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스토리] 실수로 만든 밀 조각이 우리의 아침을 사로잡다

  • 등록 2020.04.28 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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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발명가 제임스 케일럽 잭슨 '그래뉼라' 최초 개발
존 하비 켈로그, 잭슨 그래뉼라 요양원 아침식으로 제공해
미국 사업가 C. W. 포스트, 세계 최초 시리얼 대량 상용화
국내 동서식품 vs 농심켈로그 양강구도...그래놀라가 대세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 100년 역사 시리얼, 누가 만들었을까?


요즘처럼 가정 간편식(HMR)이 다양하지 않았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리얼'은 바쁜 현대인의 아침 식사를 해결하는 아주 훌륭한 수단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시리얼의 역사가 무려 100년이 넘었다는 사실. 흔히들 시리얼을 개발한 사람이 켈로그사의 설립자인 존 하비 켈로그라고 알고 있는데, 엄밀히 따져 보면 시리얼을 공식적으로 최초 개발자는 19세기 말 발명가이자 채식주의자인 제임스 케일럽 잭슨이다. 


평소 건강한 식습관을 강조하던 제임스 케일럽 잭슨이 1863년 뉴욕 요양원에서 병원식으로 개발된 것이 시리얼이다. 케일럽 잭슨은 채식과 물에 강한 치유 능력이 있다고 믿었고 이를 바탕으로 섬유소가 풍부한 곡물 가루를 물에 반죽해 굳힌 그래뉼라라는 최초의 시리얼을 발명했다. 하지만 이 그래뉼라는 지금처럼 간편하게 먹을 수 없었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으며 먹기 위해서는 밤새 물에 불려야 했다. 


좀 더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아침식사용 시리얼이 필요했던 존 하비 켈로그는 잭슨의 그래뉼라를 1893년부터 요양소에서 아침밥으로 제공했다. 이 그래뉼라가 요양소에서 큰 호흥을 얻자 켈로그는 동생과 함께 직접 시리얼을 만들기로 하고 연구에 돌입한다.


다음해인 1984년 통밀로 환자식을 만들던 중 자리를 비운 사이 조리하던 통밀가루 반숙이 숙성돼 신선도가 떨어지고 버릴 수 없어 롤러에 둘려서 국수를 만들려던 것이 예상과 달리 롤러에서 조각 조각 납작하게 눌려 나왔고 그렇게 콘플레이크가 탄생됐다. 이렇게 탄생된 콘플레이크는 우유와 함께 제공됐고 환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런 시리얼을 상용화한 인물은 따로 있다. 신경쇠약과 우울증으로 켈로그 요양원에 입원해 있던 미국의 사업가 C. W. 포스트다. 포스트는 요양원에서 아침 식사로 제공된 콘플레이크를 먹고 반했고 아이디어를 얻어 요양소를 나와 1897년 포스트라는 회사를 세우고 그래이프 너츠라는 제품을 대량 생산해 세계 최초로 시리얼 대량 상용화에 성공한다. 


연이은 사업 실패로 건강이 좋지 않아 켈로그가 운영하는 요양원을 찾았던 포스트는 이 요양원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만든 시리얼로 1902년 한 해동안에만 무려 100만 달러를 넘게 벌었다. 


포스트의 성공을 본 켈로그 형제도 1906년 켈로그사를 세우고 Granose Flakes라는 이름의 시리얼을 출시한다. 이후 20세기 초 같은 동네에만 40여 개의 시리얼 제조사가 난무, 시리얼 전성시대가 열린다.

 


# 식어가는 시리얼의 인기 vs 주목받는 그래놀라.뮤즐리


100여년의 역사 동안 시리얼은 미국인의 가장 사랑하는 아침 식사였지만 최근에는 건강식 트렌드에 따라 아침 식사는 시리얼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미국 시리얼 시장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아침 대용 시리얼’ 시장규모는 104억 9300만 달러이며 과거 5년(2014-2018)간 연평균 1%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인들이 다이어트.건강 관리 식품으로 통귀리, 생과일, 견과류 혼합해 만든 시리얼 뮤즐리나 그래놀라를 주목하면서 뮤즐리, 그래놀라 시장은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2023년 ‘아침 대용 시리얼’ 시장규모는 108억 5800만 달러로 추산되며 향후 5년(2019-2023)간 연평균성장률은 1%로 예상된다. 반면 같은 기간 '뮤즐리 및 그래놀라' 시장규모는 5억 9200만 달러로 추산되며 향후 5년간 성장률은 4%로 전망됐다. 

 


# 국내 시리얼 시장 동서식품 vs 농심켈로그 양강구도
후발주자...100% 그래놀라 오리온, 핫 시리얼 롯데제과


이같은 트렌드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시리얼 시장 규모는 약 2300억원으로 이 중 통곡물에 다양한 과일, 견과류 등을 곁들인 그래놀라와 뮤즐리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플레이크의 인기는 매년 시들하다. 

 

 

그래놀라는?
귀리와 각종 견과류에 꿀을 넣어 오븐 등을 이용해 구운 것으로 곡물이 둥글게 뭉쳐 있는 형태로 뮤즐리와는 달리 바삭한 식감이 있다. 보통 말린 과일을 혼합해 만든다.


뮤즐리는?
곡물을 굽거나 뛰기지 않고 자연 그대로 건조한 시리얼로 열을 가하지 않아 양양분의 파괴가 없지만 질감이 거칠어 우유나 요거트를 넣어 먹는다.


시리얼은?
곡류 반죽을 재성형 해 만든다. 보통 작고 아삭아삭한 질감이 있다. 흔히 보편적으로 먹는 옥수수 시리얼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로모터스에 따르면 뮤즐리.그래놀라 시장 규모는 2014년 340억원에서 지난해 693억원으로 103% 상승했다. 2023년에는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플레이크 시장 규모는 2014년 911억원에서 지난해 825억원 감소했다.


국내 시리얼 시장은 동서식품과 농심켈로그가 양분하고 있는데, 2018년 오리온과 롯데제과가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리온은 선두업체와 차별화를 위해 콘플레이크를 섞지 않은 100% 그래놀라 제품만 선보였다. 롯데제과는 따뜻한 우유, 두유, 물 등에 데워서 먹는 핫시리얼로 국내 시리얼 시장의 핫 시리얼 포문을 열었다.


이 시장 강자 동서식품도 '포스트 그래놀라' 시리즈로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동서식품은 2008년 국내 최초로 그래놀라 넣은 시리얼을 출시, 현재 ‘포스트 그래놀라’와 ‘포스트 골든 그래놀라’ 등 두 가지 제품군을 중심으로 다양한 맛의 그래놀라 제품을 판매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동서식품의 포스트 그래놀라 제품군의 지난해 매출액은 340억원을 넘어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관련 업계는 HMR보다 더 간편한 시리얼, 그 중에서도 그래놀라 시장은 쑥쑥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에 바로 말아 간편하게 한 끼를 챙길 수 있어 가정 간편식보다 더 간편하다"면서 "그래놀라는 귀리 등 슈퍼푸드와 함께 구성돼 편의성은 물론 건강까지 갖춰 이전 시리얼에 없는 매력으로 소비자들을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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