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홍성욱 기자] 국내 '분유' 시장 강자, 엄마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으며 성장한 남양유업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국내 '1호 갑질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도 전에 오너 리스크에, 과장광고까지. 최근까지 3번의 대국민 사과가 있었습니다. 결국 홍원식 회장은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성난 민심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죠.
일련의 남양유업 사태를 보면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잃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세계적인 기업가이자 투자가인 워런 버핏의 말이 생각납니다.
식품업계 오너 일가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최근 논란이 된 남양유업부터 몽고식품, 미스터피자, 내추럴엔도텍, CJ푸드시스템(현 CJ프레시웨이) 등 심심치 않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1.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모든 것을 책임지고 물러나겠습니다"
1964년 설립 이래 '분유' 강자로 통하며 국내 분유시장 1위를 놓치지 않을 만큼 엄마들 사이에서 높은 신뢰를 쌓았습니다. '고품질 분유'로 분유하면 '남양'이 대명사이였던 시절이 있었죠. '프렌치카페 커피믹스'의 돌풍으로 국내 커피믹스 시장을 장악한 동서식품을 위협하는 등 한때는 남양유업도 잘나갔습니다.
남양유업이 추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5월. 한 본사 영업사업이 지역 대리점 직원을 상대로 한 폭언이 녹음된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부터 입니다. 추가 피해사례까지 공개되며 국내 1호 갑질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죠. 그간 쌓은 이미지는 한 순간에 무너지고 국민적인 공분을 샀습니다. 여론이 들끓자 대국민 사과에 나섰으나 홍원식 회장은 얼굴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남양유업 창업주인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사건도 남양유업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죠. 당시에도 홍원식 회장은 직접 사과문을 냈습니다.
최근 남양유업 이미지 추락에 정점을 찍은 사건이 벌어졌죠. 바로 불가리스의 '코로나19' 효능 관련 과장광고 입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업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인체 대상의 연구가 아니어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일축했고, 식약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남양유업을 고발했습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 불가리스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또 다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3번째 대국민 사과에 나서죠. 홍원식 회장은 모든 것을 책임지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홍 회장의 눈물어린 사과에도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 내츄럴엔도텍 '가짜 백수오' 파동...대국민 사과와 국감장 증인까지
내츄럴엔도텍은 2015년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죠.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궁은 2012년 홈쇼핑 첫 출시 이후 1800억원의 판매액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2015년 백수오와 비슷한 이엽우피소가 제품에 섞여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가짜 백수오 파동' 이 일어났고 이후 판매가 중단됐죠.
김재수 대표는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사죄와 모든 백수오 원료 전체를 소각.폐기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관련 시장에서 백수오 제품은 사라졌습니다.
당시 이엽우피소의 독성과 인체 유해성을 두고 한국소비자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 간의 설전이 벌이지기도 했습니다. 여론이 들끓으면서 9만원이 넘었던 내츄럴엔도텍 종가는 5만대로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시장에서 김재수 대표와 함께 백수오 제품은 사라졌습니다.
2년이 훌쩍 넘어 식약처는 이엽우피소에 대한 안전성 평가 결과를 내놓았고, 내츄럴엔도텍은 홈쇼핑에 복귀했지만 예전 명성을 되찾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3. '부전자전' 몽고식품 - 운전기사 폭행 아버지, 해외로 재산 빼돌린 아들
한 남자가 단상에 섭니다. 고개를 숙이고 사죄를 합니다. 운전기사 상습 폭행과 폭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몽고식품의 김만식 명예회장입니다.
1905년 설립된 몽고식품은 경남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 성장해오다 2015년 김 전 명예회장의 자신의 운전기사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켜 매출이 반토막 나는 최대 위기를 맞죠. 김 전 명예회장은 대국민 사과에 나서고 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후 장남인 김현승 대표가 회사를 맡았으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대외무역법 위반,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2020년 집행유예형을 확정받아 부전자전 행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4. 미스터피자 - 토종 피자 신화에서 갑질.횡령 기업으로
1년 사이 두번의 대국민 사과. 미스터피자 MP 그룹의 정우현 회장입니다.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은 2017년 가맹점 갑질 논란과 종업원 폭행사건 등 다양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사퇴했습니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건물 안에 있는데 출입문을 잠갔가며 경비원을 폭행했죠. 탈퇴 점주에 대한 '보복 영업'도 논란이 됐었는데요.
1990년 이화여자대학교 매장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400개의 가맹점을 거느리며 시장 점유율이 업계 1위에 오른 바 있는 미스터피자는 잇단 사건으로 추락하기 시작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순위 16위 페리카나에 인수되는 굴욕을 맛봐야 했습니다.
5. CJ푸드시스템(현 CJ프레시웨이)...3700여명 대규모 식중독 환자 발생 위탁급식 철수
지난 2006년 학교급식의 운영을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는 큰 사건이 일어납니다. 당시 CJ푸드시스템, 현 CJ프레시웨이죠. 학교급식 집단 식중독 사건으로 서울.경기.인천지역의 27개 중.고교에서 3700여명의 식중독 증세 환자가 발생했고 이 사건으로 CJ푸드시스템은 학교급식 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당시 이창근 대표가 직접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학교급식 운영이 직영 체계로 전환됐고, 당시 많은 중소 위탁급식 업체가 줄도산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