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1950년대, 한국전쟁이 끝나고 서울은 폐허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흰 쌀밥은 사치였기에 보리밥이라도 배부르게 먹는 다면 감사한 하루였다. 미식에 대한 갈증보다 삼시세끼 굶주리지 않고 배부르게 먹던 것이 중요하던 시절, 이 시기의 식품 기업가들은 먼 미래를 내다봤다. 선진국의 식문화와 맛에 대한 기호, 그리고 기술력을 확장하고 시행착오를 거친 불굴의 의지로 진통을 겪고 제품을 내놓았다.
2026년 현재 한국의 집밥, 외식문화, 프랜차이즈등 모든 카테고리를 통합해서 K-푸드라는 명칭이 붙었다. 하지만 K-푸드의 일등공신은 단연 ‘가공식품’이다. 위생적인 공정을 거치고 획일화된 맛, 그리고 보존성을 보장하는 가공식품은 한국의 식탁을 평정한 것은 물론 지구를 몇 바퀴씩 돌고 있다.
한국음식은 머지않아 K-푸드라는 무언가를 분류하는 명칭대신 ‘햄버거’와 ‘피자’처럼 단일 메뉴를 말했을 때 음식에 대한 단상이 먼저, 그리고 한국이 연상될 만큼 국가와 인종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메뉴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의 맛의 시작은 초라했다. <편집자 주>

라면 만큼 한국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메뉴가 있을까. 넉넉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하고 인기있는 제품이 된 라면은 한국인의 식탁을 넘어 세계인의 밥상에 오르고 있다.
“신라면(辛) 한 그릇(一)의 행복(幸)”
강렬하면서도 맛있게 당기는 매운맛, 번거롭지 않은 한 끼의 간편함, 그리고 누구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한 그릇의 따뜻한 온기. 신라면을 통해 세계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일상의 경험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K라면 대표주자 ‘신라면’이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이했다. 1986년 10월 첫선을 보인 신라면은 1991년 국내 라면 시장 1위에 오른 이후 단 한 차례도 정상의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유일한 제품으로,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업계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매년 30~40종의 신제품이 출시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장기간 시장 1위를 유지한 사례는 식품 산업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신라면은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판매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출시 초기부터 신라면의 성장세는 두드러졌다. 1986년 출시 첫해 석 달 동안 약 30억 원의 판매고를 올린 데 이어, 이듬해인 1987년에는 연 매출 180억 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1991년 신라면은 국내 라면시장 1위에 등극했고, 현재까지도 그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라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제품은 삼양라면(1963~1986), 안성탕면(1987~1990), 신라면(1991~ ) 단 3종에 불과하다.

신라면의 성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신라면은 2015년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 최초로 누적 매출 10조 원을 돌파했으며, 2021년에는 브랜드 전체 매출에서 해외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2024년 신라면 브랜드의 국내외 매출은 1조 3,400억원에 달한다. 농심은 2025년 말 기준, 신라면 브랜드의 누적 판매량이 425억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면 한 봉당 면 길이가 약 40m인 점을 고려하면, 이를 모두 이었을 때 둘레 약 4만km인 지구를 42,500번 가량 휘감을 수 있고,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약 1억 4,960만 km)를 6회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Korea No.1에서 Global No.1으로! K푸드 선봉장 ‘신라면’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국내 라면 제품 중 최초로 매운맛을 구현, 매운 라면 시장의 포문을 연 제품이다. 신라면 출시 이전 국내 라면시장은 순하고 구수한 국물의 제품 위주였으나, 농심은 맵고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착안해 얼큰한 소고기장국을 모티브로, 깊은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라면 개발에 나섰다.
농심 연구진은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맛 실험을 진행하고, 국밥 등 국물요리에 주로 넣어 먹는 다진양념의 조리법을 적용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국물맛을 만들어냈다. 또한, 신라면은 기존 라면에 비해 면 식감도 더 나아졌다. 애초에 ‘안성탕면보다 굵고 너구리보다는 가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농심 연구진의 목표였고, 이를 위해 농심은 2백개가 넘는 면발을 개발하고 테스트한 끝에 신라면에 적합한 면발을 완성해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신라면은 출시와 동시에 빠르게 라면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 나가며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매운맛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신라면’은 시장 트렌드 변화와 글로벌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해 다양한 변신을 거듭해나가고 있다. 농심이 지난해 출시한 신라면 툼바는 특유의 매콤 꾸덕한 맛으로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지난해 9월까지 국내외 누적 판매량 6,000만봉을 달성했다. 특히, 일본 유력 경제 전문지 닛케이 트렌디(Nikkei Trendy)가 발표한 ‘2025년 히트상품 베스트30’에 농심의 ‘신라면 툼바’가 한국 라면 최초로 이름을 올리는 등 세계적인 K라면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어, 농심은 지난해 11월 ‘신라면 김치 볶음면’을 새롭게 선보이며 글로벌 소비자 입맛에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약 2년 간의 개발과정 끝에, 매콤함과 달콤함의 조화를 뜻하는 스와이시(Swicy) 트렌드를 반영해 외국인에게 친숙한 단맛과 한국식 매콤달콤한 맛을 조화롭게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농심의 2026년 글로벌 주력 제품으로, 지난해 12월 수출을 시작해 올해 말까지 70여개 국에 수출될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을 통해 한국 고유의 매운맛이 세계인의 일상 속에 자리잡았다”며 “앞으로도 제품 혁신과 글로벌 시장 확장을 통해 K푸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라면이 전 세계에 건네는 새 인사 ‘Spicy Happiness In Noodles’
농심이 지난해 7월 신라면의 글로벌 브랜드 슬로건을 ‘Spicy Happiness In Noodles’로 정하고, 전 세계 소비자들과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신라면의 영문명 ‘SHIN’에서 따온 이번 문구는,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지켜온 브랜드의 뿌리와 앞으로의 비전을 담고 있다. 매운맛(Spicy)이 주는 활력과 한 그릇의 즐거움(Happiness), 그리고 국경을 넘어 함께하는 음식(In Noodles)으로서 세계인의 삶을 맛있게 채워나간다는 포부다. 아울러 농심은 수출용 신라면을 포함한 18종의 포장지에 ‘Korea No.1’이라는 문구를 새겨, 한국 대표 라면의 정체성을 부각했다. 국내 1위 라면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해외시장에서도 이어가려는 전략이다.
