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하락폭 적어 내릴 여지 없어" 속앓이
"물류비 증가 등 비용 상승 고려돼야" 하소연
정부가 지난 5일 물가 및 민생안정회의를 위한 차관회의에서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라면.빵 등 생필품 가격 인하를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관련업체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최근 밀가루 가격이 내렸고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변화가 생필품 가격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와 소비자들의 시각이지만 제조업체들은 현실적으로 가격을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가격 인하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라면 제조업체인 농심과 삼양은 공식적으로는 "현재 내부적으로 가격 인하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다.
그러나 업체들은 난처하고 당혹스런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분업체들이 라면 원료인 밀가루 중력분 가격을 8% 정도 내렸지만 이미 5월에 16% 올린 상태였고, 라면가격은 그 전인 3-4월에 인상됐기 때문에 5월 인상분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재 라면 1봉지에 750원이고 할인점에서는 680원까지 할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제빵업체들 입장 역시 다르지 않다.
국내 양산빵 업계 1~2위인 샤니와 삼립식품을 비롯, 베이커리체인 파리바게뜨 등을 보유한 SPC그룹도 제품 가격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가격 인하 가능성을 검토는 해보겠지만 밀가루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아 밀가루 가격이 조금 떨어졌다고 이를 곧바로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밀가루 외에 유가 급등에 따른 물류비 증가와 포장재 등 제반비용 상승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SPC는 전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이 최근 1년간 60% 가까이 올랐는데 최근 인하된 폭은 10% 안팎에 불과하며 밀가루 이외 가격상승 요인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당장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빵업계 3위 업체인 기린도 가격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양산빵ㆍ베이커리 업체들은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올해 초에 식빵 등 주식용 빵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 가격을 10~20%씩 올린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발언이 가격을 내리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밀가루의 경우 인하폭이 8% 정도로 미미한데다 수입 밀가루 무관세화도 국내 제분업체에서 밀가루를 조달하는 상황에서는 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드투데이 조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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