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시간에 세 종류의 물을 놓고 가장 물맛이 좋은 것을 가리는 블라인드 시음회를 실시했다.
그 결과 수돗물이 7표, 병물이 6표를 받았다. 23표를 받아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나머지 물은 바로 '빗물'이었다.
이 작은 실험을 통해 빗물이 '맛있는 물'임을 보여준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빗물에 푹 빠져 10년째 빗물 연구에 매달려온 '빗물 박사'다.
'빗물과 당신'에는 한 교수가 밝히는 빗물의 진실이 전문 인터뷰어 강창래 씨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돼 있다.
사실 빗물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았다. 사람이 맞으면 대머리가 되고, 건물을 부식시키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산성비인데다 때로는 황사비, 방사능 비로까지 돌변할 위험도 있다.
맞는 것조차 꺼리는 상황이니 빗물을 그대로 받아 마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 교수는 그러나 빗물이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빗물을 병에 담아 '구름주스'라는 이름으로 비싸게 판다고 한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산성비의 위험성도 '괴담' 수준이라고 말한다.
"빗물이 산성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산성보다 더 강하지도 않다는 겁니다. (중략) 만일 산성비 때문에 머리가 빠진다면 샴푸와 린스는 속성 대머리 코스가 될 거고, 온천 목욕은 피부 벗기기 또는 녹이기쯤 되지 않겠습니까?"(59쪽)
산성비가 토양이나 호수를 산성화해서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도 대기오염이 지금보다 심했던 몇 십년 전, 지형적으로 주위에 산성비를 중화할 물질이 아무것도 없던 스칸디나비아 반도 호수 정도에서나 가능했을 일일 뿐이며 그나마도 외국에서는 산성비 얘기가 쏙 들어갔다고 한다.
산성비뿐 아니라 '물 부족' 위기도 부풀려진 것이라고 한 교수는 말한다. 굳이 말하자면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관리 부족 국가'쯤 된다는 것.
"사실 한국의 물 부족에 대한 이야기는 이처럼 사용량과 필요량은 지나치게 부풀려 계산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그런데 그 수치를 인정해준다고 해도, 한국에 내리는 빗물을 생각하면 물 부족이라는 건 말이 안됩니다. 1년 동안 한국에 내리는 빗물의 양은 대략 1300억t입니다. 그 양의 1~2%만 제대로 받아도 그들이 부족하다는 물의 양을 충당할 수 있어요."(135쪽)
쉽고 간단하지만 지구를 살릴 수도 있는 빗물 관리법이 읽기 쉽게 소개돼 있다.
알마 펴냄 / 힌무영.강창래 지음 / 405쪽 /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