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고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날에도 불판 앞에만 앉으면 왜 '삼겹살에 소주' 생각이 간절한 걸까.
또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따끈한 파전에 막걸리 한 잔이 생각하는 건 왜일까.
술이란 무엇인가 누구는 알코올이라 하고 누구는 진정제라 하며, 누구는 신의 물방울이라고도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우리 술은 여기에 한 가지 의미가 더 붙는다. 김치와 간장.된장처럼 술 역시 우리의 민족성이 담긴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원경은ㆍ임완혁씨는 "우리 술은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소울(soul) 푸드"라면서 "한여름 불판 앞이라도 삼겹살에 소주가 정겹고 비 오는 날엔 어김없이 파전에 막걸리가 떠오르는 것은 문화적인 미각이 소울 푸드인 우리 술을 찾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 술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올바른 음주 문화 정착을 위해 기획됐다.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술을 같이 마셔봐야 한다는 말처럼 술에는 사람의 감춰진 내면의 모습은 물론 민족의 전통과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우리 술의 역사와 종류, 술 문화의 변천, 술을 제대로 즐기는 법 등을 소개한다.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술 이야기를 통해 눈, 코, 입을 즐겁게 하는 술의 매력을 새롭게 조명한다.
'국민주' 소주가 한반도에 유입된 것은 몽골이 침입한 고려 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추운 지방에 살던 몽골족이 독하고 쓴 증류주를 좋아해 호리병에 술을 넣어 허리에 항상 차고 다녔는데 몽골군이 고려를 침략할 때 증류주도 함께 들어왔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여인들이 갖춰야 할 주요 덕목 중 하나는 술빚기였으며 명문가 규수는 12가지 장 담그는 법, 24가지 김치 담그는 법과 함께 36가지 술 담그는 법을 익히는 것이 필수였다고 한다.
'술 없이 못사는' 주당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중국에 '주선(酒仙)' 이백(李白)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가 있다. 시와 거문고, 술을 좋아해 삼혹호(三酷好)로 불린 이규보는 술을 의인화한 '국선생전' 등 술에 관한 많은 시와 글을 남겼다.
저자들은 한국인이 술을 많이 마시지만, 술을 즐기며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선인들이 술을 대하던 멋과 풍류를 배움으로써 술을 마실 때 운치와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느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울 펴냄 / 원경은ㆍ임완혁 지음 / 288쪽 / 1만2000원.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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