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민들이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국의 컵라면 `도시락'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현지에서는 `코야(Koya)'로 부르는 한국야쿠르트의 `도시락'이 러시아에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1990년대 초.
구소련 붕괴 직후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당시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러시아 보따리상들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다른 라면 제품에 비해 매운맛이 상대적으로 약한 도시락은 러시아인의 입맛에 맞았고, 용기의 안전성이 뛰어나 장거리 이동을 많이 하는 러시아인들이 먹기에는 그만이었다.
점차 주문물량이 늘어나면서 한국야쿠르트는 1997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업소를 열고 본격적인 수출에 나섰다.
이듬해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면서 많은 외국 기업들이 철수했지만 한국야쿠르트는 러시아의 위기상황이 시장 선점의 기회라고 판단, 끝까지 러시아 판매망을 유지했다. 많은 러시아인은 어려울 때 자신들의 곁을 떠나지 않은 도시락을 기억했다.
2000년대 들어 대러시아 수출량이 연간 2억 개에 육박하자 한국야쿠르트는 현지 생산, 판매 체제로 전환하기로 하고 2003년 모스크바시 인근 라멘스코예시에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러시아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처음 2개 라인으로 출발한 이 공장은 매년 설비를 증설, 지금은 5개의 생산 라인에서 연간 3억 5000만 개의 라면을 생산하면서 연간 18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이 공장은 `도시락' 라면 단일 품목만으로 누계 생산 10억 개를 돌파했다.
`도시락'은 베트남 자본을 따돌리고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 인지도 1위를 달리면서 러시아의 `국민 식품'으로 우뚝 섰다.
한국야쿠르트는 컵라면 수요가 계속 늘고 계속적인 신제품 생산이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해 모스크바 남쪽으로 200km 떨어진 리잔 시에 제2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오는 17일 준공식과 함께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한국야쿠르트 해외사업 부문 최재문 부사장은 "금융위기로 인한 소비위축에도 오히려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라면 시장 1위를 넘어 계속적인 신제품 개발로 러시아 최고의 종합식품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도시락 외에 2008년에는 러시아 현지 식품 `감자 퓨레'를, 지난해에는 `카샤(귀리로 만든 죽)'를 출시했으며 한국에서 자장면, 비빔면, 알로에 음료 등 10여 종의 자사 제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푸드투데이 조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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