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발표한 '우리 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전통술의 질을 고급화하고 종류도 다양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야, 내수 시장을 키우고 수출길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우리 술의 가능성에 주목한 데는 막걸리의 선풍적인 인기가 크게 작용했다. '싸구려 술' 정도로만 생각했던 막걸리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선전하자 산업적 잠재력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 우리 술의 현주소는
국세청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우리나라 술 시장 규모는 8조6000억원(출고금액 기준)이며 유통 마진 등을 포함한 최종소비자가 기준으로는 26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중 과실주, 탁.약주, 안동소주 같은 증류식 소주가 포함된 기타 술의 점유율은 각각 5.4%(4700억원), 3.6%(3000억원), 3.6%(3100억원)로 합쳐봐야 12.6%다. 그나마 이 중엔 전통술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
맥주, 소주, 위스키가 전체의 87%를 점해 전통술은 술 시장에서 '찬밥' 신세다.
여기에는 우리 술을 제대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의지가 없는 것도 한몫했다. 그동안 술은 과세를 위한 규제와 관리의 대상이었을 뿐, 산업으로서 키워 품질을 높이거나 다양화.고급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은 사실상 없었다.
정부가 우리 술의 잠재력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최근의 막걸리 열풍이다. 국내 편의점에서는 막걸리 매출이 와인 매출을 앞질렀고 일본에서는 막걸리 바람이 거세다.
◇ 전통주 개념 확대 등 규제 완화
경쟁력 강화안의 요지는 까다로운 술 생산.판매 규제를 풀고 우리 술의 품질이나 다양성을 높이도록 각종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보도자료에 "우리 술에 대한 백 년 규제를 풀고 천 년 미래를 준비한다"는 제목을 붙였는데 올해가 주세법이 제정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100년에 걸친 규제 중심의 정책을 산업 진흥 쪽으로 틀겠다는 것이다.
우선 전통주의 개념을 넓혀 세제 등 혜택의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전통주는 '농민주'와 '명인주' 두 가지다. 농민주는 농업인이 스스로 생산한 농산물을 50% 이상 투입해 술을 빚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기업이 빚은 술은 막걸리든, 복분자주든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했다.
명인주는 식품명인 인증자가 전통 양조법으로 만든 술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농민주의 개념을 '지역 특산주'로 확대하기로 했다. 주세법 등을 개정해 내년 6월께부터는 지역 농산물을 일정 비율 이상 쓰고 전통 양조법으로 만든 술은 전통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면 세율을 50% 감면받을 수 있다. 막걸리 같은 탁주는 원래 세율이 5%에 불과해 감면 폭도 2.5%포인트뿐이지만 복분자주 같은 과실주.약주.청주는 세율이 30%로 감면 폭이 15%포인트에 달한다.
농사를 짓지 않는 대기업이 만드는 복분자주도 세금이 줄어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기는 것이다. 소주.맥주.와인의 세율은 72%로 역시 이 범주에 드는 술이 전통주로 인정되면 세율이 36%로 낮아진다.
다만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술의 수량에는 제한이 있다.
또 전통주 산업이 지역 농업과 연계되도록 계약재배를 늘리고 농가와 술 업체가 공동 브랜드 개발,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홍보 등에 나서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역 농산물 사용도 늘리고 원료 생산도 전문화한다는 것이다.
농어촌 체험마을, 관광농원 등을 찾은 방문객에게 자가(自家) 제조 판매를 허용하고 전통주 특구를 2개(영동 포도 특구, 고창 복분자 특구)에서 10개로 늘리기로 했다.
◇ 포도와 함께 발효시킨 막걸리도 나온다
이르면 내년 6월께부터는 발효 과정에서 딸기, 복분자, 포도 등을 넣은 막걸리도 맛볼 수 있게 된다. 지금은 다른 원료를 혼합하거나 주종을 혼합한 술에 높은 세율이 매겨져 다양한 술의 제조가 현실적으로 막혀 있다.
막걸리에 딸기, 복분자를 넣은 제품도 있지만 발효 후에 첨가해야 하고 또 살균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한다. 정부는 주종별로 다른 원료를 넣을 수 있는 기준을 정해 그 한도 내에서는 혼합을 해도 세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발효 과정에서 과채류.과실류를 첨가한 탁.약주, 소주를 섞은 과실주 등이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술의 품질 고급화를 위해 내년 말께부터 모든 주류에 대해 성분 표시제와 주원료의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막걸리에 쌀을 썼는지, 밀을 썼는지, 그 쌀이나 밀의 산지는 어디인지를 밝혀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술의 품질을 결정 짓는 양조전용 품종과 누룩, 재배 방법에 대한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보급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학에 양조학과 설치를 지원하는 등 양조 전문인력을 길러내기로 했다.
제조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전통주 제조면허를 따려면 누룩제조용 국실(누룩방)을 갖고 있어야 했지만 이를 없애 시설 요건을 완화한다.
또 전통주에 대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제조를 허용해 양조 기술이나 원료는 있지만 자금.시설이 부족해 술을 만들지 못하는 중소 제조업자의 진입을 원활히 하기로 했다.
유통망이 약한 전통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제조자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고 전통주 판매 전용 포털사이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안동소주나 문배주, 전주 이강주 등을 인터넷에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선 시대 360여종이 넘었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자취를 감춘 전통주 가운데 50종을 앞으로 3년간 복원하기로 했다. 제조공법은 데이터베이스화해 업계에 보급할 계획이다.
푸드투데이 조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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