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하루 에 한 끼만 먹고 지내는 영국인과 함께 근무한 일이 있었다. 그는 키도 크고 몸도 아주 좋았는데 점심 시간이면 집에서 가져온 사과 한 개만 먹었다. 그 것 만으로 배고프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원래 하루에 한 끼만 먹지만 점심에 먹는 사과는 시장해서가 아니라 사무실 점심시간 분위기상 먹는다고 했다.
그는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신랑이었기에 힘도 많이 필요했을 터인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그가 일에 몰두할 때 보면 며칠 밤을 꼬박 새워가면서도 지치지 않는 것 같았다. 세 끼 먹는 우리들은 하룻밤만 새거나 야근을 해도 눈이 벌개지고 몸이 늘어지는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끼에 하루치의 양을 먹는 것도 아니었다. “참, 서양 사람들은 별나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유 영모 선생과 함 석헌 선생의 이야기를 읽다가 그 분들도 하루 한 끼만 잡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영모 선생은 하루 한 끼만 먹고도 몇 십 리 길을 걸어서 강연을 다녔다고 한다. 함 석헌 선생은 유영모 선생에게 배워서 그리 했다는데, 어느 날 함 석헌 선생이 땡볕 아래에서 2시간 넘게 강연을 하다가 그만 지쳐서 쓰러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유영모 선생이 “하루 한끼 식사만 지키면 절대 그럴 일이 없을 터인데 어찌 된 일인가?”하고 묻자 함 석헌 선생이 겸연쩍게 웃으며 강연 전에 군것질을 약간 하는 바람에 그리 되었다고 답했다 한다.
조금이라도 더 먹으면 힘이 더 난다고 믿고 있는 우리에게는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서양에 하루 한끼만 먹으면서도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하루 세끼 식사는 농경시대에 힘든 논밭 일을 할 때에 좋은 식사 방법일지는 몰라도 육체 노동이 거의 없는 현대인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모처럼 휴일에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그대신 저녁을 조금 일찍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하루 두 끼가 적당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현대 과학 덕분에 식품의 열량을 정확히 알아 낼 수가 있고, 육체 활동에 필요한 열량도 측정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하루 한끼 식사하는 사람들의 식사량과 하루 삶에 필요한 열량을 비교해 볼 수 있는데, 금방 계산되는 부족한 열량을 이들은 과연 어떻게 채우는 것일까 궁금하다.
아마도 “하이브리드” 차량과 같은 원리가 아닐까 싶다. 즉 일정량의 가솔린으로 차가 달릴 수 있는 거리에는 한도가 있어서 더 많은 거리를 가려면 새로운 에너지와 방식이 필요하다. 결국 전기 모터를 장착해서 연료 엔진과 합쳐 쓰는 방법이 개발된 차가 바로 “하이브리드”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 인체 속에도 어딘가에 전기모터 같은 역할을 하는 장치가 있어서 일정량의 음식에서 생기는 열량으로 더 많은 인체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우연이겠지만, 흥미로운 점은 앞에 말 한 영국인 친구도 스포츠를 많이 하면서 복식 호흡을 한다 하였고 유영모 선생도 평소 “단전”을 단련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의 어떤 의사는 인체 내에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발전소가 등쪽 꼬리뼈 윗부분 쪽에 있다고 주장 하였다. 우리 인체를 움직이는 전기 발전소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단전부분을 잘 연마한다는 것과 통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우주의 기를 끌어서 쓰는 기술 같은 것이 있는지도 모르니까.
기상 이변으로 농작물의 작황이 줄어들어 농작물의 수요공급의 균형이 깨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식량은 수요의 10%만 부족해도 가격은 100%넘게 오를 수가 있다고 한다. 먹거리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가 두 끼 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 한 끼 정도 줄이고도 활력을 잃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우리 모두가 한번 배워 봄 직한 일이다.
조금 덜 먹고도 활기차게 살 수 있다면 우리 나라의 식량 수급에도 큰 도움이 되고 국민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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