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치킨업체인 KFC는 영국 전역에 100여 개의 '할랄 버거' 전문매장을 열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육류만 사용한 버거를 파는 곳이었다.
KFC뿐만 아니라 버거킹, P&G 등 다국적기업들이 앞다퉈 할랄 인증을 받으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향후 15년 내 전세계 인구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한 할랄 음식산업은 이미 연간 6500억 달러 규모의 대형산업으로 떠올랐다.
엄익란 명지대 연구교수가 쓴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은 먹는다'는 이렇게 세계 음식시장의 주류가 된 이슬람 음식을 통해 아랍의 문화코드를 읽어낸 책이다.
흔히 무슬림은 돼지고기만 피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슬람교에서는 인간에게 허용된 음식을 '할랄', 금지된 음식을 '하람'이라고 부르며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현재 할랄 음식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육류의 경우 '이슬람식 도축'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는데 여간 까다롭지 않다.
"무슬림은 도축할 동물의 머리를 이슬람교의 성지인 메카 방향으로 돌려 눕히거나 든 채 날카로운 칼로 목을 따 모든 피를 제거한 것만 섭취한다. 이를 '다비하'라고 한다. (중략) 다른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다비하 의식을 행해서는 안되며, 다비하 의식을 행하기 전에 동물에게 칼을 보여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36-37쪽)
또 이슬람교에서는 이성과 절제심을 잃게 할 수 있는 술을 금지하는 반면 커피는 환대의 상징으로 여기며 널리 사랑했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커피를 대중적인 음료로 만들고 카페를 처음 연 것도 무슬림들이었다.
무슬림의 집에 방문했을 때 커피가 제공되지 않으면 주인이 손님을 반기지 않는다는 뜻이며 손님이 커피를 사양했을 경우 주인을 무시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엄 교수는 급부상하는 할랄 산업과 관련해 "피상적인 수준에서 이슬람법에 부합되는 음식의 수출만염두에 두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음식을 통해 그들의 문화코드와 마음까지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에는 아랍 식탁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와 더불어 아랍식 밥과 콩요리, 샐러드 등 간단한 아랍음식의 요리법도 수록됐다.
한울 펴냄 / 엄익란 지음 / 232쪽 / 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