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 위원은 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약화사고 피해구제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하고, 사업의 활성화 방안 및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 공청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전병헌 의원, 김성주 의원, 김미희 의원, 류지영 의원, 우윤근 의원, 윤호중 의원, 노영민 국회의원과 김승희 식약처 차장이 참석했다.
토론회 좌장으로는 이진호 회장(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이 맡았으며, 약화사고의 당사자인 주장근 회원(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사례발표, 서혜선 교수(연세대학교 약학대학)의 주제발표(약화사고 피해구제사업 활성화 방안) 후, 박병주 원장(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김중권 교수(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차태선 부장(한국제약협회 의약품정책팀), 권오훈 전무(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안기종 회장(한국환자단체연합회), 김성호 과장(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정책과)이 토론에 나섰다.
올해로 6년째 스티븐 존슨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의 엄마가 사례발표를 통해 아이가 감기로 아파 감기를 낫게 하려고 먹인 약이 아이에게 독이 된 사례를 소개했다.
아이는 여러 번의 양막 이식과 각막 이식 후 아직도 대학병원을 매주 다니고 있다. 학기 초에 친구들을 사귀기가 힘들어 매 학기 마다 엄마가 선생님 상담을 신청해야만 한다. 밖에서 여느 아이들처럼 체육을 한다는 건 아이의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더운 여름 물속 물장구도 마찬가지. 아이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에 아이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은 찢어진다.
아이는 그 후유증으로 눈의 각막이 녹아내려 시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수차례의 이식 수술과 치료는 시력을 찾기 위함이 아니다. 눈이 녹아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의약품을 적정하게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측되지 않거나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는 지난 해 9만여 건으로 2006년 2400여 건에 비하면 7년 동안 37배가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피해를 보상해 줄 수 있는 절차나 제도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약사법 제86조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사업에 관한 조항으로서 정부가 피해구제사업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고, 제약회사도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소관 부처였던 보건복지부는 이 조항에 따른 보조금 지급은 커녕 관련된 시행령, 시행규칙조차 마련하지 않았다.이러한 사항은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때 최동익 의원 지적한바 있다.
◇동아제약, 중외제약, 일양약품 등 고질적 불법 리베이트 관행
약화사고 피해구제에 대한 법적근거는 1991년에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20여년이 넘도록 보건복지부의 방치아래 사업 시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사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관된 상태다.
그 사이 동아제약, 중외제약, 일양약품 등 제약사들이 약 판매 대가로 병의원에 건넨 리베이트는 지난 5년간 적발된 액수로만 무련 1조 1400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그 수십분의 1 정도만 있어도 피해자들은 지금처럼 절망속에 방치하지 않을 수 있다.
최동익의원은 “약화사고 피해구제사업이 지지부진하는 사이에 의약품 부작용 피해자들은 여전히 보상의 사각지대에서 홀로 질병과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고 “약화사고 피해구제사업의 소관부처가 이관된 현 시점에서 사업의 활성화 및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 출발점이라고 판단, 이번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4월에 발의 예정인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조속히 통과돼, 약화사고 피해구제사업의 대상, 재원확보방식 등 사업 활성화에 필요한 세부 운영방식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약화사고 피해구제사업을 위해 제약사는 의약품 매출액의 최대 2%를 기금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전년에 유해판정을 받은 의약품의 경우 피해구제 지급액의 25%를 추가부담해야 한다.
최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달 내로 발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개정안에는 재원조달방식, 징수방법 등의 세부안을 포함하고 있다.
기본부담금과 추가부담금은 피해구제에 필요로 하는 예상비용, 부담금운용수익금, 정부부조금 등의 기준에 따라 5년마다 새로 정해야 한다.
제약사가 부담금을 기한내 납부하지 않으면 0.4% 내에서 가산금을 징수할 수 있다. 부작용 피해구제사업에서 암이나 특수질병에 사용하는 의약품 등 식약처장이 정하는 의약품인 경우에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자는 의약품안전관리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 심의위원회는 90일 내 부작용 피해인정과 지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예방접종이나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이 피해자의 고의 중대로 인한 과실로 밝혀질 경우 지급이 중단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주제발표에 나선 연세대 서혜선 교수는 약화사고 피해구제사업을 실시할 경우 연간 최대 20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으며 재원 조달 방식은 제약사가 생산액이나 수입액의 최대 0.1%를 부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서 교수는 “여러 주체들이 귀책사유 없이 발생한 의약품 사고에 대해 피래자는 어느 누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있다”며 약화사고 피해구제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본이나 대만, 영국, 미국 등의 경우 약화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여년 간 방치된 의약품 피해구제의 조속한 시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피해자구제사업의 주체를 민간주도, 재원방식은 정부와 제약업계가 부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신속한 피해 보상을 위해서는 정부주도보다 민간 주도의 사업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용역 결과, 2014년 기준으로 연간 소요되는 금액은 최대 200억원에서 최소 143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체의 부담해야 할 요율은 생산액이나 수입액의 최대 0.1%였다. 약화사고를 당한 환자의 경우 상한액은 최대 1억3000만원 가량으로 제한했다. 또 임상용 시험약물 사용자나 허가초과 의약품 사용, 부작용이 경미한 경우 등은 제외된다. 특히, 병원 조제약이나 약국제제약은 원인주체가 의사나 약사로 한정될 수 있는만큼 구제사업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 교수는 “제도 시행은 단계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광범위하게 적용하기보다 중대이상부터 구제해 제도를 실시해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