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염색 샴푸 허용 여부를 놓고 식약처와 업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규개위가 이해할 수 없는 대안을 내놨다. 유해성분에 대해 추가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물론 전세계 상당 국가에서 유해성을 인정했지만 규제위가 산업발전을 위한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업계에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1,2,4_트리하이드록시벤젠(Trihydroxybenzene, 이하 124_THB)은 화학물질 자체로는 색이 없으나 공기 중에서 산화되면서 검은색을 보이는 물질로 주로 염모제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유럽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의 유해성 평가결과 유전독성과 피부감작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SCCS는 “반응하지 않은 124_THB와 매우 불안정한 상태의 세미퀴논(semi-quinone)에 소비자가 노출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세포 내에서 과산화수소를 생성시킬 위험이 있어서 DNA 부가물이 발생해 잠재적인 유전독성 가능성이 있다”라며 불가판정을 내렸다. 샴푸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같은 안전성 논란으로 전 세계 37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등 EU 27개국과 싱가포르 등 아세안 10개국)에서 사용금지성분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124-THB의 위해성평가를 실시한 결과, 이를 피부감작성 및 약한 피부자극성물질로 분류하고 잠재적인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124_THB를 사용금지성분으로 등재하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식약처가 124_THB의 위해성을 알고도 늦장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식약처가 늦장 대응하는 사이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124_THB를 사용한 제품이 출시됐다.
식약처는 부랴부랴 2021년 12월 9일 독성·위해평가·화학분야 전문가, 피부과 전문의, 화장품업계가 참여하는 전문가위원회를 개최, 위해평가를 근거로 “사전예방적 안전관리차원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2021년 12월 23일 규제에 대한 영향분석을 진행해 124_THB를 금지시킬 경우 약15억원 가량의 원재료 폐기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화장품을 소비하는 국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예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결정, 2021년 12월27일 124_THB를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지정하는 행정고시가 공고됐고 2022년 1월 17일까지 의견개진 기간을 가졌다. 이후 2022년 2월 26일 최종 사용금지성분에 등재하는 고시개정이 결정됐다. 124_THB에 대한 위해평가 결과가 나온지 1년 반 만에서야 내려진 조치다.
이로 인해 종결될 것 같았던 124_THB 논란은 모다모다샴푸가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를 찾으면서 다시 불을 지폈다.
모다모다샴푸는 식약처의 고시개정이 업체의 혁신기술을 인정하지 않고 기업 발전을 방해하는 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 규개위에 재검토를 상신했다. 그 결과 규개위는 지난 3월 25일 124_THB 최종 사용금지성분에 등재하는 고시개정 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해 “개정안에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된 1,2,4THB를 제외하고 해당기업과 함께 식약처가 객관적인 평가방안을 마련해 2년 6개월 동안 추가적인 위해검증을 통해 사용금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라는 개선권고를 내렸다.
규개위의 결과에 소비자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미래소비자행동(상임대표 조윤미)은 "규제개혁위원회는 논란이 있는 성분을 사용한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자그마치 2년 6개월 동안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계속 사용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안전성 논란을 일으킨 기업과 국민 안전을 위한 규제를 담당하는 식약처가 함께 협력해 위해검증을 다시 하라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는 황당하기 그지 없다"며 "안전에 대한 규제는 기업이나 산업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순수하고 독립적인 과학자들의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소비자행동은 124_THB 사용금지 성분 등재를 위한 고시개정을 즉각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소비자행동은 "소비자안전을 위한 경고문구 삽입, 소비자를 위한 안전성 정보 제공, 제품사용과 관련한 소비자피해실태 등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규제개혁위원회는 국민안전은 규제개혁의 대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각성하고 본 안건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식약처는 내년 3월까지 추가 위해성 평가 결과를 내놓겠단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