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중국산 훈제오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전자가 올해만 두 차례 검출된 가운데, 소비자가 제품의 원산지를 즉시 확인하기 어려운 온·오프라인 유통 구조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수입산의 75%가 ‘뒷면 작은 글씨’에만 표기됐고, 전국 웨딩홀 뷔페 3곳 중 1곳은 원산지를 아예 확인할 수 없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회장 김연화)는 8일 국내 주요 온라인 플랫폼 6곳과 전국 웨딩홀·뷔페 134곳을 대상으로 오리고기 원산지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는 2024~2025년 수집한 총 310개 온라인 판매 제품과 오프라인 매장 현장 점검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오리고기 중 수입산 제품의 75%가 제품 포장 뒷면(정보표시면)에만 원산지를 표기하고 있었다. 반면 국내산 제품은 98%가 전면(주표시면)에 ‘국내산 100%’ 등 문구를 명확히 노출했다.
이는 국내산 제품이 원산지를 마케팅 포인트로 적극 활용하는 반면, 수입산은 법정 최소 요건만 충족하며 소비자의 즉각적 확인을 어렵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 수입산 오리고기의 전면(주표시면) 원산지 표기율은 1년 사이 7.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32.6%였던 전면 표기율은 2025년 25.0%까지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국내산은 91.3%에서 97.8%로 오히려 상승해 대조를 이뤘다.
수입산 비중도 빠르게 늘었다. 2024년 29.7%였던 수입산 오리고기 비중은 2025년 37.8%로 8.1%포인트 증가하며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훈제오리 제품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6.7%가 수입산으로 확인됐고, 이 가운데 92.9%가 중국산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오리고기 제품 중 훈제오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1.6%로 가장 높았다. 훈제오리는 중국산 비중이 높은 대표 품목으로, AI 위험에 가장 노출된 제품군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이러한 고위험 제품의 원산지를 구매 단계에서 즉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전국 134개 웨딩홀·뷔페에 대한 현장 조사에서도 소비자가 원산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확인됐다. 조사 결과 33.6%(45곳)는 원산지 표시 자체가 없어 소비자가 정보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다.
원산지를 표시한 66.4%(89곳) 역시 실질적인 정보 제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매장의 80.9%는 벽면 게시판이나 액자 등에 작은 글씨로 여러 품목을 한꺼번에 표기하는 ‘일괄 게시판 방식’을 사용해 실제 이용 동선에서는 확인이 어려웠다. 메뉴별 개별 팻말을 비치한 곳은 19.1%에 불과해 대부분이 ‘가시성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특히 조사된 89개 매장 모두가 수입산 훈제오리를 제공하고 있었음에도 소비자는 식사 과정에서 해당 원산지를 인지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중국산 훈제오리에서 고병원성 AI 유전자가 연이어 검출되는 상황에서 원산지를 즉시 확인할 수 없는 구조는 명백한 소비자 알 권리 침해"라며 "정부의 전수검사 강화, 기업의 투명한 공개, 소비자의 감시가 모두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단체는 ▲수입 훈제오리 통관 단계 전수검사, ▲기업의 전면 표기 의무화, ▲온라인 플랫폼의 상품명·원산지 동시 노출 등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