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우리의 밥상은 GMO 실험장이 아니다.”
GMO(유전자변형생물체) 감자 수입 승인과 유전자 가위 기술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농민들이 24일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대규모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를 향해 “식량 주권과 국민 건강권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2025 몬산토바이엘 GMO 반대 시민행진’은 전 세계 52개국 43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렸다. 한국에서는 강원도농민회, 생협, 여성농민회, 학부모 단체, 종교단체, 청년단체 등 시민사회 50여 개 단체가 함께하며 참여 열기를 더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GMO 감자 수입 중단하라”, “신(新) GMO 규제 강화하라”, “GMO 완전표시제 도입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새 정부를 향해 시민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행진은 ▲강원도농민회 ▲생협 ▲여성농민회 ▲학부모 단체 ▲종교단체 ▲청년 단체 등 각계 시민사회 대표들의 발언과 함께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GMO로부터 안전한 먹거리와 생태계, 농업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선언문을 낭독하며 행진의 취지를 알렸다.
행진 전에는 GMO 감자 반대 스티커 부착 퍼포먼스, 분필로 요구사항 적기, 대학생 몸짓패 공연 등의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시민들은 선언문을 통해 ▲GMO 감자 수입 승인 중단 및 수입 GMO 철저 통제, ▲유전자 가위 등 신(新) GMO에 대한 규제 강화, ▲GMO 관리 전담 기관 일원화 및 책임 강화, ▲GMO 완전표시제 즉각 시행, ▲대선 후보들의 구체적인 GMO 정책 공약 제시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현재 시행 중인 GMO 표시제도의 한계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현행 제도는 ‘최종 식품 기준’에 따라 가공 과정에서 유전자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GMO 원료 사용 여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로 인해 대두유, 전분당, 간장, 식용유, 과자류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에서 GMO 원재료 사용 여부를 소비자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아무리 성분표를 자세히 봐도 GMO 사용 여부는 알 수 없다”며 “소비자의 선택권과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GMO 완전표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GMO 원재료 사용 여부를 ‘원재료 단계부터 명확히 표시하고, 최종 가공식품에도 표시 의무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EU, 일본 등 주요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기준이다.
이번 행진에서는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대선 후보들에게 책임 있는 GMO 정책 공약을 제시하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행진 주최 측은 ▲GMO 감자 수입 승인을 철회할 계획이 있는가?, ▲유전자 가위 등 신 GMO에 대한 규제 방안을 갖고 있는가?, ▲공공급식에서 GMO 식품을 전면 퇴출할 계획이 있는가?,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할 의지가 있는가?, ▲기후위기 시대, 식량주권과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식량정책을 추진할 계획이 있는가? 등의 공개 질의 5문항을 발표하고, 각 후보의 답변을 촉구했다.
공동 선언문 낭독과 퍼포먼스 이후 시민들은 청계광장 남로→무교로→종로1가→인사동길→안국역→열린송현광장까지 1시간가량 도심 행진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행진 중에도 피켓과 구호를 들고 시민들과 소통하며 GMO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알렸다.
조직위원회는 “GMO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이익 중심의 정책이 우선되고 있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대선은 말로만 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정책을 누가 실질적으로 추진할 것인지를 가늠할 기회”라며 “후보들은 GMO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계 다국적기업 심플로트(Simplot)가 개발한 유전자변형 감자(SPS-Y9)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 승인 절차 막바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과거 정부 검역 실패로 GMO 주키니 호박이 8년간 시중에 유통됐던 전례를 잊어선 안 된다”며 “식약처는 국민 건강을 우선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민행진은 GMO 감자 수입 이슈와 유전자 가위 규제 완화 논의가 이어지는 시점에서 소비자 알 권리, 식량 주권, 식품안전 정책의 공공성 회복을 요구하는 현장 목소리를 집약했다. 시민사회는 대선 국면을 계기로 GMO 정책 전면 재검토와 입법·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