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연구원(원장 이무하) 권대영박사 연구팀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정경란 연구팀이 공동으로 우리나라 고추 전래설을 밝힌 '고추이야기'책을 최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우리나라 식품의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책이어서 학계는 물론 식품학자들 간에도 관심이 많다.
자세히 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식품은 고추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런데도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농경학자나 식품과학자(생물학자)라면 누구라도 이 주장의 허구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고추로 만든 음식이 없는 데 무엇 때문에 임진왜란 때 고추를 갖고 들어 왔을까?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면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전국적으로 재배하게 되고 거의 100여년 만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고추장이 만들어졌다고 기록에 나올까? 왜 그들이 갖고 들어 왔다는 멕시코 고추가 어떻게 짧은 시간에 우리 고추로 품종이 바뀔까?
더군다나 권대영 박사 연구팀은 일본전래설 추종자들이 이러한 모순점을 억지로 합리화하려다 보니 만들어낸 설, “우리나라 김치의 역사가 100년 밖에 안 된다”, “고추장도 원래는 후추로 만들었는데 나중에 고추장이 되었다” 등 수많은 허황된 설 등을 과학자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고추이야기’ 책에서는 200여개가 넘는 옛 문헌의 기록을 동원하여 이 모순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허황된 주장에 대한 확실한 답을 주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온갖 허황된 설이 만들어지거나 동원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는 설 즉 ‘고추의 일본 전래설’은 틀렸다고 본다.
권박사는 1700년대에 발간된 고문서 '오주연문장전산고'에 기록된 내용, 즉 “남만초(일종의 태국고추 : 중국에서 보면 남만국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말함)라는 매운 고추가 일본을 통해 들어 왔다. 그런데 그 전부터 있었던 우리나라 고추는 매우 품질이 좋고 왜관에서 팔면 심히 이득이 남으며, 순창고추장은 천안고추장과 함께 전국에 유명하다”라는 내용이 있는 데 기록에 답이 있다고 결론 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김치나 고추장 같은 전통발효식품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우리조상들이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의 오묘한 진리를 발견하여 만들어지고 조상의 지혜와 혼이 들어가면서 발전해온 과학적인 식품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고추의 일본 전래설 같은 잘못된 설 때문에 우리 식문화와 역사가 수많이 왜곡되고 비하되어 왔는데, 이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권 박사는 아울러 “이 책이 우리나라 전통식품의 스토리텔링, 글로벌마케팅 등 브랜드가치를 높여 세계화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