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부터 맥주 맛은 달라도 병은 똑같아진다.
국내 맥주업계의 양대 라이벌인 OB맥주와 하이트맥주가 내년 6월1일부터 가장 흔히 쓰이는 500ml와 640ml 맥주병을 공용으로 제작한 뒤 수거해 함께 재사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동양맥주(OB맥주의 전신), 조선맥주(하이트맥주의 전신) 시절부터 수십년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온 두 업체가 환경 보호를 위해 모처럼 손을 잡은 것이다.
이런 협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맥주업계는 이미 1997년부터 용량이 똑같은 빈병을 수거한 뒤 공동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병에 원래 제조업체 이름이 새겨져 있어 수거업체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점이 문제였다.
OB맥주라고 새겨진 병에 하이트맥주 라벨이 붙어 팔리는 것이 어색하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고, 이에 따라 병을 분류해 원래 제조업체에 되돌려주다 보니 분류 및 물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두 업체는 이번에 용량뿐 아니라 모양까지 똑같은 병을 함께 사용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른 경제적, 환경적 편익을 돈으로 환산하면 교환 및 선별 비용 절감 80억원, 신병 투입률 감소 60억원, 온실가스 저감 8억원, 자원 및 에너지 절약 12억원 등 연간 16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이 두 업체와 환경부, 사단법인 한국용기순환협회는 9일 오전 경기 과천시 그레이스호텔에서 `맥주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협약에 따라 빈 맥주병의 평균 재사용 횟수가 지금의 7회에서 15회 이상으로 늘어나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푸드투데이 조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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