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지난 7년 동안 끌어왔던 미국산 유전자변형농산물(GMO) 감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수입 허가가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감자의 갈변 현상을 줄이고 튀길 때 유해 물질 생성을 줄이기 위해 10여년 전 LMO 감자의 상업적 재배를 승인했다. 개발사인 심플로트는 지난 2018년 이 감자를 국내에 수입하게 해달라고 허가 신청을 냈지만 농촌진흥청이 7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달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된 농진청의 SPS-Y9감자 협의심사 결과서는 ‘제출된 심사자료에 근거해 작물재배환경 위해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SPS-Y9이 비의도적으로 방출되더라도 국내 작물재배환경에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별다른 조건을 달지 않았다. 이로써 미국산 GM감자 수입 승인은 식약처의 안전성 심사와 시험방법 고시, 그리고 한달간의 홈페이지 의견수렴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GMO감자에 대한 졸속 수입 승인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을 통해 GMO감자의 국내 수입 진행사항과 수입시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Q. 2월 26일~28일 안덕근 산업부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러트닉 상무장관이 한국에 LMO감자 수입 개방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정부는 어제 산업부장관 방미때 상무부와의 협의 안건으로 LMO감자 수입제한 건을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나.
A. 엊그제 확인한 결과, 농촌진흥청은 안 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에 2018년 4월 이후 미뤄 온 심플롯사의 미국산 GM감자 SPS-Y9에 대한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서를 식약처에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미국산 GM감자의 수입 승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우려된다.
Q. 유독 미국산 GM감자 수입승인 관련 심사가 늦춰진 까닭은.
A. 식약처에 따르면 GMO의 수입승인 신청부터 승인에 이르기까지 평균 2년이 소요됐다. GM감자에 대한 심사기간이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은 그만큼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에, 정부가 이례적으로 GM감자에 대한 심사에 만전을 기했기 때문이다.실제로 지난달 안 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비로소 환경위해성 협의심사 절차가 마무리된 미국산 GM감자 SPS-Y9의 경우 특별하게도 환경부가 `수입될 계획이 없거나 생장불가한 가공 또는 발아 억제처리된 상태로 수입한다`는 개발사의 심사요청 조건을 전제로‘조건부 적합’판정한 품종이다. 그렇지만 환경부가 내세운 조건이 현실적으로 검증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10월 정부 당국은“2018년 10월 문제의 GMO감자를 개발한 과학자가 검은 반점이나 발암물질을 줄이는 대신 독성을 축적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실토했고, 시민사회와 국회 또한 반대 입장를 보여서 신중하게 심사하고 있다”면서 “수입승인 신청된 미국산 GMO감자 3종은 ▲튀길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 억제 ▲검은 반점 감소 등의 공통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어 위험성 또한 유사할 것”이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Q. 미국산 GM감자 수입 승인 요구는 그 전에도 있었죠.
A. 미국 정부는 지난해 3월 펴낸 무역장벽보고서에서 ▲반려동물 사료의 광우병 우려 반추동물 단백질 사용 금지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과일에 대한 검역 규제 등과 함께 ▲한국 LMO법의 복잡한 수입승인 심사 절차를 문제삼았다.
지난달 정부는 국회와 협의도 없이, 2011년부터 유지해 왔던 반려동물 사료수입위생조건을 바꿨다. 정부가 그동안 반추동물 단백질 검출을 문제삼아 수입 사료를 반송·폐기한 것만 1,000건에 달한다.
최근 국회에 대한 정부 설명과는 달리, GM감자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30개월령 규제 또한 통상압력의 대상으로 급부상했다. 우리나라가 오랜시간 어렵사리 지켜 온 국민 식탁의 안전망이 해체되고 있다.
Q. GM감자 수입이 승인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나.
A. 심플롯사의 GM감자는 주로 햄버그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튀김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GMO감자를 마트에서 냉동감자로 팔면 표기 의무가 있지만, 식당에서 음식 재료로 사용하면 표기 의무가 면제된다. 청소년들이 원하지 않는 감자튀김을 먹게 될 수 있다.
감자는 쌀, 밀, 옥수수와 함께 4대 식량작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쌀에 이어 자급률이 70%(가공용 포함)에 달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그나마 매년 재배면적이 줄고 있는데, 감자 자급기반 마저 흔들리면 곡물자급률이 22%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식량주권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연간 생산량 55만톤, 1인당 소비량 15kg)
종자주권도 문제다. 국산 감자 종자 시장 점유율은 25%밖에 안됩니다. 이중 정부가 개발한 감자 종자의 비중이 17%에 이른다. GM감자가 수입되면 국산 감자 개발·보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Q.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A. 국회가 그동안 GM감자 도입을 꾸준히 반대해 왔음을 알고도, 사전에 협의나 보고도 없이 환경위해성 협의 심사가 느닷없이 마무리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
어찌됐건 문제의 GM감자에 대한 환경부, 농진청, 해수부의 환경위해성 협의 심사가 마무리되고, 이제 공은 식약처에 넘어갔다. 이제 환경 위해성 뿐 아니라 식품 안전성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규정에 맞춰 형식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보일 듯 말 듯 공지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것인 양 포장하기 보다, 실질적인 국회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이 걸린 중대사인 만큼, 정부는 반드시 국민 다수의 의견을 듣고 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통상협상 전략을 노출해선 안된다며 쉬쉬하거나, 그런 일은 없다는 식으로 눈가림하려 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