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이 중국발 '멜라민 분유' 파동에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더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고도 비판을 받는 이유는 뭘까.
28일 식품 전문가들은 사전 예방을 위한 제도가 미흡해 먹거리 '파문'이 연례적으로 발생하는 데다 사고가 터진 후에는 회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부실한 대처로 소비자들의 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유럽보다 대응은 빨랐는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보건 당국이 이번 사태에 '늑장 대처'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 선제적으로 대처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식약청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우 지난 24일 분유나 우유뿐 아니라 유당, 유청, 카제인까지 포함된 중국산 식품까지 조사하겠다고 밝힌 반면 우리나라는 이틀 앞선 22일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또 유럽연합(EU)은 26일부터 우유가 10% 이상 함유된 중국산 식품에 대해 수입식품 통관 과정에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으나 한국은 17일부터 함량에 관계없이 분유 포함 중국산 식품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으며 22일 검사 범위를 전 유제품 포함 중국산 식품으로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늑장 대처'와 함께 통관검사 비율이 낮다는 점도 공격을 받았다. 약 77%의 제품이 정밀검사 없이 서류나 외관검사만으로 수입이 되는 등 검사가 허술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최초 수입 때는 정밀검사를 실시하지만 재수입 물량부터는 무작위 추출로 약 10% 비율만 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정밀검사 비율은 23% 정도에 그친다는 것.
식약청은 이에 대해서도 "유럽연합의 정밀검사 비율인 10%임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높은 편"이라며 역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해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수입량이 20만4408건, 무게로는 1138만237t에 달해 검사비율을 높이려면 비용 부담이 뒤따른다.
◇ 되풀이되는 사고로 불신 초래 = 식약청이 이런 조치를 취하고도 비판을 받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수입식품 사고나 부적합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표백제가 검출된 중국산 찐쌀, 중금속과 잔류 농약이 검출된 중국산 한약재, 발암성 물질이 든 과자 등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들이 거듭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먹을거리 사고가 계속되는 이유로 식품업체에 대한 사전점검이 부실한 점을 꼽는다.
우리나라로 식품을 수출하는 업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자격요건이 없고, 현지 실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미국의 경우 저산소 통조림 등 식품사고 발생했을 때 위해 우려가 큰 식품에 대해서는 FDA가 수입 전 사전 현장실사를 거친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미국도 모든 수입식품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지 않지만 미국에 식품을 수출하려는 업체는 사전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고 수출업체가 될 수 있는 요건도 더 까다롭다"며 "모든 업체에 대해 실사를 할 필요는 없지만 위해도가 높고 수출량이 많은 외국 업체에 대해서는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방이 미흡하기는 국내 식품업체도 마찬가지다. 신고만 하면 누구나 식품제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10인 미만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어떤 원료를 쓰는지는 문제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는 실정이다.
오 교수는 "일부 선진국처럼 식품제조업을 하려면 사전 점검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 적발만 요란, 회수는 쥐꼬리 = 더 심각한 부분은 사건이 터진 후 위해 식품의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회수 체계다. 발암물질, 중금속, 식중독균이 발견됐다고 떠들썩하게 발표하지만 문제의 식품은 대부분 국민의 식탁에 오른다.
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회수명령을 받은 과자.사탕류는 864.5t 가운데 회수된 양은 9.9%에 그쳤다. 2006년 이후 부적합 식품 평균 회수율은 11.6%로 FDA 평균 회수율 36%에 크게 미달하는 수치다.
이는 바코드 등 이력추적을 하기 위한 기반이 취약하고 유통구조도 투명하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영세업체가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식약청은 26일 멜라민 검사가 끝나지 않은 유가공품 함유 중국산 식품 305개 품목에 대해 유통.판매 금지조치를 내렸으나 아파트 단지 내 슈퍼마켓 등에서는 여전히 팔리고 있었다.
오 교수는 "국내 회수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세업체가 너무 많다고 주장하지 말고 예산을 더 확보해 제대로 작동하는 회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드투데이 조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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