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돼지는 먹고 개는 안 먹는 걸까"

  • 등록 2011.02.17 11:50:18
크게보기

고깃집에서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 돼지의 비명이 들리거나 살아서 뛰어다니는 돼지의 모습이 떠오른다면….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입맛이 떨어져서 젓가락을 내려놓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삼겹살을 먹을 때 우리는 살아있는 돼지를 떠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보신탕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물론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개를 키우거나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신탕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저자 멜라니 조이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이처럼 사람들이 돼지고기와 개고기를 다르게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돼지와 개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정 동물에 대한 우리의 느낌과 그들을 대하는 방식은 그게 어떤 동물인가보다는 그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어떠한가에 더 달려 있다."

돼지를 사육하는 축산업자가 아닌 이상 일상생활에서 돼지를 볼 일이 거의 없지만 개는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사람들은 개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집을 나설 때 인사하고 돌아오면 쓰다듬어 준다. 개가 아프면 의사에게 데려가고 죽으면 묻어준다.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괜찮지만, 개를 먹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스스로 믿게 되면 돼지는 먹을 수 있는 동물로, 개는 먹을 수 없는 동물로 인식하게 되고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는 것.

그는 저서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에서 수만 종의 동물 가운데 혐오감 없이 먹을 수 있는 동물은 왜 극소수에 불과한지, 먹을 수 있는 동물과 먹을 수 없는 동물은 어떻게 구분되는지 등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저자는 소, 돼지 등 이른바 먹을 수 있는 동물을 먹는 것에 대해 우리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을 때 살아 있는 소와 돼지를 떠올리며 불편해하거나 마음 아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행위의 근저에 놓인 보이지 않는 신념체계를 '육식주의(carnism)'라고 명명한다.

'육식주의'는 우리가 어떤 동물을 먹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고, 그걸 먹을 때 정서적, 심리적으로 불편하지 않도록 우리의 인식을 왜곡시킨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동물을 도살해 먹을거리를 얻는 불쾌한 과정을 우리의 의식으로부터 격리시킨다.

특히 '육식주의'는 우리의 공감(共感) 능력을 차단하는데 이는 우리가 동물을 먹긴 하지만, 동물들이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는 상반된 심리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전장에서 총을 쏘지 않는 병사, 한국의 개고기 시장 등 다양한 사례와 과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육식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 기제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원제는 'Why we love dogs, eat pigs, and wear cows'로 영어판은 지난해 출간됐다.

모멘토 펴냄 / 멜라니 조이 지음 / 노순옥 옮김 / 240쪽 / 1만2000원.
푸드투데이 - 기자 001@foodtoday.or.kr
Copyright @2002 foodtoday Corp. All rights reserved.




(주)뉴온미디어 | 발행인/편집인 : 황리현 | 등록번호 : 서울 아 01076 등록일자 : 2009.12.21 서울본사 :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4가 280-8(선유로 274) 3층 TEL. 02-2671-0203 FAX. 02-2671-0244 충북본부 : 충북본부 : 충북 충주시 신니면 신덕로 437 TEL.070-7728-7008 영남본부 : 김해시 봉황동 26-6번지 2층 TEL. 055-905-7730 FAX. 055-327-0139 ⓒ 2002 Foodtoday.or.kr. All rights reserved. 이 사이트는 개인정보 수집을 하지 않습니다. 푸드투데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