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탕관세 인하 여부를 놓고 이번에도 설탕 업계 손을 들어줬다. 높은 관세율을 유지해야 수입 설탕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고 국내 설탕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는 업계의 논리에 밀린 것이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수입 신고분 설탕부터 기존 30%의 기본세율 대신 20%의 잠정세율을 적용하는‘관세법 일부 개정안’은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설탕 관세 인하에 대해 국내 제당산업 보호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설탕은 올해 4만t까지 5%의 할당관세를 적용받고 그 이상의 수입 물량은 30%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정부는 관세 인하를 통해 독과점 산업인 설탕업계에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이를 통해 물가 안정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설탕업계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의 설탕 기본관세가 50%이상이란 점을 근거로 들며 다른 주요 국가들처럼 설탕을 기초산업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값싼 수입산 설탕이 들어오면 국내 설탕산업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설탕의 원재료가 되는 원당은 3%인데 반해 설탕은 관세율이 30%로 국내 설탕시장은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3사가 독점하고 있다. 제당 3사는 40여년째 시장점유율 5대3대2의 비중으로 과점 형태를 취하면서 설탕 시장을 완전 장악했다. 한국제당협회 회원사도 세 곳 뿐이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설탕 출고량과 가격 담합으로 적발 당해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조사 결과 담합은 1991년부터 15년간 계속됐으며 3사는 CJ제일제당 48.1%, 삼양사 32.4%, 대한제당 19.5%로 내수시장 물량 반출 규모를 정했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15년 간 수천 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고 추정했다.
제당 3사는 높은 관세율로 수입을 가로막으면서 3%대의 낮은 관세비용으로 설탕 원료인 원당을 수입해 설탕을 팔았고 담합으로 폭리를 취했다.
이로 인해 설탕 재료인 원당가격은 국제시장에서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국내 설탕 실거래가는 크게 변하지 않는 잘못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제 원당 가격이 추락하는데도 3사는 설탕 출고가를 한 차례 내린 이후 요지부동이다.
특히 설탕이 제과, 제빵 등 2차 가공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은 이들 2차 가공 산업의 제품마저도 비싸게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설탕시장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지난 2011년 35%였던 설탕 관세를 30%로 낮췄다. 2012년 세제 개편때는 설탕 관세를 5%로 대폭 인하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추진된 지난해 8월 세법 개정안도 업계의 높은 벽을 뚫지는 못했다. 12월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설탕 관세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2014년 1월 1일부터 현행 30%인 기본세율 대신 20%의 잠정세율을 적용하겠다며 확고한 입장을 보였던 정부의 뜻은 제당 3사에 의해 이번에도 좌절됐다.
설탕 업계 관계자는 "관세를 낮추면 덤핑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