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의 계절인 봄이 돌아왔다. 봄에 잡힌 꽃게는 알이 차고 살이 단단해 그 맛이 일품이다.
꽃게는 맛이 좋아 예로부터 고급음식으로 여겨져 왔으며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데, 1년 열두 달 언제라도 식탁 위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꽃게지만 그중에서도 1년에 두 차례 4월과 10월 달이 그야말로 꽃게 철이다.
대중적으로는 가을 꽃게가 더 유명하지만 꽃게 맛을 아는 미식가는 봄을 맞은 꽃게를 먹는다.
가을 꽃게가 조금 저렴하고 살이 많지만 그 맛은 여간해서는 봄 꽃게의 싱싱하게 물오른 맛에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봄 꽃게의 절정은 산란기를 목전에 두고 알이 통통하게 오른 암게로 말 그대로 알짜배기를 맛볼 수 있는 연중 유일한 시기이다.
수영 실력이 탁월해 꽃게의 영어이름은 ‘스위밍 크랩(swimming crap)’이라 불리는데, 꽃게는 동면을 마치고 서서히 3월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부터 수온이 따뜻한 서해안으로 이동해 영양분을 섭취하며 살을 찌우기 시작해, 5월에 접어들면 그야말로 상품 가치 최고의 꽃게가 되는데 살이 꽉 차고 단맛 또한 최고이다.
한 달에서 두 달 남짓 꽃게의 단맛이 절정에 이루고 나면 암게는 품었던 알을 6월경 산란한다. 산란을 끝낸 암게는 맛이 확연히 떨어지고 이때부터 숫게가 인기를 끈다. 그래서 봄에는 땡글땡글한 알이 가득 찬 암게가 금값인 대신 가을엔 살이 찐 숫게가 인기가 있다.
암게가 알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려면 배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알배기는 배 부분의 가로방향의 뾰족한 부분이 특히 붉은 색을 띠고 있다.
꽃게를 고를 땐 눈으로 보아 배 쪽 부분이 희고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봤을 때 물이 나지 않는 단단한 것이 좋으며 꽃게는 그물로 어획하기 때문에 서로 부딪혀서 다리가 많이 부러지는데 싱싱한 것은 온전한 것이 많다.
또 엄지손가락으로 배 쪽을 잡고 중지로 등 쪽을 만져 보았을 때 까칠하고 거친 것이 싱싱하며 맛있는 꽃게를 고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등짝을 까보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살이 많은 것을 고른다.
날이 따뜻해지면 수온이 높아져서 일부 꽃게들이 수면 가까이 나오기 시작하지만 초봄의 꽃게는 겨우 내 먹는 것이 없어서 게살이 충실하지도 못하고 어획량도 적으며 가격은 매우 비싸다.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는 본격적으로 가장 꽃게가 많이 나오는 철이고 숫게도 살이 제일 많으며 거의 모든 암게들은 장이 다 찰 정도로 가장 상태가 좋을 때 이다. 당연히 이 시기의 어획량에 따라 그해 전체의 꽃게가격이 형성되게 된다.
지난해 동면기에 들기 전에 덜 자란 암게들이 이때는 가장 성숙한 상태가 되고 이전의 성숙된 암게들은 산란기에 이르렀기 때문에 숫게를 유인하기 위해 페로몬이라는 생화학물질을 배설물과 함께 방출하기 때문에 묘한 향과 아린 맛이 나게 된다.
7월과 8월은 법적인 금어기로 꽃게를 어획할 수 없는데, 갓 태어난 새끼 꽃게를 보호해야 장기적인 어장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어기에도 계속 맛좋은 꽃게를 만날 수는 있다. 꽃게 절정기인 5월에 잡아 올린 일정량의 꽃게를 급속 냉동해 보관하기 때문이다.
식탁 위에서 꽃게만큼 대접받는 음식도 드문데, 사실 팔뚝만한 꽃게라도 다리를 자르고 껍질을 떼어내면 정작 입으로 들어오는 살점은 한줌도 안 된다.
하지만 꽃게의 위력은 그 귀하고 부드러운 살점과 더불어 껍질에서 우러나는 국물 맛이 다른 부재료의 도움 없이도 제 맛을 낸다는데 있다.
냉동 꽃게의 경우 멸치나 다시마 등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싱싱한 생물 꽃게는 그 자체로 충분히 육수 맛을 낸다.
그래서인지 꽃게의 위력은 온갖 귀한 생선들이 몸값 다툼을 벌이는 어판장에서도 여전하다.
해산물의 특성상 숨이 끊어지면 반의 반 가격으로 그 가격이 곤두박질치는데 이놈의 꽃게는 매운탕과는 비교도 안 되게 귀한 꽃게탕을 끓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절반 수준을 유지한다.
꽃게는 비싼 만큼 맛과 영양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해물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것은 물론 생리불순에 효과적인 타우린 성분도 많이 들어 있어 여성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또한 성장기 어린이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아미노산도 풍부하다.
꽃게에 함유된 타우린은 간장에 쌓인 독을 푸는 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
타우린은 속살보다는 껍질에 더 많이 들어 있는데 타우린은 게뿐만 아니라 조개류에도 풍부하고 혈압을 안정시키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고단백 저지방 식품이지만 산성식품이므로 해독 성분이 강한 미나리와 함께 먹는 게 좋다. 된장은 게의 비린 맛을 없애주고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방해하고, 무는 소화효소가 풍부해서 소화를 돕는다.
꽃게의 해독효과를 얻으려면 통째 끓여서 국물요리로 즐기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찌개나 탕, 전골 등에 넣어 푹 끓여 타우린 성분이 우러난 국물과 살을 발라내 함께 먹는 게 가장 좋다.
또 간장에 생강, 마늘, 마른고추, 대파를 넣어서 팔팔 끓인 다음 차게 식혀 손질한 게에 부어 게장으로 즐긴다. 또 콩나물을 비롯한 야채와 꽃게를 넣어서 만든 찜요리도 좋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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