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K-푸드 외교관(2)]우연한 기회가 만든 위대한 탄생...초콜릿 코팅 과자 오리온, ‘초코파이’

  • 등록 2026.01.28 18: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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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에 걸친 실험과 개발을 통해 1974년 4월 출시, 첫 해부터 10억 원 매출 기록
1997년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 후 해외 진출 본격화
2017년 글로벌 연구소 출범 이후 각 법인의 R&D 역량 통합...각국 소비자와 시장 특성에 맞춘 새로운 맛 매해 선봬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한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적인 것이 가쟝 세계적인 것이 됐다. K-컬쳐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식품이다. 한인들의 전용식품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현지인들도 라면부터 스낵 주류까지 한국음식을 찾고있다. K-푸드는 어떻게 시대적 흐름이 되었을까.

단순한 과자를 넘어 정(情)을 상징하는 간식

오리온 초코파이의 탄생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 1970년대 초 한국 식품 공업 협회 주관으로 식품 기술자 3명과 함께 구미 선진국 순회하던 오리온 연구소 직원들은 한 카페테리아에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보다가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약 2년여에 걸친 실험과 개발을 통해 수많은 시제품을 만들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1974년 4월 드디어 오늘날과 같은 초코파이가 개발되었다. 비스킷과 초콜릿, 빵이 혼합된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과자인 초코파이는 출시되자마자 우유 한잔에 곁들인 주식 대용으로서 고단백, 고칼로리를 가진 영양식 및 건강식품으로서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탄생된 1970년대는 소위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오리온 초코파이 독주의 시대’였다. 1974년 초코파이가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세상에 이런 과자도 있었구나’하고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초코파이는 단순한 과자를 넘어 친구, 동료, 가족과 함께 나눠 먹어 온 추억의 간식으로, 정(情)을 상징한다. 입대하는 삼촌에게 초코파이를 쥐어주는 조카의 마음, 이사를 가는 꼬마가 아파트 경비원에게 헤어지는 섭섭함과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 야단맞은 어린이가 선생님께 사과의 편지를 전하는 마음이 초코파이에는 스며들어 있다. 세대는 달라도 모두에게 초코파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이어주는 매개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초코파이는 1974년 출시 첫 해부터 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1976년에는 수출 실적을 올리며 해외시장 공략에도 눈을 돌렸다. 1987년 4월 20억 원, 1990년 월 매출 30억 원을 경신한 이후 1996년 12월 월 매출 53억 원을 달성하며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단일 제품 월 매출 50억 원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현재 오리온 초코파이는 약 60여개국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를 확장해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코파이는 명실공히 글로벌 브랜드로서 한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를 넘어 북미,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을 다음 목표지로 두고 신시장 개척 및 새로운 라인업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초코파이는 1974년 출시 당시 가격이 50원으로, 당시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이 15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급 과자였다. 출시 2년 만인 1976년 100원으로 오른 뒤 원가 압박으로 부득이하게 33% 증량과 함께 1996년 150원으로 인상했다. 이후 1998년 200원으로 오르는 등 50년 동안 9배 인상됐다. 그동안 자장면 값이 47배(한국소비자원기준, 2024년 1월 자장면 7,069원) 가량 오른 것과 비교하면 인상 폭이 크지 않은 셈이다. 이는 선대 회장인 고 이양구 회장의 경영 철학 ‘이 땅의 아이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과자를 만들겠다’와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업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하오리요우(好麗友)’ 해외 매출액이 국내를 넘는 과자
초코파이는 국내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1997년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고, 이후 베트남과 러시아, 인도에 공장을 짓는 등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왔다. 특히, 2007년 이후부터는 해외 매출액이 국내를 넘어서며 대한민국 과자, 우리나라 제품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글로벌 연구소 출범 이후에는 각 법인의 R&D 역량을 통합, 각국의 소비자와 시장 특성에 맞춘 새로운 맛의 초코파이를 매해 선보이고 있다. 오리온 글로벌 연구소는 한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초코파이의 원재료 스펙 및 제조공정, 품질관리 등을 동일하게 유지 관리하고 있다. 

 

중국에서 초코파이는 ‘하오리요우(好麗友)’라는 브랜드로 판매된다. ‘하오리요우’는 ‘좋은 친구’라는 뜻으로 초코파이가 중국인들에게 좋은 친구로 다가서고 싶다는 뜻을 내포한다. 중국 진출 초기에는 단기적인 매출 상승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초코파이 브랜드 로열티를 구축해 나가는 전략을 펼쳤다. 대형 옥외광고, 대형할인점 프로모션이나 거리 시식회 등을 전개하며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차별화를 이뤄 나갔다. 

