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완전표시제, 국회 첫 문턱 넘었다

  • 등록 2025.08.21 09: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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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의원안 토대로 정부 수정안 소위 통과… 품목별 단계적 도입 가닥
남인순 “10여 년 논의 끝 현실적 합의” vs 시민단체 “조건 없는 전면 시행”
송옥주 “중국·대만처럼 단계적 도입” vs 업계 “가격 상승…유예기간 절실”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GMO(유전자변형식품) 완전표시제를 담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모든 가공식품과 건강기능식품에 일괄 적용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품목별 단계적 도입으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는 긴장 속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의견 반영을 기대하는 한편, 시민단체는 “조건 없는 전면 시행”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박주민)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1차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정부 수정안 형태로 가결했다.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행 GMO 표시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법은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최종 제품에 잔류하는 경우에만 표시를 의무화하고, 고도의 정제과정으로 성분이 남아 있지 않은 당류·유지류 등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두유, 전분당, 옥수수기름 등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가공식품에서는 GMO 표시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남 의원 안은 이러한 ‘빈틈’을 메우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비율을 초과해 비의도적으로 혼입된 경우에도 표시 의무 부과,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표시 의무 부과, ▲Non-GMO 제품에 대한 자율 표시 허용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여러 의원안 가운데 남인순 의원안을 중심으로 조정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자구를 일부 수정해 가결했으며, 핵심 취지는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모든 가공식품과 건강기능식품에 일괄 적용하는 방식은 아니며, 품목별·단계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 구체적인 표시 대상과 적용 방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로 정하도록 위임돼 실제 시행 범위와 속도는 향후 식약처 고시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이수진 복지위 법안심사제2소위원장실 관계자는 “정부가 남인순 의원안을 중심으로 자구를 조금 손본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안은 남 의원안이 메인이고, 세부 내용은 식약처장이 고시를 통해 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GMO 완전표시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20대 국회에서는 남인순·김현권·윤소하·김광수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제21대 국회에서도 김승남·위성곤·배진교 의원안이 이어졌다. 제22대 국회에 들어서도 윤준병·송옥주·남인순·임미애 의원이 각각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번에 가결된 안은 다수 의원이 발의해온 법안을 종합해 남인순 의원안을 중심으로 정부가 수정·조정한 절충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시민·소비자단체는 여전히 조건 없는 전면 표시를 요구하고 있고, 업계는 원료 수급 불안과 가격 인상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시민단체는 조건 없는 완전표시제를 요구하지만 현실적으로 사후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10년 넘게 이어진 협의 끝에 국회가 현실적 안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옥주 의원실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도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완전표시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 식품업체들도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국내 식용 콩은 2018~2019년을 기점으로 상당 부분 Non-GMO로 전환됐고, 옥수수 역시 약 70%가 Non-GMO로 공급되고 있다”며 “업체들이 단계적으로 선택해 대응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GMO 완전표시제를 둘러싸고 업계·정부·시민단체 간 입장차는 여전히 팽팽하다.

 

GMO반대전국행동은 “DNA 잔류 여부를 기준으로 한 ‘독소조항’을 반드시 삭제해야 하며, 식약처장에게 품목 지정권을 맡기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식약처장은 계속 바뀌는 자리다. 만약 GMO를 환영하는 식약처장이 임명된다면 GMO 표시 대상이 고무줄처럼 바뀔 수 있다”며 조건 없는 전면 표시제 도입을 촉구했다.

 

반면 식품업계는 국제기구와 과학계가 이미 안전성을 검증한 GMO를 불신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성분이 남아 있지 않아 검증이 불가능한 식품까지 표시를 강제할 경우 소비자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료 수급 불안, 식품 가격 상승, 행정 부담 증가 등으로 산업과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만약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최대한 긴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식품산업협회도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와 관련 부처·단체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처리된 점은 아쉽다”며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는 이러한 의견들이 충분히 반영·검토돼 제도가 소비자와 산업계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부 부처도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식약처는 “완전표시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자재 수급 불안이 우려된다”고 밝혔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GMO 표시제는 국가별로 운영 방식이 크게 다르다.

 

EU는 원료에 GMO가 포함되면 DNA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는 경우에만 GMO 표시를 의무화한다. 중국과 대만은 특정 품목에 한해 완전표시제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이와 달리 사전적 관리 체계에 기반해 단계적으로 표시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만 실제 행정력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소비자의 알 권리 확대라는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업계 비용 부담 △사후 관리 어려움 △소상공인 규제 과잉 △과태료 적정성 등을 추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최종 통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업계는 입법 저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향후 논의에서 최대한 긴 유예기간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식약처장이 좌지우지하는 고무줄 제도”라며 조건 없는 전면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20여 년 가까이 이어진 논쟁 끝에 '품목별 단계적 도입'이라는 절충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만큼, 향후 식약처 고시를 통해 △대상 품목 △표시 방법 △적용 시점이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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