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4]이맛에 산다...한국인의 소울푸드 '소주 2편'

  • 등록 2020.04.27 18: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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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출시 당시 35도 였지만 80년대에 25도까지 내려가
인지도 낮던 '처음처럼' 가수 이효리 모델 발탁으로 '참이슬'과 경쟁 구도 형성에 성공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소주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인 1924년 소주는 35도로 매우 독한 술이었다. 35도의 도수로 인해 소주는 남성의 전유물과 같은 술이었다. 광복 후 1965년에도 30도로 내려갔고 80년대에는 25도까지 도수가 점점 내려갔다.

이때 광고 모델들은 노주현, 백일섭 등 남성성이 강한 남자 연예인들이 주류를 이뤘다. 진로 소주의 광고 메시지는 '땀 흘린 보람 뒤엔 언제나 진로' 힘겨운 노동 뒤에 마시는 노동주라는 공식이었다. 

 

하지만 1998년 진로는 23도짜리 소주 '참이슬'을 출시하면서 이변이 생긴다. 이후 2006년에는 두산(이후 롯데에 인수합병)이 21도짜리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순한 소주'를 표방하는 도수 경쟁이 시작된다.

 

소주 도수가 낮아지면서 여성 모델이 나타나게 됐다. 주류업계 입장에서는 여성모델을 기용하면서 여자도 소주를 마신다는 이미지를, 남성 소비자들에게는 술친구 이미지를 심어주며 남성과 여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소주광고모델은 여자연예인에게는 화장품광고만큼이나 인기의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1대 모델인 이영애를 시작으로 김태희를 거쳐 아이유와 아이린이 활동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이효리와 유이, 수지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실제로 '처음처럼'의 대표 광고모델은 이효리-이효리-이효리가 완성형이다.

 

'처음처럼'의 1대 모델은 탤런트 이영아다. 하지만 당시 인지도가 낮은데다가 출시 당시 '참이슬'이 독주하던 시절이었다. 고심하던 롯데주류는 이효리라는 카드를 던진다. 결과는 대성공.

 

8번의 재계약을 거쳐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처음처럼'의 모델로 활동한 이효리의 광고효과는 대단했다. 롯데주류는 ‘흔들어라’라는 슬로건과 함께 이효리의 댄스를 통해 이효리의 건강하고 섹시한 이미지를 활용했다.

2000년대 초반 최고의 톱스타였던 이효리는 처음처럼의 얼굴로 활동하면서 참이슬이 독주하던 소주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인지도 면에서 참이슬에게 치이는 밀리는 신규 브랜드였던 처음처럼은 이효리가 신의 한수였다. 2005년 5.3%였던 시장 점유율이 2012년 15%에 진입했다.

 

롯데주류는 이효리가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보기 드물게 '그동안 즐거웠다'라는 슬로건으로 헌정 광고와 '효리처럼' 라벨이 붙은 '처음처럼'을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효리와 아름다운 이별을 한 롯데주류는 2012년 처음처럼의 광고 모델로 아이돌 그룹 멤버인 현아, 효린, 구하라를 동시에 기용해 걸그룹 어벤져스 광고를 만들어 이효리의 빈자리를 채웠다.

2013년에는 조인성·박준희를 모델로 채택했다. 이 광고는 남녀 커플이 다정하게 술을 마시는 등 자연스러운 콘셉트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롯데주류의 라이벌인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모델인 아이유도 이효리처럼 광고모델로 롱런했다. 아이유는 맑고 깨끗함을 강조하는 참이슬의 이미지와 아이유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이유로 아이린이 발탁되기 전인 지난해 말까지 4년동안 '참이슬'의 얼굴로 활약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커플 콘셉트 광고를 진행했다. 2012년에는 문채원과 유아인이 2013년 공효진과 이수혁이 2014년 이유비와 김영광, 그리고 최근에는 아이유와 박서준이 호흡을 맞췄다.

연인간의 설렘과 풋풋한 연애 이야기를 다양한 상황에 담은 연애 스토리로 참이슬의 깨끗한 이미지 전달하는 내용이 광고의 주된 내용이었다.

 

광고만큼이나 저도주 경쟁도 치열했다. 롯데주류는 2006년 21도 제품이 주를 이뤘던 국내 소주시장에 ‘20도 처음처럼’을 선보이며 부드러운 소주를 강조했다. 2007년부터는 그보다 낮은 도수인 19.5도로 낮추고 이효리와 ‘흔들어라 캠페인’을 진행했다. 여성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롯데주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4년에는 7년 만에 알코올 도수를 1도 낮춰 ‘18도 소주’를, 2018년에는 ‘17도 소주’를 출시한다.

 

하지만 서울에서 저도주 바람을 몰고온 주역은 하이트진로였다. 2015년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저도주 참이슬16.9로 17도 벽을 허물었다. 지난 4월 ‘뉴트로(New+Retro)’ 콘셉트로 ‘진로(眞露)’의 도수도 16.9도로 맞췄다. ‘진로이즈백’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소주는 단숨에 하이트진로의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소주의 저도주 추세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젊은 층은 베이비부머 세대들과 다르게 '부어라 마셔라'하지 않고 가벼운 술을 선호하는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여성음주인구의 증가도 저도주가 대세인 분위기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독주 수준이던 35도의 소주는 저도주 바람을 타고 도수가 낮아지고 과일소주의 열풍이 불고 레트로 바람이 불며 다양한 제품이 뜨고 지고 생겨나고 없어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비울수록 진심 혹은 본성이 드러나는 '마법의 초록병' 소주의 미래는 또 어떠한 진화를 거치게 될까?

 

푸드투데이 조성윤 기자 w74360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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