또한, 농심은 지난해 11월 신라면의 첫 글로벌 앰배서더로 K팝 걸그룹 에스파(aespa)를 발탁했다. 세계적 팬덤의 에스파와 함께 신라면의 글로벌 슬로건 ‘Spicy Happiness In Noodles’를 전 세계에 알리다는 계획이다. 신라면이 글로벌 앰배서더를 기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에스파는 K팝을 중심으로 신라면의 맛과 가치를 전 세계에 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농심이 공개한 에스파 버전 글로벌 광고는 K팝 뮤직비디오 스타일로 제작됐다. 영국 팝그룹 ‘스파이스 걸스’의 히트곡 ‘Spice up your life’를 에스파가 새롭게 재해석하고, 라면 포장을 뜯는 동작을 안무로 만든 ‘신라면 댄스’, SHIN을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로 MZ세대와 해외 팬덤의 호응을 끌어낼 요소를 촘촘히 담았다. 또한 농심은 에스파 스페셜 패키지, 포토카드, 글로벌 유통 매장 이벤트 등으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며, 글로벌 브랜드로서 한층 더 폭 넓은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한편, 농심은 2026년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세계 3대 겨울축제(하얼빈 빙설제, 삿포로 눈축제, 퀘벡 윈터 카니발) 참여를 시작으로 다양한 국제 행사와의 협업을 확대, 글로벌 소비자들과의 접접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국경과 문화를 넘어 더 많은 소비자가 신라면의 매콤한 행복(Spicy Happiness In Noodles)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에서 브랜드 경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농심 비전 2030
농심이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비전2030’을 선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약을 본격화할 기반을 다졌다. 농심은 오는 2030년까지 매출 7조 3천억 원, 영업이익률 10%, 해외매출 비중 61%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농심은 미국·멕시코·브라질·인도·영국·일본·중국 등 7개국을 핵심 타깃 시장으로 지정했다. 지역별 소비자 특성과 유통 구조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주력 제품인 신라면, 너구리 등의 입점 채널을 넓히는 한편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K푸드 열풍을 기회 삼아 신제품 출시와 함께 마케팅 활동을 적극 전개하며,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데 집중한다.
라면에 이어 스낵을 ‘제2의 코어 사업’으로 육성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먹태깡, 빵부장 시리즈 등 히트 상품을 중심으로 해외 거점 마련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스낵 사업을 글로벌 성장축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스낵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라며 라면과 쌍두마차를 이루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농심의 글로벌 전략 한가운데에는 단연 신라면이 있다. 1986년 출시 이후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은 올해 새로운 글로벌 슬로건 ‘Spicy Happiness In Noodles(S.H.I.N)’을 공개했다. 매운맛(Spicy)이 주는 활력과 한 그릇의 즐거움(Happiness),그리고 국경을 넘어 함께하는 음식(In Noodles)으로서 세계인의 삶을 맛있게 채워나간다는 포부다.
한편, 농심은 생산 인프라 확충도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5월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의 착공식을 열고 본격 건설에 들어갔다. 약 1만1280㎡(약 3400평)의 부지에 연면적 약 4만8100㎡(약 1만4500평) 규모로 들어서는 이 공장은 2026년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완공 후 3개 라인이 우선 가동되며 연간 5억 개의 라면을 생산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출물량을 전담해 왔던 부산공장 생산량(6억 개)과 구미공장 수출 생산량(1억 개)을 합치면 농심의 연간 수출용 라면 총 생산량은 12억 개 수준으로, 현재보다 약 2배 증가하게 된다. 향후 해외 매출 성장에 따라 녹산 수출전용공장의 라인은 최대 8개까지 증설 가능하며, 생산능력은 현재의 약 3배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
더불어 농심은 지난해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농심 유럽'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조직 정비와 물류 거점 확보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프랑스, 독일, 영국 등 핵심 유통 채널에 대한 직접적인 영업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지 식문화에 맞춘 제품 포트폴리오 개발도 진행 중이다. 농심은 유럽에서 최근 5년간(2019~2023년) 연평균 25%에 달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2030년까지 유럽 매출 3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유럽 소비자들이 K라면을 일상적으로 즐기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겠다"며 현지 맞춤 전략을 이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