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세계에 '거식증'을 수출하다

  • 등록 2011.03.10 12: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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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165cm의 키에 몸무게가 31kg밖에 되지 않던 프랑스 모델 이자벨 카로의 사망 소식은 패션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사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오랫동안 거식증(拒食症)으로 고통받아왔으며 수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누구보다 거식증의 고통을 잘 알았던 그녀는 2007년 뼈에 살가죽이 겨우 붙어 있는 앙상한 몸매가 다 드러나는 누드사진을 촬영하는 등 '거식증 반대 캠페인'에 동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음식까지 거부하며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현상은 패션계는 물론 일반인들의 일상에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신간 '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는 거식증을 전 세계에 확산시킨 주범으로 미국식 세계화를 지목한다.

미국의 저술가인 저자 에단 와터스는 미국에서 유행한 거식증과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정신질환이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문화적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1994년 거식증으로 숨진 홍콩의 한 소녀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14살 소녀 찰린 슈 치잉은 '모범생'이었다. 학교 성적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고, 친한 친구도 많았다. 하지만 무리하게 체중 감량을 하면서 소녀는 변하기 시작했다. 밝고 명랑했던 성격도 퉁명스럽고 무뚝뚝해졌다. 그리던 어느 날 소녀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현지 언론들은 날씬한 몸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불러온 비극이라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중국과 홍콩에서는 그 전까지만 해도 거식증의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저자는 소녀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당시 홍콩은 중국 귀속을 앞두고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었으며 이로 인해 미국식 개념인 거식증이 홍콩 젊은 여성들의 무의식에 손쉽게 침투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스리랑카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정신분열병, 일본의 우울증 마케팅 등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미국식 세계화로 인해 정신건강에 대한 각국의 다양한 이해와 해석 등 문화적 다양성이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 생생하게 보여준다.

원제는 'Crazy Like US : Globalization of American Psyche'.

아카이브 펴냄 / 에단 와터스 지음 / 김한영 옮김 / 376쪽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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