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강제휴무 위법판결 엇갈린 희비

  • 등록 2012.06.25 13: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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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강동 대형마트 '북적북적', 재래시장선 한숨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4일 서울 송파·강동구에 위치한 대형마트와 시장상인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송파·강동구에 있는 대형마트 7곳과 SSM(기업형 슈퍼마켓) 점포 44곳은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따라 이날 매장 문을 열었다.
 
6월 10일 전국 대형마트 369개점 중 71%인 267개점이 휴무를 진행해 한 주 전인 6월3일 대비 평균 70%정도로 매출 감소를 보였다. 의무휴일 시행 전 대비 매출은 이마트 69.5%, 롯데마트 68.9%, 홈플러스 79.4%로 3사의 매출손실액은 약 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롯데마트 잠실점 매장 외벽에는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2일 대형마트의 의무휴무 규제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뒤 급하게 만든 ‘매주 일요일 정상영업’ 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강제휴무로 그동안 소비자 불편과 입점업체들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면서 “조례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법원의 판결은 적절했고 그래서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지난주 22일 정상영업 방침이 결정됐음에도, 이마트 명일점의 경우 지난 17일 일요일에 비해 매출이 오히려 14.6% 늘었다. 이마트 천호점도 이날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지하매장의 경우 줄을 길게 서서 계산을 해야 할 정도로 고객들이 성황을 이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 할인점의 휴무를 통해 골목상권과 재래시장 상권 잠식을 보호하겠다고 발효된 것이고, 소비자 개인적으로 하루의 불편함을 감수함으로써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이 살아난다면 기꺼이 동참하겠지만 대형마트건 재래시장이건 선택은 소비자가 할 수 있도록 해야지 강제적으로 대형마트의 문을 닫게 함으로써 소비자의 발길을 재래시장으로 돌리게 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이며 시대에 역행하는 후진적인 발상인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대부분 중소기업이 제조해 전국 유통과 판매를 진행해 주거나, 대기업과의 상생 및 동반성장의 일환으로 입점시 대기업 들의 도움을 받아 운송, 홍보, 입점해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활성화를 이루려 노력하고 있으나, 유통산업 발전은 물론이고 할인점에 입점해 있는 영세상인의 보호 대책이 없어 대형마트의 의무휴일 시행으로 인해 매출하락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의무휴무일에 손님을 맞아 들뜬 대형마트 분위기와 달리 이날 강동구 천호동 이마트 앞에는 시민단체와 자영업자들이 모여 대형마트의 의무휴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조중목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대형마트의 의무휴무는 중소상인들에게 엄청난 대안이 된다”면서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조례 제정 절차를 문제삼은 것일 뿐 유통산업발전법 제정 취지는 인정하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들이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서울 강동·송파구 외에도 창원·수원·성남·전주시 등에서도 대형마트들이 비슷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대형마트들의 이 같은 행태는 어렵게 살아가는 중소영세상인들을 짓밟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날 송파구와 강동구의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무때보다 더욱 한가한 모습을 보이며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가는 모습이었다.

 

천호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조모씨는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 재개로 피해가 막심하다"고 푸념했다.

 

잠실동 새마을전통시장에서 7년째 채소가게를 하는 이모씨는 “대형마트가 쉬었을 때는 매출이 20~25% 늘었다”며  “대형마트가 정상영업을 한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다 알게 되면 매출이 다시 이전 수준으로 줄어들 게 뻔하다”고 말했다.

 
새마을시장에서 8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송모씨는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매출이 좋아질 순 없다”며 “장기적으로 소상인들의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제도를 꾸준히 지켜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의 휴무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대형마트와 납품 계약을 하는 사람들은 시장 상인에 비해 수가 극히 적다”면서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 번 쉬어서 그들의 생계가 어려워진다면 시장 상인들은 어떻겠느냐”고 되물었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행정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강동구 길동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배씨는 “대형마트 강제휴업이 자리잡으면서 매출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혼란스럽다”면서 “강동구청과 의회가 조만간에 합리적인 절차를 밟아 대형마트가 다시 강제휴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성내2동의 성내시장은 입구에 걸려 있는 ‘일요일 할인행사’ 알림 펼침막이 민망할 정도로 시장은 한산했다. 이곳은 이마트 천호점에서 걸어서 5분 남짓 거리에 있고, 주변에 SSM도 4곳이나 들어서 있다.
 
이 시장의 상인회장 박모씨는 “한달에 두번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그나마 손님들이 좀 늘었고 상인들도 희망을 가졌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이틀 전부터 할인행사 소식을 알리고, 오늘 새벽 6시부터 시장에 나왔는데 아직 손님을 받은 가게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동구 길동의 길동시장은 홈플러스 강동점과 1㎞가량 떨어져 있어, 성내시장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상인들의 허탈감은 같았다.
 
특히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계기로 공동쿠폰과 안내 전단을 만들고 다음달 8일에는 대규모 할인행사도 준비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의무휴업 중단 결정이 내려져 상인들의 실망은 더 컸다.
 
이 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상인들이 이제 손님 좀 끌어보자고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었는데 바닥에 껌이 딱 붙어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대형마트 영업제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환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과 트위터 글을 통해 “이번 판결은 조례 제정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이라며 “조례에 맡길 게 아니라 법으로 강제해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최고위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골목상권 지키기는 동네 구멍가게와 대기업 자본의 경쟁이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며 “영업시간 규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규제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기 바란다”고 말했다. 

 
푸드투데이 노지형 기자 jentl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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