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쌀밥', '김치'는 단순 음식을 넘어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음식은 저 나름대로의 가치와 특색, 그리고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그 나라의 문화와 연관돼 있고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한 나라의 문화를 대변하다 보니 음식 속에는 다양한 역사가 얽혀 있다. 식탁에서 만나는 음식 속 역사이야기~ 우리가 매일 먹지만 몰랐던 식품 속 숨겨진 이야기를 '아식모이(아는 식품 모르는 이야기)'를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부>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소주가 약으로 쓰였다?'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낭만을 즐기는가 하면,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풍경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의 일상이다. 이처럼 소주는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풀어주는 서민의 대표적인 술로 통한다.
실제 우리나라 성인 기준 1년 음주량은 소주를 기준으로 779잔을 마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소주 내수판매량은 130만 9000㎘로 1년전 대비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소주 한 병 용량(360㎖)으로 환산하면 36억3600만병이다. 약 779잔을 마신 셈이다.
◇ 13세기 초 고려, 몽골군의 주둔지 안동...전쟁에 패한 백성이 만든 술
소주가 처음부터 서민의 삶 속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소주에도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13세기 초 고려는 몽골의 침입을 받았고 당시 무신 정권의 집권자 최우는 개경에서 강화로 천도했다.
몽골과의 전쟁은 1231년(고종 18세)에 시작돼 최씨 정권이 무너진 1259년 28년간 계속됐는데 30여년 간 계속된 전쟁에 몽골은 국왕과 조정이 육지로 나와 항복하면 나라와 왕실은 보존해주겠다며 회유했다.
이것이 바로 출륙항복, 섬에서 육지로 나와 항복하는 것이다. 결국 강화의 성을 허물고 몽골에 항복했다.
이제 몽골의 목표는 아시아에서 하나 남은 일본. 일본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야 했고 각종 무기와 배를 만들이게 적합한 장소가 안동이였다.
몽골군의 주둔지가 된 안동은 몽골 병사들이 마실 소주를 공급해야만 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소주를 만들게 됐고 그것이 오늘날의 안동소주다. 이처럼 소주는 전쟁에 패한 백성들의 아픔에서 시작됐다.
◇ 조선시대 소주 금지령...술꾼 진안대군 이방우, 결국 소주로 사망
지금이야 대한민국 국민 술 하면 소주를 제일 먼저 떠올리지만 조선시대에는 약으로 쓰이는것 말고도 마시지 못하게 했다.
조선시대 소주 금지령은 자주 내려져 무려 아흔여섯번이나 내려졌다.
사헌부에서 아뢰기를 "근년에는 곡식이 풍년이 들지 아니 하여 민생이 염려되오니 서울과 지방에 술을 쓰는 것을 금하여 낭비를 덜게 하소서"
조선왕조실록 1436년(세종 18) 4월 17일 기록을 보면 임금이 말하기를 "마땅히 금주를 해야 하나 취하도록 마시지 않는 자와 약으로 먹는 자는 함부로 마시는 사람들과 함께 묶어 죄를 묻지 말고 자세히 정상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따져 죄를 묻되, 그 정상이 참작되는 사람들은 모두 풀어주도록 하라"
조선 성종 때 편찬한 법전 '경국대전'에 따르면 '소주는 약으로 쓰는 것 말고는 마시지 못한다'라고 돼 있다. 이는 백성들은 함부로 소주를 마셔서는 안되며 소주는 양반의 분수와 신분을 나타내는 고급스런 술이라는 것이다. 이 시대 소주는 대표적인 형식주의적 기호품이였던 것.
여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는데 조선시대 양반사대부들은 자연 속에서 놀이를 하면서 풍류를 즐겼고 알코올 도수가 높았던 소주는 양반들이 많이 먹어 취하면 말과 행동이 흐트러져 양반의 체통을 그르칠 것을 예방한 조치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주를 많이 마셔 사망하는 일까지 일어 나기도 했다. 소주를 너무 많이 마셔 사망한 기록상의 첫번째 사람은 바로 태조 이성계의 큰아들인 진안대군 이방우다. '태조실록'에는 '진안군이 결국 소주를 마시고 병이 나서 죽었다'고 기록돼 있다.
진안군 이방우는 임금의 맏아들인데, 성질이 술을 좋아하며 날마다 많이 마시는 것으로써 일을 삼더니, 소주를 마시고 병이 나서 졸하였다. 3일 동안 조회를 정지하고 경효란 시호를 내렸다. 아들은 이복근이다.
소주를 약으로 쓰인 예도 있다. 문종이 세상을 떠나 장례식을 치르면서 13세의 어린 단종은 몸과 마음이 몹시 지쳐있었다. 그러자 신하들은 단종에게 소주를 권했다.
"전하, 소주를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단종은 소주를 마시고 곧 기운을 되찾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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