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대 건기식에 흔들린 약국…유한·동아·일동과 꺼낸 반격 카드

  • 등록 2025.12.11 16: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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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편의점 초저가 공세에 제약 3사와 손잡고 ‘실속형 라인업’ 본격 가동
유한양행 ‘기본·특화 케어’ 8종·동아제약 1만 원 이하 ‘팜베이직’ 8종 선봬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가성비’가 핵심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전통적 판매 채널인 약국이 정면 승부에 나섰다. 다이소와 편의점이 3,000~5,000원대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넓히자 약사회가 제약사와 손잡고 저렴하지만 품질은 유지한 약국 전용 건강기능식품을 본격 개발하며 ‘약국 회복 전략’을 가동한 것이다.

 

온라인·편의점 중심으로 이동한 소비자를 약국으로 다시 끌어오기 위해 약국은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닌 ‘전문성 + 신뢰 + 합리적 가격’이라는 새로운 조합을 내세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시장에 움직임을 보인 곳은 유한양행으로, 약국 중심 가성비 시장을 여는 신호탄이 됐다.

 

유한양행은 지난 11월 약국 전용 실속형 건강기능식품 8종을 출시하며 약국을 위한 전용 라인업을 ‘기본 케어’와 ‘특화 케어’로 구분해 구조화했다.

 

눈·뼈·간 등 기초 관리 제품에서부터 인지·항산화·수면 등 특화 기능 중심의 제품까지 소비자 니즈를 세분화해 약국 상담과 자연스럽게 연계되도록 설계했다. 단순히 저렴한 제품이 아니라 “약국에서는 목적 맞춤형 조합을 제안한다”는 차별성을 노린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곧 동아제약으로 확산됐다. 지난 10일 출시된 동아제약의 ‘팜베이직’은 대한약사회와의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탄생한 약국 전용 실속형 브랜드로, “약국에서도 1만 원 이하 가성비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팜베이직은 약국에서 수요가 가장 높은 8대 기능성 중심으로 구성됐다. 눈 건강(루테인지아잔틴), 혈행 개선(오메가3), 장 건강(프로바이오틱스), 종합영양, 간 기능(밀크씨슬), 혈압 관리(CoQ10), 관절(보스웰리아), 혈당·체지방 관리(카테킨·바나바) 등 핵심 제품군을 1개월분 기준 모두 1만 원 이하 가격대로 맞췄다.

 

또한 루테인지아잔틴·보스웰리아 등 일부 품목에는 개별인정형 원료를 적용하는 등 품질 기준도 유지했다. 가격을 낮추면서도 약국이 강조해온 전문성·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절충형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약국–제약 협업 모델은 지역 단위로도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약사회와 인천약사회는 지난 8월 각각 일동제약과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해 지역 약국의 경영과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독자적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약사회는 일동제약의 온라인 플랫폼 ‘새로팜’을 활용해 주문·결제·물류를 통합하는 등 소규모 약국의 운영 효율 개선까지 포함한 디지털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약국이 잇따라 ‘실속형’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내놓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제품을 추가하는 차원이 아니다. 다이소·편의점이 3,000~5,000원대 건기식을 대거 들여놓으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상황에서 약국 역시 더 이상 ‘신뢰만으로’ 소비자를 붙잡기 어려운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다이소와 편의점이 건기식 시장을 선점하며 시장 판도가 크게 흔들렸다.

 

다이소는 3,000~5,000원대 초저가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라인업을 30종에서 90종으로 확대했고, 입점 브랜드도 3개에서 13개로 늘렸다.

 

GS25는 5,000원 이하 소포장 제품을 전국 매장에 배치해 누적 판매 100만 개를 돌파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CU와 세븐일레븐 역시 3,000원대 소용량 제품을 전국 수천 개 매장에서 즉시 공급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가격 경쟁력과 24시간 접근성, 구매 편의성을 앞세운 편의점·다이소의 이 같은 공세는 약국 입장에서는 사실상 ‘고객 이탈’로 직결됐다. 이 변화는 소비자 조사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7.9%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89.9%는 구매 전에 온라인에서 제품 정보를 탐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구매 채널을 보면 온라인·소셜커머스가 32.7%로 가장 높았고, 약국은 14.4%로 3위에 머물렀다. 특히 20~40대는 스마트스토어와 소셜커머스 중심으로 완전히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약국을 주요 구매처로 꼽는 비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즉, 소비자는 가격과 편의를 따라 이동했고, 약국의 전통적 강점이었던 ‘신뢰 기반 구매’는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기식 시장이 편의점·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약국이 실속형 라인업을 구축하고 제약사와의 협업 모델을 확대하는 흐름은 단순한 유통 변화가 아니라 건기식 산업의 구조적 재편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약국이 실속형 라인업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가성비’와 약국이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의 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라며 “결국 소비자는 가장 합리적인 곳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국이 이번 변화를 기점으로 상담 기반 프리미엄 서비스와 실속 제품을 동시에 제공하는 이중 전략을 확립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의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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