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보면 부러울 것 없이 잘 사는 사람이 갑자기 자살을 하거나 삶의 괴로움을 하소연 하는 일이 있다. 돈으로 치면 재벌 수준으로 잘 살면서 자살한 사람들도 있고 대중에게 인기 높은 젊은 탤런트가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외국에서 십여 년 간 힘들게 공부하여 학위를 따고 좋은 직장에서 존경 받는 교수생활을 하다가 아깝게도 자살해 버리는 경우도 보았다. 이렇게 자살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자기의 삶이 그 누구보다 괴롭거나 참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더라도 아마도 가지고 있는 것들은 전혀 위안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가지고 있지 못한 것과 그로 인해 오는 고통만이 그의 온 정신을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마치 아무리 호화로운 집안에 앉아 있더라도 손톱 밑에 가시가 박혀 있으면 전혀 편안하지 않은 것과 같다.
그 가시가 그냥 있는 한 그의 모든 신경은 그 곳에서 나오는 고통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손톱 밑의 가시는 뽑아버리면 되지만 마음에 박힌 가시만은 그렇게 쉽게 뽑아지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때로는 자신이 마음속에 박힌 가시를 뽑아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한 두 개씩의 마음속 가시를 가지고 살고 있다. 이 가시는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고통에 울게 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그 가시 때문에 생기는 고통을 잊기 위해 열심히 살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의 가시를 생의 원동력의 하나로 생각하고 본인이 뽑지 않고 놓아두는 수도 많다. 계속 괴로워하면서도 말이다. 이럴 때는 수준 높은 친구와 대화하거나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그 고통이 바로 마음에 박힌 가시에서 오는 것이란 것을 깨달아야만 비로소 대화나 치료가 가능하다는데 있다.
이러한 점은 국가라고 하는 공동체의 입장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우리가 지난 4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해 냈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엄청난 결과들은 우리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우리가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한 것 때문에 더 아파한다.
우리의 유전자 속에는 근세에 경험한 두려움이 각인되어 있다. 일본의 강점, 세계대전, 해방, 미군의 통치, 남북분단과 남북전쟁, 군사혁명, 학생혁명, 경제발전, 민주 투쟁, 좌경화, 이런 것들은 지금 살아계신 부모나 조부모가 자신이 살아온 한 세대 만에 겪어낸 경험들이다. 따라서 줄기차게 계속된 변화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우리가 아직 갖지 못한 것들, 우리의 안전을 지켜줄 것들을 확보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온 부모세대들은 이해할 만하다. 그들은 주위를 돌아보며 삶의 여유를 찾아보지도 못한 채 가슴마다 한 두 개씩 가시가 박힌 채로 살아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 박자 쉬어갈 때라고 생각한다. 지난 10년은 IMF위기에서 벗어나는 데에 썼던 인고의 시절이었다. 지금은 쉬지 않고 곧장 우리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며 앞으로 계속 뛰게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우리에게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확인해 볼 때이다. 끊임없이 경제성장 한다 해도 상대적 빈부의 차는 있게 마련이고 경제만으로 우리 가슴의 가시를 뽑아낼 수는 없다.
우리가 숨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잊었던 것들, 인간다운 존엄과 이웃사랑, 나눔, 우아함..이런 것들을 찾아나가야 한다.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몸에 배인 비천하고 비인간적이며 천박한 우리의 모습을 바꿔나갈 때이다.
이제 우리의 평균 수명이 82세이며 매년 1.2세씩 평균 수명이 늘어 간다는데 향후 20년 안에 평균 수명 100살이 넘게 된다. 나이 들어 비로소 자신이 살아온 삶이 천박한 것임을 깨닫기 전에 미리 자신이 가진 가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가슴에 박힌 가시를 빼내어 사는 동안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푸드투데이 fenews 기자
001@fenews.co.kr
Copyright @2002 foodtoday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