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2020년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 했지만 최악의 상황에도 K푸드가 반도체 등 IT산업과 함께 수출을 견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출 선봉에 선 식품은 무엇일까.
'위기가 곧 기회' 韓 라면, 글로벌 식탁 성곡적으로 안착
22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올해 라면 수출액이 6억 달러 규모에 이르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외국에서 비상식량으로 라면을 구입하는 가정이 늘고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 몫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까지의 라면 수출액은 5억4972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28.4%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수출액인 4억6700만 달러를 넘은 금액이다.
국가별로 수출액을 보면 중국이 1억3856만 달러로 전체의 25.2%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미국(7284만 달러), 일본(4498만 달러), 태국(2466만 달러), 필리핀(2237만 달러) 등의 순이었다.
농심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함께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짜파구리의 덕을 톡톡히 봤다. 농심은 현재 중국과 미국에 공장을 두고 신라면과 너구리, 짜파게티, 육개장 사발면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최근 발표한 ‘2019~2020 인스턴트 누들’ 통계 자료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5.3%의 점유율로 중국의 캉스푸(13.4%)와 일본의 닛신(9.9%), 인도네시아의 인도푸드(7.5%)와 일본 토요스이산(7.3%)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시장의 인기에 힘입어 농심의 해외매출은 9억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출하는 만큼 중국과 미국에서 각각 라면 매출이 나온다"며 "해외법인 매출까지 고려하면 라면 수출 규모는 더 크다"고 설명했다.
팔도 역시 러시아와 베트남 현지법인을 통해서 라면을 판매 중이다. 러시아에서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컵라면 '도시락'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점유율 60%로 컵라면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 법인의 올해 1~3분기 매출은 1685억원을 기록해 국내 총수출액 896억원을 상회했다.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삼양식품의 올해 1~3분기 수출액은 2864억 원으로 작년 한 해 수출액인 2727억 원을 이미 넘었다.
CJ 비비고 만두, 단일품목 매출 1조 돌파...전 세계에 ‘K-만두’ 각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의 선방도 눈에 띈다. 사측은 올해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특히 비비고 만두의 1조 돌파는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이 아닌 식품 단일 품목으로 국내외에서 동시에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비고 만두는 미국 진출 초기부터 코스트코(Costco)에 진입, 메인스트림 시장을 공략했다.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한입크기의 ‘비비고 미니완탕’에 집중하면서도, ‘만두(Mandu)’로 표기한 제품을 지속 노출시켜 친밀도를 넓혀갔다. 2015년에는 현지 소비자 트렌드를 제품에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별도의 만두 R&D 조직을 신설했고, 2018년부터는 한국 스타일의 만두를 시장에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중국과 일본처럼 시장에 이미 독점적 지위를 가진 브랜드가 있는 경우, ‘미래 소비자’인 젊은 층에 집중적으로 ‘비비고 만두’를 알렸다. 그 결과 작년 중국 징동닷컴과 이베이재팬이 운영하는 큐텐(Qoo10)에서 각각 만두 카테고리, 식품부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식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유럽의 경우에는 아시아 식문화 수용도가 높은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해 성과를 거뒀다. 현재 유럽 전역의 대형 유통채널 800여점과 코스트코 전 매장(34店)에 진출해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영 프 독 3개국은 61%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사업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가장 많은 매출이 일어나는 미국의 경우 미국 전역에 뻗어 있는 슈완스의 강력한 유통망을 통해 비비고 만두를 공급한다. 또한 슈완스와의 협업을 통해 한식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신제품 개발도 주력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만두 출시와 함께 꿈꿨던 ‘전 세계인들이 주 1회 한국 음식을 즐기는’ 비전이 실제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전세계에 비비고 만두를 더욱 널리 알림은 물론 ‘비비고 만두’를 잇는 차세대 K-푸드가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