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 이미 ‘제로’가 된 시장에 설탕세…누구를 위한 부담인가

  • 등록 2026.01.30 17: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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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언급 후 국회 논의 급물살
제로 슈거가 주류 된 음료 시장, 실효성 논란
245㎖ 한 캔당 73.5원…가격 인상 우려 확산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비만은 '현대판 재앙'으로 불리지만 해법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설탕세(가당음료 부담금)'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식품 현장에서 바라본 이 제도는 단순히 설탕 함량을 줄이는 문제를 넘어 기업의 제품 설계와 원가 구조,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푸드투데이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설탕세 입법안의 구조와 실효성(1편), ▲2016년부터 추친돼 온 당류저감정책의 성과와 한계(2편), ▲설탕세와 GMO 완전표시제가 식품 물가에 미칠 전방위적 파장(3편)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세’ 도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가당음료에 첨가된 당 함량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 차원의 토론회와 입법 검토가 병행되며 제도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미 국내 음료 시장의 주류가 '제로 슈거'로 재편된 상황에서 해당 제도가 시장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자신의 X(구 트위터)에 ‘마약보다 강력한 달콤한 중독, 국민 80% 설탕세 도입 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을 부과해 사용을 억제하고, 그 재원을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은 어떠한지 국민 의견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 직후 정치권의 논의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과 함께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예고했다.

 

관련 입법에도 속도가 붙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은 가당음료를 제조·가공·수입하는 사업자에게 첨가당 함량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해 비만 및 만성질환 예방·관리 사업과 지역·필수·공공의료 재원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 ‘당 함량’ 기준, 어디까지 보나

 

입법안의 핵심은 가당음료에 포함된 ‘당 함량’이다. 부담금은 첨가당 수준에 따라 1리터당 225원에서 최대 300원까지 차등 부과된다. 100㎖당 첨가당이 5g 이상 8g 미만이면 리터당 225원, 8g 이상이면 리터당 300원이 적용된다.

 

의원실에 따르면 과세 기준에서 말하는 ‘당 함량’은 현행 영양성분표에 표시된 ‘당류(g)’ 수치를 의미한다. 과세 대상은 설탕, 포도당, 과당, 액상과당 등으로 한정되며, 말티톨·에리스리톨 등 당알코올이나 아스파탐·수크랄로스 같은 합성감미료는 과세 산정에서 제외된다.

 

이는 해외에서 시행 중인 설탕세와 동일한 구조다. 영국은 음료 100㎖당 당류 함량에 따라 리터당 세율을 부과하고 있으며, 멕시코 역시 리터당 정액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설탕이 첨가된 음료에 대해 20% 이상의 부담금을 부과할 경우 소비 감소와 칼로리 섭취 저감 효과가 있다고 권고해 왔다.

 

의원실 관계자는 “과세 대상은 설탕, 포도당, 과당, 액상과당 등 첨가당”이라며 “영양성분표상 당류 수치를 기준으로 부담금을 차등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안은 다음주까지는 발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제로’가 점령한 시장...누구를 위한 세금인가

 

다만 국내 식품·음료 시장의 흐름을 고려하면 설탕세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이미 시장이 ‘설탕 이후’ 단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선택 역시 빠르게 저당.무가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의 '2024년 식품산업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식품산업 총생산액은 114조8252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이 가운데 당류를 줄인 ‘슈거제로’ 제품의 생산액은 20.1% 증가하며 전체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헬시플레저·저속노화 등 건강 중심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음료와 간식은 물론 소스·장류까지 ‘무가당·저당’ 제품이 식품 전반에 확대되는 흐름이다.

 

유통 현장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GS25에 따르면 전체 탄산음료 매출에서 제로 음료 비중은 2022년 32.0%에서 2023년 41.3%, 2024년 52.2%, 2025년에는 54%를 넘어섰다. 제로 음료가 ‘대안’이 아닌 ‘기본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품기업들 역시 ‘헬시 플레저’ 트렌드에 발맞춰 사이다, 콜라는 물론 소주와 유제품까지 ‘제로 슈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 등 주요 업체들은 이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제로 제품에서 올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당류(g)를 기준으로 한 설탕세가 실제로 무엇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업계는 이미 설탕을 감미료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제품 설계를 전환해 왔고, 소비자 역시 저당·무가당 제품을 적극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이미 설탕 대신 감미료로 전환하는 당류 저감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이미 설탕 이후 시장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설탕세가 국민 건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당류만 때려서 단맛 소비가 줄까

 

입법 취지는 분명하다. 2024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일 평균 당 섭취량은 57.2g으로, WHO 권고 기준(50g 미만)을 초과하고 있으며, 특히 10~18세 청소년의 섭취량은 64.7g으로 더 높다.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 역시 14.4%로 10년 전보다 상승했다.

 

김선민 의원은 “비만의 근본 원인인 당 섭취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가당음료 부담금은 이미 해외에서 시행 중인 정책으로 재원을 공공의료와 만성질환 예방에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책 효과의 방향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당류 기준의 설탕세는 설탕 사용을 줄이는 데는 일정 부분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감미료를 활용한 제로·무가당 제품으로의 이동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크다. 단맛 소비 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한 채 세금 부담만 특정 제품군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설탕세가 도입될 경우 제로 음료로 전환하기 어려운 일부 기호 식품이나 오리지널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에게 가격 인상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법안이 통과되면 245㎖ 콜라 한 캔당 약 73.5원의 부담금이 붙게 되는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설탕세는 결국 음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부담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시장이 자율적으로 제로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적인 부담금 도입은 기업의 R&D 의욕을 꺾고, 가격 구조만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명분만 앞세운 규제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정책이 될지, 체감 물가를 자극하는 또 하나의 부담금에 그칠지는 결국 얼마나 정교한 설계를 거치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 편에서는 정부가 2016년부터 추진해 온 당류 저감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덜 단’ 자율 정책이 왜 설탕세라는 강제 수단으로 이어지게 됐는지를 데이터와 정책 흐름을 통해 살펴본다.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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