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우리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이미 20%를 넘었고, 2033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화와 더불어 1~2인 가구의 급증은 단순한 사회변화에 그치지 않고, 식품시장 전반의 수요 구조와 유통 전략까지 뒤흔들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식품시장 대응과제’ 연구에 따르면, 총인구 감소 및 고령화는 국민 1인당 식품 섭취량과 지출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식품업계는 기존의 ‘대량 생산-대량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 세분화된 맞춤형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고령화가 바꾸는 식품 소비 패턴...신선식품 줄고, 가공식품 늘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선식품의 경우 고령 가구에서 지출 비중은 높지만 전 연령층에서 지출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2인 가구를 중심으로 감소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가공식품 지출은 전 연령층에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선식품 지출액은 전망 기간(2023~2033년) 동안 연 2.47%씩 감소하고, 가공식품 지출액은 이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해 연 3.29%씩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가공식품 지출은 2인 가구에서 연평균 4.87%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나타나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는 소포장, 저장성, 간편성을 중시하는 ‘작은 식탁’의 부상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2033년까지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며, ‘작고 효율적인 소비’가 시장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니어 외식, 새로운 블루오션?..."직접 요리하기 힘들어"
눈에 띄는 점은 외식 지출의 양극화다. 전체적으로 외식비 증가율은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외식 지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고령 1인 가구의 증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직접 요리하기 어려운 노년층의 식사 수요가 혼밥 외식, 간편 외식 브랜드, 시니어 전용 메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 복지이자 돌봄의 기능까지 수행한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로 불리는 일본은 시니어 식당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 중 하나다.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시에서는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고령자 커뮤니티 식당이 월 1회 열려 노인들이 함께 요리하고 함께 먹는 시간을 갖는다. 단순한 급식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누며 식탁을 공유하는 이 문화는 고령자의 외로움을 완하하고 지역사회 결속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열량 섭취도 줄고, 곡물 중심 식사에서 탈피
식품 소비는 단지 지출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섭취량과 식품군 비중도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변화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2년 동안 모든 연령층에서 하루 섭취 열량은 감소했고, 특히 21~40세에서 가장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는 2033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곡물군 중심의 식사 비중은 점점 줄고, 채소·과일·육류의 섭취 비중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건강 지향 소비, 탄단지 균형식에 대한 관심 증가와 연관돼 있으며, 식품업계는 이러한 영양소 중심의 맞춤형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작게, 건강하게, 다양하게'...식품업계가 주목해야 할 키워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식품업계가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식품, ▲1인가구.간편식.소포장, ▲건강기능성 강화, ▲ESG, ▲식문화 콘텐츠화, ▲글로벌화, ▲디지털 기반 식품 플랫폼 등이다.
세대별로 달라지는 식탁…“맞춤형 식품이 정답”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와 1~2인 가구의 증가로 신선식품의 소비는 줄고, 가공식품과 간편식(HMR)의 소비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고령층은 연하·저작 기능 약화로 인해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고령친화식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중년층(X세대)은 건강 기능성 중심의 저염·저당 식품에 관심이 높다. 반면 MZ세대는 밀키트, 로컬푸드, 체험형 식품 등 ‘새롭고 의미 있는 경험’을 중시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식품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유기농 이유식, 학령기 아동용 RTD 음료, 건강 간식, 액티브 시니어용 웰빙 간편식까지 세분화된 제품군이 요구된다.
프리미엄화, 건강지향, 그리고 ESG까지
출산율 저하로 영유아 수는 줄고 있지만, 프리미엄 유아식 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알파세대 부모와 조부모 세대는 친환경, 지역산, 기능성 식품에 대한 지불 의사가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향은 “적게 낳고 많이 쓴다”는 식품시장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MZ세대와 알파부모세대는 가격보다 지속가능성(ESG), 브랜드 철학, 가치 소비를 중시한다. 유기농 원료와 투명한 유통, 환경 친화 포장, 스토리텔링 기반 마케팅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1인 가구와 조리문화의 변화…작고 똑똑한 식사
1인 가구의 급증은 식사 문화 자체를 바꾸고 있다. 조리는 최소화되고, 소비자는 ‘집밥 같은 한 끼’를 기대한다. 이에 따라 전자레인지용 밀키트, 소분 포장, 스마트패키징이 주요 트렌드로 떠오른다.
특히 고령층도 간편식 구매에 익숙해지고 있어 ‘노인을 위한 밀키트’ ‘부드러운 전골’ 등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글로벌화가 답이다…K-푸드의 확장 전략
국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식품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 진출 전략이 필수다. 최근 라면, 냉동 김밥, 떡볶이 등 수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 기반의 제품 리뉴얼과 K-푸드 열풍이 맞물린 결과다.
보고서는 수출 대상국별 소비 트렌드(예: 채식, 저염, 편의성)에 맞는 제품 리뉴얼과 함께 식문화 패키지 수출 전략을 제시한다. 소스+조리도구+레시피북을 결합한 ‘경험형 식품 패키지’가 그 예다.
개인 맞춤형 식품, 차세대 먹거리 산업의 핵심
유전자 분석 기반의 정밀 영양(DTC) 기술이 발전하며, 식품도 개인 맞춤 시대에 들어섰다.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질환 예방식, 영양균형 간편식 등은 고령화·만성질환 시대에 주목받는 분야다.
정부는 관련 R&D 및 임상시험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들도 웰니스 기반 식품 플랫폼을 속속 준비 중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와 서울대·가천대·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등이 함께 '맞춤형 식이설계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인 건강.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식단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있다.
농촌경제진흥원 연구진은 “인구구조 변화는 식품산업에 위기이자 기회”라며, “세대별 특성과 소비행동을 면밀히 분석한 맞춤형 대응 전략이 식품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