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 염산200t 누출관리 무방비

  • 등록 2013.01.14 12: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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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에 이은 염산공포, 주민들 형식적 조사에 울분

 “불쾌한 냄새가 나고 목이 매캐한 것을 느꼈다. 한우 농가들은 소가 먹이를 잘 먹지 않는 것 같아 걱정하고 있다” “가스가 축사에 스며들었다. 이로 인해 소들이 소리를 지르며 동요해 선풍기와 환풍기를 돌려서 가스를 빼냈다. 소들이 사료를 잘 먹지 않고 있다”


경북 상주시 실리콘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인 염산이 대량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즉각적인 인명 피해가 나지는 않았으나, 염산이 눈과 반응하며 발생한 염화수소 가스가 상당량 퍼져 2차 피해 우려가 일고 있다. 사고 발생 3시간쯤 뒤에야 소방서에 신고됐고, 30여㎞ 떨어진 구미시에서 불산(불화수소산) 누출 사고가 일어난 지 100여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독극물 누출 사고가 나자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12일 아침 8시10분께 상주시 청리면 마공리 청리마공공단 안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서 강추위로 염산탱크 연결밸브가 파손돼, 탱크에 들어 있던 산도 35%의 염산 200여t이 누출됐다. 흘러나온 염산이 쌓인 눈과 섞여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염화수소로 바뀌어 연기 형태로 10시간 넘게 대기중으로 퍼졌다. 김학준(57) 마공리 이장은 “희뿌연 연기가 안개처럼 온 마을을 뒤덮었고, 주민들이 목이 따가운 증세를 호소했다. 구미 불산 사고가 떠올라 충격이 컸다. 특히 어르신들의 상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염화수소를 마신 주민들의 점막 손상 등이 우려되며, 땅으로 스며든 염산 때문에 토양과 수질 오염 등 2차 피해도 염려된다”고 말했다.
 

대구지방환경청, 상주시 등은 누출된 염산을 공장 저류조와 폐수처리장으로 흘려보내 외부 유출을 막고, 공장에서 반지름 1.5㎞ 주변 340가구 주민 760여명의 바깥출입을 자제시켰다. 대구환경청은 12일 오후 공장 주변 8곳의 공기중 염화수소를 측정한 결과 모두 불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공장에는 염산 말고도 불산 14t, 황산 14t, 질산 10t 같은 유해물질이 보관돼 있어, 경북도와 상주시는 안전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경북도와 상주시에 따르면 이 공장은 지난해 10월 공장 폐업 신고 이후 직원 15명 정도가 염산이 든 탱크를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폐업신고는 했지만, 공장 내 탱크에 유독물질을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관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곳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를 오르내리는 등 혹한이 계속되는 상황임에도 공장 측은 탱크 배관이나 밸브를 헝겊으로 감싸는 등의 동파 방지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현재 탱크와 배관을 연결하는 이음새(밸브)에 문제가 생겨 염산이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12일까지 상주의 최저기온이 영하 10℃ 이하로 내려간 날은 절반가량인 6일. 특히 3일에는 영하 15.4℃까지 내려갔다. 공장이 준공된 2011년 1월의 경우 1∼12일 최저기온이 영하 10℃ 이하를 기록한 날은 하루, 2012년 같은 기간에는 이틀에 불과했다. 예년보다 올해 한파가 더 심해졌지만 공장 관계자들은 이를 간과했고, 이것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상주시는 사고 이후 공장 1.5㎞ 이내 4개 마을 주민 760명이 긴급대피할 장소를 마련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러나 환경청 조사결과, 대기가 오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주민 대피조치는 하지 않은 채 외출 자제만 당부했다.


김학준 마공리 이장(57)은 “주민들이 가스 누출 당시 불쾌한 냄새가 나고 목이 매캐한 것을 느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한우 농가들은 소가 먹이를 잘 먹지 않는 것 같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공장 인근에서 소를 키우는 주민들은 선풍기와 환풍기를 통해 가스를 빼내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고 지점과 1㎞ 정도 떨어진 마공리에서 소 260마리를 사육하는 김실겸씨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쯤 안개 같은 가스가 축사에 스며들었다. 이로 인해 소들이 소리를 지르며 동요해 선풍기와 환풍기를 돌려서 가스를 빼냈다. 그 이후부터는 소들이 사료를 잘 먹지 않고 있다”면서 “바람과 함께 축사에 염화수소가스가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은 3년 전 이산화규소 분출 당시에 그랬던 것처럼 형식적인 피해 조사로 사고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푸드투데이 윤자영 기자 aja082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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