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말레이시아 식품시장이 2028년까지 평균 6~7% 성잘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올해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편리성, 디지털화, 가치 추구, 할랄, 건강 등이 꼽혔다.
집밥을 먹을 때도 냉동식품이나 배달을 이용하고, 소비형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채널로 이동하며, 할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며, 지속 가능한 환경, 건강, 인권 평등 등 단순 욕구 충족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Kati에 따르면 시장조사 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2023년 말레이시아 식품 시장 규모가 576.0억 불 수준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한 것으로 평가했다. 2024년에는 622.9억불(82조 7958억 6800만원) 가까이 성장하며 2028년까지 연간 6.8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년과 비교해 가장 큰 폭으로 품목은 스낵류(7.7%)로, 그 뒤를 유제품, 육류 채소 등이 뒤따르고 있다.
對 말레이시아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 규모는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 약 19% 수준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지난 2023년은 수출 실적 226.4백만불(3008억 8560만원)로 전년 대비 17.6%가 성장했다. 주요 요인으로 한국계 편의점의 활성화, K-콘텐츠 열풍으로 다양한 한국식품에 친숙해진 대중 등을 꼽을 수 있다.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하는 라면, 스낵류, 커피 조제품 등 다양한 가공식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고 딸기, 포도 등 프리미엄 한국산 과일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유로 모니터(Euromonitor)는 말레이시아 소비자 동향 보고서 중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편리성, ▲디지털화, ▲가치 추구, ▲할랄, ▲건강 등 5가지를 꼽았다.
유로 모니터 관계자는 "디지털화, 경험 및 가치 중시 등 세계적 흐름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말레이시아 국민의 성향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리성(Convenience)
팬데믹 기간 집콕생활을 하며 다양한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기도 했던 말레이시아 소비자는 생활 양식이 변화함에 따라 간편하고 쉬운 식품을 찾는 추세다. 외식하더라도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받기보다는 코피티암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듯 편의점에서 김밥과 라면을 먹거나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냉동식품, 배달, RTD 제품 등을 활용해 조리 수준의 간단한 과정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디지털화(Digital living)
말레이시아는 인터넷 보급률이 높고 소셜미디어 사용 빈도도 높은 국가다. 팬데믹 이후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던 온라인 배달 주문 플랫폼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다. 유통매장은 자사 온라인몰을 통한 직접 배송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틱톡(TikTok) 숍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온라인 쇼핑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내용을 따라 해서 올리는 바이럴(viral) 형태 포스팅이 많이 시도되는 곳 중 하나로, 앞으로도 MZ세대는 글로벌 온라인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프라인 구매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소비 형태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은 경험 중심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 형태 역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채널에서 구매하는 하이브리드 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가치 추구(Pursue of virtue)
2010년대 중반 이후 대한민국에서 유행한 소비 트렌드로 ‘가심비’라는 단어가 있다.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추구한다는 개념으로, 최근 말레이시아 소비자의 소비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초개인화에 익숙한 MZ세대에게 더 이상 절약만을 강조하는 가성비는 매력적인 소비 개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소비를 현명한 소비로 판단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환경, 건강, 인권 평등 등 단순 욕구 충족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할랄(HALAL)
인구의 63% 이상이 무슬림인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할랄(Halal)은 항상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키워드다. 하지만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원재료 중 종교상 문제가 있는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할랄 인증이 없으면 구매를 꺼리는 무슬림 소비자를 젊은 층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계 편의점의 인기가 높아지고 젊은 층의 일상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성과다. 하지만 젊은 층이 선호하는 가공식품(스낵, 음료류 등) 중에서 할랄 인증 품목이 다양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건강(Wellness)
과거 말레이시아 국민의 전통적인 식습관은 건강과 거리가 먼 형태였다. 과당 음료를 매 끼니 곁들이며 짜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말레이시아는 전체 인구 중 당뇨 위험 환자 비율이 20%에 육박한다. 최근 10대 당뇨 발병 환자도 확인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국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설탕세를 상승하기도 했다. 일반 소비자 역시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하는 방향으로 인식 개선이 이뤄지는 중이다.
유로모니터에서 실시한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건강보조제를 꾸준하게 복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0%로 전 세계 평균 수치인 5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저당, 무가당 음료, 단백질 보충제, 건강보조식품, 식단 관리 식품 등 건강 관리를 위한 새로운 제품군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유통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Kati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식품 시장은 외국 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한국에 대한 호감이 높아 새로운 한국산 제품이 시장 진입을 시도하기 좋은 곳"이라며 "소비 주체가 된 2~30대 젊은 층의 경우 새로운 문화를 시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지만 또 그만큼 빨리 관심이 식는 편으로 꾸준한 소비 수요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곳이다. 소비자의 관심을 지속할 수 있을 꾸준한 홍보 캠페인, 섬세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만족도를 높일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성장하고 있는 지금, 말레이시아 현지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품목을 소개한다면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한국 식품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