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고급 소비재 수입이 급속히 늘어나는 가운데 이제는 물맛도 외국산에 길들여질 조짐이다.

물 산업 선진국으로, 다양한 생수나 탄산수 제품이 포진한 유럽산을 중심으로 먹는 물 수입이 급증세다.

3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7월 말까지 우리나라가 수입한 물(천연 또는 인조 광수와 탄산수)은 모두 4376t, 금액으로는 367만8000 달러에 이른다.

지난 29일 환율 종가(달러당 1089원)를 감안하면 이 기간 물 사먹는 데 40억원 가량을 쓴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된 물이 3926t, 276만1000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금액기준으로 33.2%나 늘어난 것이며 2006년 같은 기간 수입액(201만9000 달러)보다는 82.2%나 급증했다.

우리나라의 연간 물 수입은 2000년만 해도 1393t, 64만1000 달러가 고작이었지만 이듬해 118만4000 달러로 100만 달러를 넘긴 뒤 해마다 급신장을 거듭해 지난해에는 7391t, 531만1000 달러로 급팽창했다.

수입 물의 이런 급증세는 건강을 중시하는 이른바 '웰빙' 트렌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탄산음료, 착향음료 대신에 칼로리가 낮고 미네랄이 함유된 생수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다양한 물맛의 고가 브랜드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수입제품의 성장세가 국내 생수시장의 증가세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2000년 1600억원 정도였으나 지난해에는 3900억원 규모로 커졌고 올해는 4500억원 정도로 불어날 것이라는 게 생수업계의 추산이다.

특히 가장 잘 팔리는 물은 유럽산으로, 올해 7월까지 수입량 가운데 프랑스산이 3267t, 260만2천 달러어치로 단연 1위였고 이밖에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영국, 노르웨이산 물도 수입됐다.

서울 시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이미 서울 강남지역에 커피나 차처럼 물을 파는 '물카페'가 영업중이며 비단 이런 곳이 아니더라도 기존 카페나 편의점, 백화점에서 '에비앙', '페리에' 등의 상표를 단 비싼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