리 모두가 함께 할 때

  • 등록 2022.06.28 10: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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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광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장

2020년 전 세계를 극심한 공포로 몰아 넣은 코로나19가 백신 보급에도 불구하고 두해가 지나도록 끝나지 않고 엔데믹이 계속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코로나와 전쟁의 후폭풍은 기존 세계화 체제를 붕괴시키고 서서히 탈 세계화, 자국 우선주의로 국제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는 코로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 고물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심화, 식량가격지수 역대 최고치 기록 등 그 어느때 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주요국이 올해 단행한 식량․비료 수출 제한 조치만 57건에 이르고 있으며, 식량 위기 우려가 고조되면서 자국의 식량 안보, 식량 주권 확보차원에서 곡물 수출 중단 조치를 통해 식량을 무기화하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큰 폭으로 치솟아 10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세계식량안보지수 순위는 2017년 26위에서 2020년 29위까지 하락하였다. 이번 식량가격지수 급등 사태는 국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쳐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곡물시장 변동이 이제는 우리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밥상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말 기준 국내 식량자급률이 45%를 간신히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연간 식량 소비량의 54.2%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식량 수입 5대 국가로 주식인 쌀의 자급률은 100%에 근접한 수준으로 꽤나 안정적이나 제2의 주식이며 최근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밀은‘21년 기준 1.7%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조한 식량 자급률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부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콩 등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외 주요국 대비 식량 안보 순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제2의 주식이자 수입의존도가 높은 밀을 시작으로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는 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바로 2020년에 발표한 「제1차(2021~2025)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으로 지속가능한 국산 밀 산업 기반 구축을 통해 밀 자급률 10%를 2030년까지 달성하되 그 중간단계인 2025년까지 밀 자급률 5% 달성을 위한 5대 분야 14개 과제를 수립하여 추진되고 있다. 


식량 자급률 제고는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위와 같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함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며, 모두가 힘을 모아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해야 할 때이다. 여기에 더해 국산 밀 생산단지 주요 성과사례를 면밀히 분석하여 확대시행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은 권역별 단일품종 재배를 통한 철저한 순도관리, 생협․학교 등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로 2021년도에 전년대비 재배면적 489%(140ha→825), 생산량 760%(561톤→4,828)가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전남 해남의 흑석산영농조합법인의 경우 교육․컨설팅 지원으로 관행적인 종자 파종방식 개선을 통해 종자비를 약30%(’20년 10만원/10a → ’21, 7만원) 절감하는 등 국산 밀 자급률 향상에 크게 기여한 점을 참고해 널리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년도 밀 비축수매 시 발생한 문제점의 개선사항으로 밀 생산단지의 정부비축 매입참여 확대를 위한 사전품질검사 간소화, 고품질 밀의 생산  촉진을 위한 춘파 지양, 붉은 곰팡이병 등 발생품의 타용도(사료용, 주정용 등) 전환 매입, 정부 보급종 파종 농가의 밀 단백질 함량 조사 제외 등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귀 담아 듣고 상호 소통하여 취사 선택한다면 2030년 국산 밀 자급률 10%도 달성하기 힘든 목표는 아닐 것이다. 


식량자급률 제고라는 구호가 단순히 농업계만의 문제가 아님은 이번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는 자국 우선주의로 어떤 산업도 다자간 무역으로 자국 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기임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식량안보는 이상기후와 물 부족,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식량부족 위기에 안정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모든 국가의 첫 번째 정책목표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특히 먹거리는 인간 생존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먹거리 자급률을 높이지 않으면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이제는 식량 자급률 제고를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범사회적으로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푸드투데이 황규광 칼럼니스트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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