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도입한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낙농가 소득 안정이 아닌 오히려 경영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낙농가 단체는 제도 설계 당시 약속된 물량 보장과 예산 지원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낙농 기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14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FTA 체제 대응과 자급률 제고를 목표로 시행한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현장에서는 농가를 압박하는 구조로 변질됐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수입 유제품 증가로 국내 원유 자급률은 2025년 기준 45.8%까지 하락한 반면, 정부가 약속한 가공용 원유 물량 확대와 예산 지원, 집유주체 총량제 도입 등 핵심 전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그 결과 농가들은 약 11.5% 수준의 쿼터 삭감 효과와 함께 소득 감소를 동시에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업체 역시 제도 취지를 외면한 채 수입 유가공품 확대와 대체음료 사업 전환을 가속화하고, 일부는 물량 기준을 위반한 채 임의 감축을 단행하면서 농가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낙농가 경영 여건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생산비는 상승했지만 원유가격 반영률은 절반 수준에 그쳤고, 특히 소규모 농가의 경우 생산비 증가분의 40%에도 못 미치는 수준만 보전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금 증가와 이자 부담 확대 속에 최근 5년간 전체 낙농가의 12% 이상이 폐업을 선택했다.
협회는 우유 가격 상승의 원인을 생산자인 농가에 돌리는 시각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20년간 소비자가격 상승폭이 원유가격 상승의 3배에 달하는 등 유통단계의 과도한 마진 구조가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우유 유통마진율은 약 35%로 일본(17%), 미국(9%) 대비 높은 수준이다.
또한 제과·제빵 및 외식업계에서 수입 유제품 사용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원유가격이 식품 물가 상승을 주도한다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 주장 역시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가공용 원유 20만 톤 확대를 위한 예산 확보 ▲유업체 물량 기준 준수를 위한 이행강제 장치 마련 ▲고령·소규모 농가 대상 폐업 보상 등 출구 전략 수립 ▲유통마진 구조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협회는 “식량 안보 차원에서 낙농 기반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가 더 이상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지 말고 약속한 정책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