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맥주, 라면, 과자 등 일본산 식품의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일본에서는 3대 필수 소재에 이어 김, 파프리카 등 우리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감광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핵심 생산소재 3가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했다. 이어 다음달 2일 우리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국내 소비자들 중심으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전국민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 국내 소비자, 맥주.라면.과자 등 일본 식품 불매운동 확산
일본산 식음료.농수산물 수입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 올라와
국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식품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일본 식품에 대한 매출 감소는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 일본 맥주인 아사히맥주는 여름 맥주 성수기 시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감소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아사히의 판매량은 0.8% 감소, 시장 점유율은 17.8%에서 15%로 2.8%p 줄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주요 편의점은 다음달 맥주 할인 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할 방침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산 식음료 및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산 식음료포함 농수산물 수입금지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WTO승리라는 명분이 있음에도 여전히 일본산 수산물외에도 농산물이 수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정부에서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철저히 일본산 농수산물 및 식음료 첨가물 등의 수입에 대해서 금지 조치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원전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식음료가 무방비 상태로 국내에 유통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바 이에 대한 정보무지로 어린이 및 일반 국민들이 노출돼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을 심히 위협된다"며 "강력히 일본산 식음료 포함 농수산물 규제를 강화해주기를 청원한다"고 요청했다.
이날 올라온 해당글은 29일 오후 4시 50분 현재 467명이 추천한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민청원안전검사제 게시판에 일본산 원료로 만든 식품을 조사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자는 "국내 판매되는 식품 중 국내 대형 식품업체에서 만드는 제품의 원료가 일본산이라고 들었다"며 "일본 정부의 방사능 관리는 믿을수 없고 식품 원료도 당연히 믿음이 안간다. 일부만이라도 우선 방사능검사해달라"고 청원했다.
◇ 일본 국내 농식품 수출 1위 국가...파프리카.김.김치 등 관련산업 타격 불가피
문제는 한일 양국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제품의 피해도 불기피하다는 것이다. 일본이 경제 보복 카드로 한국 농수산물과 식품의 수입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실제 일본이 한국 농수산물과 식품의 수입을 규제할 경우 국내 관련산업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일본은 우리 농식품 수출 1위로 최대 시장이다. 특히 국내 파프리카의 경우는 일본 수출 비중이 99%에 달한다. 김 역시 22.5%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국내 농산물 수출로까지 번질 경우 신선 채소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제주산 양식 광어에 대한 검역이 강화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달부터 제주 양식 광어 수입량에 대한 검역 비율을 20%에서 40%까지 높였다. 신선도가 핵심인 활광어의 경우 통관시간이 길어지면 이것 자체가 수출규제라는 것이다.
일본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2011년 제주산 양식광어에서 식중독 원인체를 발견하면서 이름을 붙인 '쿠도아충' 때문이다. 제주 양식 광어 4~5%에서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 과학자들이 일본연구와 동일한 조건으로 분석했지만 쿠도아충이 식중독을 유발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현재까지도 과학적으로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결국 일본이 이를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과 최근 한일간 무역전쟁 등에 따른 후속 보복조치 가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는 향후 일본의 조치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일본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시 통관지원 및 국내 소비 촉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aT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한국 농식품에 대해)검사 강화가 되면 통관이 지연된다. 이렇게 되면 신선식품이 타격을 받는다"며 "품목별 대응 방안 회의를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으며 공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통관지원, 국내 소비 촉진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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