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QR은 있는데 안 보여요” 푸드QR, 소비자 체감은 ‘제로’

  • 등록 2025.04.16 16: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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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도입 푸드QR, 대기업 중심 확대 중…현장선 “정보는 많지만 불편해요”
CJ제일제당.농심.오뚜기.풀무원식품.동서식품 등 자발적 참여...188개 품목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식품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가 도입한 ‘푸드QR’. 제품 포장에 인쇄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원재료명, 알레르기 유발 물질, 회수 대상 여부, 영양정보, 조리법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정보 시스템이다. 고령자에겐 글씨 확대 기능, 시청각 장애인에겐 수어 영상과 점자·음성 앱 지원도 제공하는 ‘포용적 식품정보 체계’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4년 11월, 식약처는 14개 업체·101개 품목으로 푸드QR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참여업체가 67개사, 적용 품목도 188개로 늘어났으며, CJ제일제당, 농심, 풀무원식품, 동서식품, 롯데웰푸드 등 주요 식품 대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참여 중이다.

 

그러나 기자가 찾은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풍경은 ‘제도 확대’와는 사뭇 달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푸드QR’이 ‘있어도 안 보이고, 있어도 안 쓰는’ 제도로 남아 있었다.

 

 

QR, '붙어 있어도 잘 안 보여요'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코너. 푸드QR이 적용된 제품을 찾기 위해 10여 개 라면 봉지를 하나씩 들춰봤지만, 대부분 QR이 없거나 눈에 띄지 않았다. 신라면블랙사발, 새우탕컵, 신라면컵 등 농심의 일부 용기면 제품에서만 가까스로 QR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자류도 상황은 비슷했다. 허니버터칩(해태), 감자깡(농심), 제로 초콜릿칩 쿠키(롯데웰푸드) 정도에서만 QR코드가 부착돼 있었고, 된장·간장·고추장 등 주요 조미료 제품군에서는 아예 QR을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눈에 띄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QR코드는 포장지의 한쪽 구석에 작게 인쇄돼 있어 소비자가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만난 70대 소비자 김 모 씨는 “푸드QR이 뭐냐”며 기자의 설명에 고개를 갸웃했다.

 

 

직접 스캔해보니…정보는 많지만 “불편해요”

 

기자가 육개장큰사발면 컵라면의 푸드QR을 직접 스캔해 보았다. 곧바로 실시간식품정보확인서비스로 연결됐고, 제품명부터 원재료, 알레르기 유발 물질, 영양성분, 보관법, 조리법, 회수 대상 여부까지 상세한 정보가 나왔다.

 

특히 알레르기 정보가 눈에 띄게 강조돼 있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특수 체질 소비자에게는 유용해 보였다.

 

하지만 실제 이용은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QR 스캔 → 사이트 로딩 → 정보 확인까지의 과정이 결코 짧지 않았다. 30대 소비자 A씨는 “마트에서 물건 고를 때마다 핸드폰 꺼내서 QR 찍는 게 귀찮다”며 “차라리 핵심 정보를 포장지에 큼직하게 인쇄해주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푸드QR의 취지에 대해 기업들은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제 적용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고 말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QR 하나 붙이는 문제 같지만, 관련 정보 업데이트와 고객 문의 응대, 포장 디자인 전면 변경까지 고려하면 적잖은 비용과 인력이 들어간다”며 “대기업은 가능하겠지만, 중소기업은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상품군마다 QR 적용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신제품에만 먼저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확대와 신뢰 위해…‘보여주는 디자인’과 인식 개선 필요

 

식약처는 올해 푸드QR의 적용 대상을 매출 상위 100대 식품 제조사로 확대하고, 수입식품에도 QR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수출용 푸드QR 고도화와 국가별 정보 기준 정비도 병행 중이며, 식약처 관계자는 “올해 안에 수입식품용 푸드QR 시스템도 새롭게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 인식 제고와 사용 편의성 확보, 시각적 인지 용이성 개선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QR 위치와 크기를 표준화하고, 패키지 디자인에서 눈에 띄도록 유도하는 ‘디자인 전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푸드QR은 분명 식품 안전과 소비자 권리 강화를 위한 유의미한 제도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QR은 여전히 소비자의 눈에 띄지 않고, 기업의 자율적 참여에만 기댄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소비자가 진짜 ‘보고, 찍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QR 코드 그 자체보다 ‘보이게 하는 디자인’, ‘찍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먼저 설계돼야 한다. 정보의 양보다 접근성과 전달력이 우선인 시대, 푸드QR이 진짜 쓰이는 기술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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