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의도 뒤덮은 ‘농심 함성’…2만 농민, 왜 생업 접고 상경했나

  • 등록 2026.04.21 18: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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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주인은 조합원”…직선제·정부 감독 확대에 현장 반발 확산
강호동 회장 “관치 회귀 안 돼”…조합장 96.1% ‘직선제·감독권’ 반대

[푸드투데이 = 노태영 기자] 21일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 일대가 거대한 ‘농심(農心)’으로 뒤덮였다.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농민과 조합장 약 2만 명은 도로를 가득 메운 채 "농협의 주인은 조합원"을 외치며 정부와 국회의 농협법 개정 추진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오후 평소 차량과 버스가 오가던 여의도 환승센터 앞 도로는 '농협 자율성 수호’ 결의대회 참여를 휘애 전국에서 모여든 농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참가자들은 ‘농협 자율성 수호’, ‘관치 농협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을 외치며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현장 곳곳에서는 “개혁이 아니라 개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농민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농협법 개정안을 ‘관치 행정의 부활’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정부 감독권 확대를 핵심 쟁점으로 지목하며, 현장 의견이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지역 조합장은 “평생 농사만 지어온 사람들이 생업을 멈추고 서울까지 올라온 이유를 정부는 돌아봐야 한다”며 “탁상에서 만든 개혁안은 농협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결의대회의 정점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발언이었다. 강 회장은 참담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이면서도, 개정안에 대한 입장에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강 회장은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 농협의 민주화가 70~80년대 관치 농협으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쟁점인 ‘187만 조합원 직선제’에 대해 “지역 구도 고착화와 돈 선거 부작용이 세 살 아이도 알 만큼 명백하다”며 “충분한 공론화 없이 추진되는 개혁은 또 다른 혼란만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헌법 제122조를 인용하며 “국가는 농어민의 자율적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며, “외부 통제가 아닌 자율성이 진정한 육성”이라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관치 감독 중단 ▲독소조항 폐기 ▲협동조합 정체성 수호 ▲감사 기구 신설 철회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 중단 등 5대 요구사항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했다. 비대위는 향후 추가 집회와 대응도 예고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박경식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농협의 자율성 상실은 곧 농업의 위기”라며 “속도전식 입법이 아닌 충분한 토론과 공청회를 통해 합리적인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만희, 김선교, 정희용 의원 등 여당 의원들도 참석해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2일부터 권역별 설명회를 열고 개정안 취지와 내용을 직접 설명하며 갈등 진화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농협의 주인은 정부가 아닌 조합원”이라는 현장의 반발이 거센 만큼, 향후 입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푸드투데이 노태영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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