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즉석밥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 제품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이다. 1980년대부터 국내 식품업체들이 가공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냉동밥과 레토르트밥이 출시됐지만 집에서 갓 지은 밥의 질에 미치지 못하고 그 맛이 떨어져 금방 사라졌다.
1990년대는 경제 호황으로 기혼 여성의 취업률이 매년 20% 이상 늘어나고 1인 가구의 수가 차츰 늘어나는 추세였다. 또, 전자레인지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80년대와 확연히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 전개되면서 반조리 식품이나 완전 조리식품을 이용하는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이 되던 시기였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인 햇반을 개발하기에 앞서 소비자들의 식생활 패턴을 분석했다. 개발상품의 주요 소비구매층으로 25~35세 전업 및 맞벌이 주부와 독신자 자취생을 선정한 뒤 맛, 편리성, 보관성 등에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상품 개발에 들어갔다.
이전에 출시된 즉석밥이 객관적인 맛도 떨어졌고 한국인의 식생활 패턴을 간과했다면 CJ제일제당은 1996년 12월 무균포장밥인 햇반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놓는데 성공하게 된다. 전자레인지나 중탕으로 데우기만 하면 압력솥에서 갓 한 밥과 차이가 없는 즉석밥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을 성공시키기 위해 햇반을 연구하는 전담 연구팀이 구성하기도 했다. 11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CJ쌀가공센터는 쌀과 연관된 모든 제품을 연구하고 새로운 맛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이 매일 시식하는 샘플만도 20여 개이며, 연간 시식에 사용되는 샘플 수는 1만개에 달한다.
2001년 96억원이었던 햇반의 매출은 매출은 지난해 4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성장했다. 수량으로 따지면 4억 5500만개가 팔린셈이다.
CJ제일제당은 흰 쌀밥이 전부였던 햇반의 카테고리를 넓히기 위해 1997년 오곡밥 출시를 시작했다. 이후 흑미밥, 발아현미밥, 찰보리밥, 100% 현미밥, 매일잡곡밥, 매일콩잡곡밥, 매일찰잡곡밥까지 다양한 잡곡밥을 내놨다.
또, 6만 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 선천성대사질환자(페닐케톤뇨증·PKU) 들은 일반 음식을 먹으면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몸에 축적되어 정신지체나 뇌성마비 등으로 발전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특수한 밥을 먹어야 하는데, CJ에 이 병을 앓는 자녀를 가진 직원이 있어 이를 전해 듣고는 저단백밥을 개발했다. 저단백밥은 이 사례가 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햇반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자 후발주자들도 즉석밥을 내놓기 시작했다. 오뚜기는 지난 2004년 즉석밥을 출시하며 CJ제일제당의 뒤를 추격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연간 1천2백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점유율은 32.3%를 차지하고 있다.
동원 F&B는 흰 쌀밥보다 잡곡밥 특화해 발아현미밥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2016년에는 자사 브랜드인 '쎈쿡'을 통해 산나물밥 시리즈를 발매했다. 현재는 이마트의 노 브랜드 즉석밥을 OEM으로 납품하고 있다.
농심도 오뚜기보다도 먼저인 2002년 즉석밥 시장에 뛰어들었다. 농심은 당시 고급 쌀은 고시히카리 쌀을 쓰는 등 고급화 전략을 펼쳤으나 흥행에 실패해 2009년에 사업을 접었다가 4년 후인 2013년 재도전, 2016년 완전히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