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농협이 '보수적 조직'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페, 펫푸드, 주류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MZ세대의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동시에 가공·유통·소비를 아우르는 식품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기존 농산물 유통 중심 사업 모델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계열사를 앞세운 ‘소비재 기업화’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1인 가구 증가와 소비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농협 경제사업은 농산물 유통과 판매를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가격 통제와 공익 기능 수행이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생산자 보호를 위한 가격 지지와 유통 안정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특성상 시장 논리만으로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료·사료·물류비 상승 등 원가 부담이 확대되면서 유통 마진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사업 전반이 구조적 적자 상태에 놓이며, 기존 사업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농업 생산 기반 역시 흔들리고 있다. 농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생산 효율이 저하되는 가운데, 소비 구조는 1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는 원물 중심 판매 방식이 더 이상 시장과 맞지 않음을 의미한다. 소비가 ‘재료’에서 ‘제품’으로 이동하면서 식품 산업의 수익 역시 가공·브랜드·유통 채널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농협 역시 생산·유통 중심 조직에서 가공·소비 중심 구조로 전환하지 않으면 시장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농협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확장에 나섰다.
농협목우촌은 최근 서울 성내동 본사 1층에 'M 카페' 1호점을 열고 외식 시장에 진출했다. 우유(Milk), 축산물(Meat), 한 끼(Meal)를 키워드로 내세운 이 공간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넘어 농협 축산 원료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체험형 플랫폼이다.
‘이천 쌀 크림 라떼’, ‘목우촌 크리스피 핫도그’ 등 국산 농축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신제품 출시 전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테스트베드 역할도 수행한다. 검증된 메뉴는 향후 하나로마트 및 계열 사업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고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B2C 전환 전략’으로 해석된다.
박철진 농협목우촌 대표이사는 “외식 사업 모델 발굴과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카페 사업 등에 진출하고 있다”며 “향후 가맹점 모집은 물론 농협 계열 사업장과의 연계를 통해 M 카페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통 혁신도 병행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온라인 플랫폼 ‘NH싱씽몰’에 ‘싱씽배송’을 도입해 신선식품 익일 배송 체계를 구축했다. 오후 3시 이전 주문 시 다음 날 도착을 보장하고, 지연 시 보상하는 ‘책임 배송제’를 적용해 소비자 신뢰 확보에 나섰다.
특히 제철 과일과 축산물, 브랜드 쌀 등 핵심 품목 중심으로 카테고리를 재편하며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으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배송 서비스 개선을 넘어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직접 소비자와 연결되는 디지털 유통망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구독경제 대응 역시 강화됐다. ‘월간농협맛선’은 소포장 중심 구성으로 1~2인 가구 수요를 흡수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일, 김치 등 필수 식품을 정기 배송하는 구조로, 편의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했다.
반려동물 시장 공략도 확대되고 있다. 농협목우촌은 100% 국산 원료육 기반 펫푸드 브랜드 ‘멍수무강’을 전국 다이소에 입점시키며 유통 채널을 대폭 확대했다. 프리미엄 간식부터 가성비 사료까지 제품군을 확장해 약 1,500만 반려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는 농협홍삼이 H&B 채널로 진출했다. 국내 최대 H&B 스토어인 CJ올리브영에 입점해 ‘잠잠(수면케어)’, ‘홍삼밤양갱스틱’ 등 2030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며 젊은 소비층 공략에 나섰다.
농협홍삼 이정훈 마케팅본부장은 “올리브영 입점은 건강기능식품과 수면케어 제품개발의 결과”라며 “2030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군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류 시장 진출도 눈길을 끈다. 농협은 증류식 소주 브랜드 화요와 협업해 프리미엄 소주 ‘미(米) 술 시간’을 출시했다. 국산 쌀 소비 확대라는 상징성과 함께 9,900원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MZ세대의 홈술·혼술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이 같은 확장 전략의 배경에는 악화된 수익 구조가 자리한다. 농협경제지주의 최근 3년간 연결 기준 실적을 보면 2023년 매출 15조4399억원, 영업손실 2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매출 14조9118억원·영업손실 136억원, 2025년에는 매출 14조9627억원·영업손실 356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당기순손익 역시 최근 2년 누적 134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농협 경제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익 기능 수행과 원가 상승이 맞물리며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조합의 약 96%가 경제사업에서 적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농협의 사업 다각화를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본다.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내부 사업 간 중복 경쟁을 고려할 때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과 사업 재편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농협이 신사업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지만 결국 거대 조직의 비효율 구조를 얼마나 개선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신사업의 성공이 단순한 마케팅 효과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