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점주가 살아야 본사도 산다.” 최근 더본코리아와 백종원 대표가 내세운 상생 구호다. 300억 원을 투입한 지원책, 상생위원회 출범 등 화려한 장치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백 대표는 “한 분의 점주도 두고 가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내걸며, 가맹점주들의 소중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이 간절한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 이유는 뭘까?
만약 올 초 촉발된 ‘빽햄 사태’를 비롯해 잇따른 논란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전방위적 상생책이 과연 등장했을지 의문이다. 결국 상생의 진정성은 본사의 의지와 행보에서 확인되어야 한다.
빽햄 사태 이전 백 대표로 상징되는 더본코리아는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었을까?
그 답은 지난해 10월 25일, 상장을 앞두고 공개된 더본코리아의 증권신고서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본코리아가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비교 대상으로 삼은 기업은 교촌에프앤비 같은 동종 프랜차이즈가 아니었다. 대신 CJ씨푸드, 대상, 풀무원, 신세계푸드 등 식품제조업체들이었다. 이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제조업은 프랜차이즈보다 높은 가치평가를 받는다. 더본코리아는 제조업을 기준 삼아 스스로의 몸값을 높이려 했지만 동시에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 한계를 은연중에 드러냈다.
결국 백 대표의 속내는 분명하다.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제조업 기반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전환. 이 전략이 IPO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공모자금 규모는 969억 원. 그중 운영자금으로 배정된 금액은 고작 34억 원, 전체의 3%에 불과하다. 운영자금은 신규 메뉴 개발, 기존 메뉴 개선, 리뉴얼을 통한 기존 브랜드 강화 및 신규 브랜드 개발 등 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사용될 돈이다.
더본코리아 산하 25개 브랜드가 나눠 쓰면 브랜드당 1억3천만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게다가 2027년까지 나눠서 사용될 예산이다. 점주가 체감할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면 나머지 97%는 어디로 갈까? 바로 양념, 소스, 조미식품, 가공품 등 제조 능력을 갖춘 식품기업 M&A, 지분 투자, 물류 인프라 구축이다. 그것도 모자라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 411억 원과 단기 금융상품 697억 원까지 동원해 제조업 확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즉, 가맹점주들로부터 끌어모은 돈을 프랜차이즈의 사업성 강화가 아닌 제조업 전환 작업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더본코리아는 이를 통해 “가맹점 원가 부담을 줄이고, 유통 효율을 높이겠다”고 설명했지만, 절감된 원가가 실제 가맹점주에게 돌아갈지는 불확실하다. IPO 이후 상장은 새로운 압박을 만든다. 주주들은 배당과 영업이익 확대를 원한다. 이익을 나누는 구조가 아니라 이익을 키워야 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가맹점주에게 이익이 흘러들 여지는 더욱 좁아진다.
상생 구호가 얼마나 허망할 수 있는지는 최근 사례에서 확인된다. 지난 1월, 더본코리아는 ‘빽보이피자’ 전 매장에 의견청취 공지를 보냈다. 기존 원재료를 대체할 신제품 소스와 도우를 필수품목으로 지정한 것이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기존 대비 30~60% 비쌌다.
불과 4개월 전, 가맹점 상생을 위해 3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던 그 회사가 이제는 필수품목 지정으로 사실상 지원금을 회수하는 모양새다. 점주 입장에서는 ‘상생이란 결국 본사가 다시 가져가는 돈일 뿐’이라는 회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상장사의 투자자는 매출, 영업이익, 시장 점유율 확대에 관심이 있다. 반면 가맹점주는 원가 절감, 수익 안정, 본사 지원을 원한다. 양쪽의 이해는 쉽게 충돌한다. 상장사의 본사는 누구를 먼저 의식할까? 어쩌면 답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드러났다.
연돈볼카츠 갈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가맹점주들이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지만 백 대표는 “프랜차이즈 회사에 보장된 매출은 없다”며 책임을 점주에게 전가했다. 심지어 한 방송에 출연해 “다른 점포들은 매출이 늘었다”며 조롱성 발언까지 덧붙였다. 본사와 점주가 같은 배를 타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생기는 대목이다.
백 대표가 과거 유튜브에서 가수 성시경과 대화 중 했던 말이 있다. “예산시장이야. 매장을 열어주고, 희망자 모집해서 창업 시켜버리는 거야.”
‘창업 시켜버리는 거야’. 짧지만 강렬한 이 문장은 백 대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장 적나라한 보여준 대목일지 모른다.
점주와의 상생은 구호로만 존재하고, 실제 전략은 제조업 중심의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신이다. IPO가 드러낸 본사의 속내는 ‘함께 가는 상생의 길’이 아니라, 점주 위에 세워지는 본사의 성장 로드맵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