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비만치료제로 국내 출시된 ‘위고비(Wegovy)’의 오남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단체가 보건복지부에 오처방 실태 집계 및 체계적인 관리·감독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3일 성명을 내고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에 따른 엄격한 투여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용 목적 등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다”며 “복지부는 위고비 오처방 현황에 대한 공식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어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1) 계열로 분류되는 비만치료제로, 체내 식욕 억제 호르몬을 조절해 체중을 감량시키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는 2023년 10월 출시됐으며,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등의 동반질환이 있는 고도비만 환자에게만 처방이 허용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체중 감량’ 목적의 위고비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는 2024년 말 위고비의 비대면 처방을 금지했으나, 대면 진료에서도 오처방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집계한 위고비 부작용 보고 건수는 총 143건으로, 이 중 두통·구토·설사·시력 손실 등 심각한 이상 사례도 포함됐다. 특히 2025년 1~3월 사이에는 전 분기 대비 2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6월 초, 위고비의 성분이 시력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비허혈성 전방 시신경병증(NAION)과 관련이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상태다.
대한비만학회도 “위고비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과 진단을 통해 사용돼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라며 “비만 환자 이외의 목적 사용은 명백한 오남용”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과거 비만치료제 ‘삭센다’가 불법 유통되어 치과나 한의원 등에서 미용 목적으로 사용된 전례가 있다”며 “유사한 오용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위고비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정부가 비대면 처방을 막은 것은 반가운 조치이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오처방 현황에 대한 실태 파악과 정기적인 조사”라고 지적했다.
또한 “위고비가 대중매체, SNS를 통해 유명인의 체중 감량 수단으로 노출되며 왜곡된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복지부가 이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소비자 안전을 위한 정기적 집계와 처방 실태 분석, 의료기관 지도·점검 강화 등의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