중국인들에게 초코파이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줄 묘안으로 당시 중국에서 보기 드물던 대형 옥외 광고물을 건국문(建國門) 지하철역 앞에 세운 이후, 시식회는 북새통을 이루었다. 2008년 말부터는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인(仁)이라는 점에 착안, 포장지에 인(仁)자를 삽입하고 있다. 인(仁) 마케팅은 중국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매출 증대에도 크게 기여했다. 2016년 선보인 말차 맛뿐 아니라 귀리를 원료로 한 펑펑마이, 딸기맛, 우유맛 등 다양한 라인업을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넓혀나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2009년부터 현지어로 정(情)을 의미하는 ‘Tinh’이라는 단어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90년대 베트남 진출 당시 현지 제과시장 역시 열악했다. 국내제품과 달리 낱개 포장보다 벌크(bulk)형으로 판매하는 등 위생문제와 조악한 제품들이 많았다. 오리온은 베트남 시장에서 낱개 포장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을 구축, 현지 파이 시장 약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가정에서는 조상님 제사상 위에 올리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귀성길 명절 선물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등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생일, 밸런타인데이, 결혼 답례 등 기념일 때 초코파이를 서로 주고 받으며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한국은 몰라도 초코파이는 안다’ 러시아 대통령도 반한 달콤함

러시아에서도 ‘한국은 몰라도 초코파이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리온 초코파이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초콜릿을 즐겨먹는 문화, 차(tea)와 케익을 즐겨먹는 식습관, 마시멜로를 구워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러시아인들은 햄버거나 코카콜라 못지않게 초코파이를 즐긴다. 2011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차를 마시며 초코파이를 곁들이는 사진이 언론에 소개되며 대통령도 즐기는 간식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차(텃밭이 딸린 시골 별장)에서 농사 지은 베리류를 잼으로 먹는 러시아 현지 문화에 착안해 라즈베리, 체리, 블랙커런트, 망고 등 잼을 활용한 초코파이를 출시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12개의 초코파이를 생산·판매 중이다. 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3년간 준비한 사업부지 152,252㎡(약 46,056평), 연면적 42,467㎡(약 12,846평)의 트베리 신공장을 2022년 6월부터 가동해 매출 성장의 불을 지폈다. 

 

인도에서 판매하는 초코파이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젤라틴을 원료로 사용한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만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원료의 기본 배합 비율은 유지하면서, 나라별 문화와 특성을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2021년 라자스탄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인도사업에 진출한 이후, 2021년 3월 초코파이 오리지널을 선보였다.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딸기, 망고 등을 잇달아 출시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2024년에는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춰 초코파이 신규 생산라인 구축을 완료했다. 

 13%... 오리온 초코파이情에 담긴 수분 과학
 출시 50년된 장수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랑받아 온 비결은 단연 ‘맛’과 ‘품질’ 때문이다. 오리온의 독자적인 기술로 탄생한 초코파이는 일반 비스킷과 달리 특수한 배합 및 제조 과정을 거친다. 이는 출시 직후부터 모양과 포장 디자인을 베낀 제품들이 쏟아졌지만 오리온 초코파이의 독주를 막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단순한 과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유사품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수분과학이 담겨있다. 

 

초코파이는 수분이 함량이 매우 높은 마시멜로와 상대적으로 수분이 낮은 비스킷, 초콜릿으로 만들어진다. 마시멜로 속 수분이 숙성을 통해 비스킷으로 이동하며 오묘한 식감을 연출한다. 이 수분은 초코파이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드는 비결이지만 수분이 많아질수록 미생물에 의한 오염 및 변패, 풍미의 변화 등의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오리온은 알코올이나 방부제 성분 없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수분의 황금비율을 찾아냄으로써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오리온 초코파이 만의 맛과 품질을 지켜가고 있다. 

 

중국에 현지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공장을 한참 만들고 있던 1995년, ‘제품에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소비자 클레임이 접수되기 시작했다. 그 해 여름 중국 남부지역에 아주 지독한 장마가 있었는데, 초코파이가 우리나라와 다른 고온다습한 현지 기후를 잘 견뎌내지 못해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더불어 당시 초코파이 낱개 포장지는 투명했는데, 이 재질은 열과 공기의 투과가 비교적 잘되는 편이었다. 이에 오리온 생산 제품 전량을 리콜하기로 결정하고, 수거된 제품 10만 개를 한데 모아놓고 불에 태웠다. 이와 함께 포장 필름 재질을 생산원가가 올라가더라도 제품보호에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바꾸었다. 엄청난 손실이었지만, 이 사실이 중국 각 지역 딜러에게 소문이 나면서 오히려 오리온을 믿을 수 있는 기업으로 인식하며 급속하게 판매가 늘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가 국민과자를 넘어 세계인의 과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50년 가까이 축적한 제조 노하우와 글로벌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별 문화와 트렌드에 발맞춘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 덕분"이라면서 “소비자를 향한 끊임없는 소통과 취향 분석를 통해 초코파이는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드투데이 조성윤 기자 w74360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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