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배도 부르지 않는데 왜 커피를 홀짝홀짝 마셔요? 차라리 우동 한그릇이 낫지...”故 정주영 회장은 1986년 중앙대학교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1986년 당시는 커피가 사치스럽다고 여겨지던 시대였으니 상황만으로 보자면 정주영 회장의 이야기는 틀린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88년 서울올림픽의 기점으로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커피는 현대인에게 뗄 수 없는 음료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1999년. 가장 핫한 상권이었던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생기면서 레귤러커피 에스프레소에 물과 얼음을 첨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인기를 얻게된다.
그리고 2010년 인디가수였던 10cm는 아메리카노를 발표하면서 한국인의 커피사랑을 노래했다. 무더위가 기승를 부리던 8월에 발표한 이 곡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면서 여름의 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공식을 공고히 했다.
한국이 점점 더워지고 습해지면서 국내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는 매장 수를 자랑하고 있는 스타벅스와 이디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밝혔다. 모든 음료의 아이스버전이 있는 이유도 날씨에서 찾을 수 있다. 스타벅스를 포함한 커피빈, 할리스커피, 등 대규모 프랜차이즈부터 빽다방,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프랜차이즈도, 편의점 원두 커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인스턴트 커피가 국내커피인구의 85%를 장악하던 시절, 스타벅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3000원이었다. 그때 레귤러커피는 사약처럼 쓴 커피였다. 스타벅스가 에스프레소에 물과 얼음을 첨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인기를 얻게된다.
스타벅스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유행을 주도했다는 것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정확한 명칭은 아이스드 블렌드. 한국의 무더위는 고온다습으로 외국인들에게도 악명이 높다. 이런 기후속에서 여유롭게 따뜻한 드립커피의 향을 음미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고환율과 원두값 상승 등으로 커피 가격이 오르며 직장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프랜차이즈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에 이어 인스턴트 커피까지 인상대열에 합류하면서 이른바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