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감돌면서, 봄의 전령으로 대표되는 꽃에 남자들이 취하고 있다. 꽃 향기가 나는 술 때문이다.
술이 숙성되는 과정에서 꽃 등의 향기를 내는 에스테르 화합물이 생성, 꽃의 향기를 가지게 된다. 또한 원료가 자라는 지역적 특성이나 원료 자체가 술 제조에 쓰여, 나는 경우도 있다.
강렬한 알코올 성분에 꽃 향이 어우러지면, 마초적 성향을 띤 남성에게도 기분 좋은 자극으로 다가온다. 특히 봄 바람 부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남자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하는 꽃 향 품은 술. 지금부터 그 향에 취해보자.
강한 술로 대표되는 위스키에도 꽃 향기가 숨어있다. 향과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싱글몰트, 그 중에서도 쉐리 오크통에서 숙성된 위스키에서 보다 확실하게 꽃 향기가 난다.
포도가 오크 숙성을 통해 변화되면서 장미나 아카시아향과 같은 향을 머금게 되는데, 이 오크통에 위스키를 다시 숙성시키면 자연스럽게 은은한 꽃 향을 품게 되기 때문.
대표적인 것이 쉐리 오크통을 사용하는 ‘맥캘란’을 꼽을 수 있다. 스페인산 쉐리 오크통에서 숙성된 맥캘란에는 진한 장미향에 시트러스 향이라고 표현되는 상큼한 매화향, 여기에 자스민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져있다.
‘킹덤’이나 ‘발베니’도 쉐리 오크통을 사용한 만큼 이러한 꽃 향기를 확인할 수 있다. ‘하이랜드 파크’에서는 스코틀랜드에서 자생하는 헤더꽃 향이 난다.
이는 하이랜드파크를 숙성시키는데 쓰이는 피트에서 이 꽃의 향을 만들어 내기 때문. 이에 따라 스모키한 맛과 피트로 인한 꽃향기가 조화를 이뤄 오묘한 매력을 발생한다. 12년 산에서부터 최대 40년 산까지 생산되고 있다.
국내에는 정식 수입되어 있지는 않지만,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을 탄 ‘링크우드’에서는 금강초롱과 뻐꾸기꽃의 향을 만끽할 수 있다.
금강초롱과 뻐꾸기꽃 등 다양한 식물들이 풍부하게 자라는 스페이사이드의 엘진이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글몰트는 아니지만 옥수수나 호밀로 만드는 버번 위스키 ‘부커스’에도 캐스크에서 나오는 상큼한 매화향과 아이리쉬 등 복합적인 꽃향기를 지니고 있다.
와인에서는 품종에 따라 다른 꽃의 향을 머금게 된다. 장미향은 여성스러운 품종으로 꼽히는 피노누아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알베르비쇼 부르고뉴 피노누아’는 피노누아 본연의 개성이 잘 표현된 만큼 장미향을 만끽할 수 있다. 옅고 광택 있는 심홍색에 장미향을 중심으로 체리와 딸기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이탈리아 아스티 지역에서 소량 생산되는 브라케토 다퀴 와인에서도 장미향이 두드러진다. 마치 진달래꽃을 담갔다 뺀 듯한 분홍 빛의 ‘간치아 브라케토 다퀴’나 ‘로사 리갈’가 대표적이다.
샤르도네 품종 와인의 특징을 말할 때 아카시아향을 언급한다. 프랑스산 화이트 와인 ‘알베르비쇼 샤블리’는 맑고 신선한 라임향과 아카시아 꽃향이 미네랄 느낌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다.
샤르도네 100%로 만든 ‘루이막스 마콩 빌라지’도 흰색 아카시아향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작은 꽃잎을 가졌지만, 풍부한 향을 자랑하는 제비꽃은 이탈리아 키안티 지역 산지오베제의 전형적인 향으로도 유명하다.
산지오베제 품종은 연한 빛깔에 산도가 높고 바이올렛 즉 제비꽃 향이 나는 부드러운 와인을 만들어낸다. 산지오베제가 들어간 ‘듀깔레 리제르바 오로’와 ‘모두스’는 섬세한 제비꽃 향기에 체리, 붉은 베리류의 향이 어우러져있다.
전통주의 경우 꽃 자체가 원료로 쓰여, 향을 간직하게 된다. 매화꽃을 우려낸 매화주는 열매로 만든 매실주보다 향이 더 강하고 입안에 오래 남는다. 오래 숙성된 것일수록 좀 더 부드럽고 풍부한 향을 품게 된다.
대표되는 매화주에는 진로의 ‘매화수’가 있다. 엷은 담황색의 국화주는 입안에 퍼지는 그윽한 향이 매력적이다. 특히 국화주는 그 향만으로도 피로한 몸을 회복시키는데 효과가 탁월하다.
국화가 특산물인 마산시와 주식회사 무학이 제휴해 개발한 국화주 ‘가을국화’는 담금 과정에서 직접 국화가루를 첨가해 고유의 향을 그대로 살려냈다.
이 외에도 배와, 생강, 울금, 계피, 꿀을 넣고 숙성시킨 ‘이강주’에도 달콤상큼한 꽃의 향을 품어낸다. 전통주 무형문화제인 이강주는 배의 청량한 향과 생강의 따뜻한 향이 강한 향과 부드러운 향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