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칼럼] EU의 일본산 식품수입규제 철폐를 보면서

  • 등록 2023.07.15 15: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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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푸드투데이 논설실장

유럽연합(EU)이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시행한 일본산 식품의 수입 규제 철폐를 공식화했다. EU 집행위는 규제가 완전히 해제돼도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면서 오염된 냉각수 방류장소 인근의 생선, 수산물, 해조류가 포함된다고 했다. 


한편, 이들 상품에 삼중수소를 포함한 방사성핵종 존재 여부가 감시돼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모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회동에서도 계획대로 방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한국 측과 실시간 공유하고, 방류 점검 과정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하며,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한국 측에 해당 사실 공유 등 을 요청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현재 일본 8개현에 대해서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이 전면 금지되고 있고 그 외 지역에서는 들어올 때마다 수산물에 대한 전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미량이라도 탐지되면 17개 핵종에 대해서 추가 검사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입장에도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는 관련이 없다며 수입 규제 조치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일본이 방류를 보류하고, 한일상설협의체를 구성해 오염수 처리방식을 논의할 것을 요구하며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아직 방류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민주당의 괴담 선동으로 벌써부터 수산물 소비가 줄고 있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검증도 무시한 채 오직 정치적 목적을 위해 괴담선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나라에 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여야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문제를 풀 생각은 하지 않고 각기 자기 목소리만 낸다는 것이다. 정부는 법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여당은 정부의 조치를 변호하며 야당과 시민단체는 무조건 정부와 여당에 맞서 반대 입장을 내세운다. 통상 보수는 전통을 지키려하고 진보는 진취적으로 미래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입장인데 반해 이번 정부 들어서는 서로 상반되게 여당이 진보의 입장이고 야당이 보수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정치지형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은 늘 한편이고 한국과 일본은 제각기 외톨이어서 불안했는데 국가안보를 위해 미래사회에 한국과 일본이 서로 손을 잡는 이니시어티브를 윤대통령이 먼저 제시했다는데 놀라울 뿐이다. 금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입장과 태도에 있어서도 국제사회에 고립되지 않고 IAEA발표를 수용하면서 과거 일본에 대한 미운 감정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보조를 맞추는 것이 더욱 돋보인다. 물론 원전 오염수의 방출이 누구나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과학적으로 안전수준 이내의 수치라면 믿고 안심해도 된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IAEA가 후쿠시마 산 해산물이 안전하다고 해도 이 지역 수산물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아무리 크다 해도 과학적인 기준을 잣대로 허가와 불허를 결정하지 않고 주변의 눈치를 보며 계속 규제를 한다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일정 유예기간 뒤에 안전수준이라면 기존의 규제를 철폐한다든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조치가 되어야 한다. 안전한 기준인데도 계속 규제한다면 다른 나라가 우리정부를 어떻게 볼 것이며 야당과 시민단체도 억지를 부리면 통한다는 나쁜 습성만 조장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광우병 소고기나 GMO식품이 정부의 안전검사를 거쳐 수입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잣대나 태도가 분명치 않음으로써 국민이 판단할 수 없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잘못인  것이다. 정부의 행정집행은 엄정해야지 녹피에 가로왈처럼 기준이 왔다 갔다 하면 결국 국민만 손해를 보고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마는 것이다.


다음은 대통령에 대한 야당이나 사회단체의 예의 문제이다.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올라 나라를 대표해서 다른 나라와 방산수출, 원전건설수주 등 국익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국내에서 대통령퇴진이나 탄핵, 일본의 하수인 등 비방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예의가 아닐 뿐더러 나라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라를 걱정한 나머지 대통령의 잘못을 비방한다고 해도 귀국 후에 해야지 해외순방 중에는 자제하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배운다’라는 도로시 로 놀테여사의 시에 보면 “어릴 때 꾸지람과 미움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비난하고 싸움하는 것을 배우고, 친절함과 평안함 속에서 자라면 남을 존중하는 법과 사람에 대한 믿음을 배운다.”라고 말하고 있다. 성인들 대부분이 어릴 때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탓에 이런 버릇에 길들어져 사회도처에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가 너무 살벌하다.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비난하고 고성으로 싸우는 모습이 이제는 국회에서 거리에서 사라져야 한다. 선진 국민답게 남을 존중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미래사회가 될 수 있도록 성인들부터 변하고 아이들을 좋은 환경에서 자라도록 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격세지감이 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윤대통령이 순방국에서 대접받는 모습을 보면 국격이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를 두고 한국의 입장도 종전처럼 일본에 대한 감정만 내세우지 말고 선진국답게 과학적 데이터를 기준으로 공정하게 처리해야 하고 국민들도 합리적이고 관대한 국민성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정부는 중국이나 북한의 독재정부와는 격이 다르고 우리는 더 이상 일제식민지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자연재해를 입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이제는 이웃나라를 포용하는 나라로 변해야 된다. 그러나 오염수 위해가 우려된다면 정부가 일본의 협조와 국제공조를 통해 철저히 안전장치를 사전에 마련하여 대비하면 될 것이다. 

푸드투데이 김진수 논설실장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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