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한때 다이어트 음료의 대명사로 전국을 휩쓸었던 ‘홍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0년대 초반, ‘마시는 식초’ 열풍을 이끌며 건강과 미용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음료로 인기를 끌었던 홍초는 이후 음료 시장에서 점차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 저당·저칼로리 중심의 소비 트렌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확산 등과 맞물려 ‘리브랜딩’에 성공하며 재도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초는 피로 회복과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식초를 석류, 복분자, 블루베리 등 과일과 함께 발효·숙성시켜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은 음료다. 대상이 2005년 처음 선보인 ‘청정원 홍초’는 ‘마시는 식초’라는 개념 자체를 시장에 처음 도입했고,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앞세우며 '홍초=다이어트 음료'라는 공식을 세웠다.
국내 음용식초 시장은 2009년 431억 원에서 2011년 887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하며 황금기를 맞았다. CJ제일제당의 ‘쁘띠첼 미초’, 샘표의 ‘흑초’ 등이 뒤따르며 시장을 확대했다. 당시 일본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며 카라를 모델로 한 홍초는 2011년 일본에서만 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음용 식초 시장은 빠르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건강성을 강조하던 초기와 달리 점차 음료화된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본래의 기능성 이미지가 희석됐다. 과일주스·커피·비타민 음료와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로 인해 시장 규모는 2012년 880억 원에서 2017년 311억 원까지 급감했다.
다시 부는 건강 트렌드…저당·알룰로스로 재무장
최근 들어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맛있게 건강을 챙기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음용 식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열량 부담을 줄인 저당 식품과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등 대체 감미료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다이어트 음료'로서의 홍초가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우선 대상이 국내 시장에서 ‘저당·저칼로리’ 콘셉트로 시동을 걸며 음용식초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자체 개발한 제로 칼로리 감미료 알룰로스를 활용해 당과 칼로리를 모두 낮춘 ‘저당 레드애플’과 ‘저당 레몬&라임’ 2종의 홍초 신제품을 선보이며, ‘맛은 유지하되 부담은 줄이는’ 실용형 건강 음료로 포지셔닝을 전환했다.
‘저당 레드애플’은 100g당 당류 3g, 37kcal이며, ‘저당 레몬&라임’은 당류 2g, 25kcal다. 이는 표준값 대비 각각 당은 최대 74%, 칼로리는 56%까지 줄인 수치로, 최근 건강한 단맛을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했다.
대상은 식약처의 저(低)·무(無) 강조표시 기준을 충족한 제품군에 부착하는 자체 엠블럼 ‘LOWTAG’를 중심으로, 음용식초를 ‘데일리 건강 루틴 음료’로 재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음용 식초의 주요 타깃이었던 2030 여성층을 중심으로 ‘물에 타 마시는 건강 루틴’ 수요가 다시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애사비(애플사이다비니거) 등도 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식초 음료를 ‘가볍게,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습관’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 흐름이 늘면서 국내 음용식초 시장 회복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CJ제일제당은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쁘띠첼 미초’를 글로벌 전략 브랜드로 키우며 시장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진출 당시 석류 맛 하나로 시작했던 미초는 깔라만시·파인애플·스트로베리자스민·청포도 등 현지 입맛에 맞춘 라인업 다변화와 희석 없이 바로 마실 수 있는 RTD(즉석음용) 제품, 워터젤리 형태 등 섭취 편의성을 강화한 제품군 확대 전략을 병행했다.
그 결과 미초는 일본 코스트코 가공식품 부문에서 7년 연속 매출 1위, 연 매출 1000억 원을 넘기는 성과를 올리며 ‘글로벌 K-뷰티 음료’로 자리매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초를 글로벌 과일발효초 대표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상은 국내 시장에서 '기능성+저당' 중심의 리브랜딩 적략을, CJ는 ‘현지 최적화 제품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서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음용식초 시장이 다이어트·장 건강·당 조절 같은 기능성 소비 키워드에 힘입어 ‘유행’에서 ‘일상’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홍초 열풍은 이벤트성 소비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저당·기능성·편의성이라는 기준 안에서 지속 가능한 건강 루틴 음료로 진화 중”이라며 “이제는 ‘피곤할 때 한 잔’이 아닌, 하루를 설계하는 음료’로서의 자리매김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